6월23일 오전 10시 국민의당 김수민 의원이 서울서부지검으로 출석했다. “리베이트 같은 건 절대 없었다. 검찰 조사에서 모든 것을 소명하겠다”라는 짧은 말만 남긴 채 변호사 두 명과 함께 검찰청으로 들어갔다. 중앙선거관리위원회가 국민의당 김수민 의원, 박선숙 의원, 왕주현 사무부총장 등을 불법 정치자금 수수 혐의 등으로 고발한 지 15일 만이었다.

김 의원의 출석은 파장이 컸다. 출석 직전부터 김 의원 측 관계자의 멘트가 언론에 흘러나왔다. ‘국민의당의 꼬리자르기’ ‘김수민 리베이트가 아닌 국민의당 리베이트’와 같이 김 의원은 억울하다는 내용이 주를 이뤘다. 이번 사건과 무관하다던 국민의당의 해명과는 다른 발언이었다.

김 의원이 검찰청에서 조사를 받던 날 오후, 브랜드호텔 지도교수였던 숙명여대 김 아무개 교수 또한 〈시사IN〉과 통화하면서 비슷한 이야기를 했다. 그는 참고인 신분으로 이미 6월12일 검찰 조사를 받았다.

“김수민 리베이트라니? 생각해보라. 나이도 서른이고, 열심히 일한 죄밖에 없다. 장래가 촉망되는 아이였는데, 정치 쪽으로 보내는 바람에 이렇게 되었다. 언론이 서른 살짜리 김수민을 다 뜯어먹어 이제 뼈도 안 남았다. 지금 믿을 건 검찰과 법밖에 없다. (국민의당도) 지금 이 시점에서 자신들을 위해 한 달 동안 밤새워준 사람한테 이래도 되는지 이해가 안 된다.”

ⓒ시사IN 이명익검찰 출두 당시 변호인을 통해 낸 의견서에서 김수민 의원(위)은 ‘국민의당 쪽에서 지시한 대로 했다’고 해명했다.

김 교수와 김 의원은 모두 윤대해 변호사를 선임했다. 윤 변호사는 검찰 출신으로 ‘창조한국당 문국현 대표 공천비리 사건 수사’를 한 바 있다. 김수민 의원 쪽은 당이 모든 책임을 자신에게 미룬다고 여겨 적극 자기변호에 나섰다.

이날 김수민 의원은 변호인을 통해 검찰에 의견서를 냈다. 의견서에는 당시 상황이 자세하게 담겼다. 김 의원은 국민의당 쪽에서 지시한 대로 했다고 해명했다. 자신은 리베이트를 받은 적도 없고 받을 생각도 하지 않았다는 주장이다. 김 의원이 대표로 있던 브랜드호텔은 인쇄업체 비컴과 TV 광고 대행업체 세미콜론으로부터 각각 1억1000만원과 1억2820만원을 받았다. 비컴과 세미콜론은 국민의당과 계약을 맺은 후 다시 브랜드호텔에 재하청을 주는 이례적인 계약을 맺었다(〈시사IN〉 제458호 ‘새정치 브랜드 의혹에 빠지다’ 기사 참조).

천정배 공동대표, “당 관계자 책임 묻겠다”

김 의원은 또 ‘국민의당→세미콜론→브랜드호텔’ ‘국민의당→비컴→브랜드호텔’과 같이 당의 홍보비가 흘러간 두 축에 개입한 핵심 관계자는 왕주현 사무부총장이라고 밝혔다. 심지어 ‘선관위 조사 때부터 왕 사무부총장은 브랜드호텔 관계자에게 당과의 관계를 부인하라는 허위 진술을 조언했다’는 폭로도 했다. 지금까지 당이 밝힌 ‘문제없음’ ‘운영 미숙’ ‘정당한 절차’와는 거리가 먼 이야기였다. 왕 사무부총장에게 사실 여부를 묻기 위해 수차례 연락했지만 전화를 받지 않았다. 국민의당 이용주 법률위원장은 “김 의원 변호인의 주장에 불과하다”라고 선을 그었다.

ⓒ연합뉴스국민의당 사무총장이었던 박선숙 의원(오른쪽)에게 의혹이 쏠리고 있다.

이제 눈길은 자연스레 박선숙 의원에게로 쏠린다. 박 의원은 당시 당의 살림을 최종 책임진 사무총장이었다. 선관위는 박 의원이 홍보비 관련 업무를 총괄 처리하면서 불법 정치자금을 받은 혐의가 있다고 판단했다. 이번 리베이트 의혹의 가장 윗선으로 지목한 것이다.

박 의원이 검찰 소환조사 뒤 기소되면 안철수 공동대표가 받을 정치적 타격이 적지 않다. 박 의원은 2012년 안철수 대선 캠프 공동선거대책본부장을 지냈고, 지난 1월 국민의당 창당을 앞두고 창당준비위원장이었다. ‘안철수 사람’으로 복귀했다는 평가가 대부분이었지만, 안철수 대표와 박선숙 의원 사이를 잘 아는 관계자는 ‘복귀’라는 표현이 정확하지 않다고 지적했다. 그는 “2014년 신당 창당 작업을 하던 안 대표가 돌연 김한길 의원과 손을 잡고 새정치민주연합을 만들면서 같이했던 많은 이들과 이별했다. 박경철 원장도 그 이후 떠났다. 전면에 나서지 않았지만 계속 곁에 있던 이가 박선숙 의원이었다. 안 대표는 당무를 보면서도 항상 정치적 상의나 조언을 박 의원에게 구했다. 비선 실세였다고 보면 된다”라고 말했다. 그만큼 가까운 사이라는 뜻이다. 박 의원 또한 전화를 받지 않고 있다.

사건의 의혹이 잦아들지 않자, 국민의당 안에서도 비판 목소리가 힘을 얻고 있다. 호남 출신 의원을 중심으로 당의 대처 방식이 적절하지 않았다는 의견도 공개적으로 나왔다. 천정배 공동대표는 김수민 의원의 검찰 출석 다음 날인 6월24일 최고위원회의에서 “수사 등을 통해 드러나는 진실을 바탕으로 우리 당 관계자들에게 잘못이 있다면 단호하게 책임을 묻겠다”라고 말했다. 천 대표 측 한 관계자는 “이번 건이 처음 터지고 김수민 의원 공천과 관련해서 ‘안·천 대표가 함께 공천 도장을 찍었다’는 등 공동 책임인 것처럼 이야기가 나와서 우리 쪽에서 당황했다. 그래도 당을 위해 발언을 삼갔지만 이제 그 단계는 지난 것 같다”라고 말했다.

익명을 요구한 국민의당 한 호남 의원은 “요즘 지역에 가면 ‘이게 새정치냐’라는 말을 많이 듣는다. 그럴 때 솔직히 할 말이 없다. 정말 민망하다. 그동안 새정치가 모호하다는 비판이 많았는데, 내용을 채우지 못하다 이런 식으로 새정치 이미지만 망가져버렸다”라고 말했다. 정치에서 가장 치명적인 ‘돈 문제’가 불거지면서 법적 최종 판단과는 별건으로 ‘새정치’ 브랜드가 퇴색된 셈이다.

6월22일 안철수 대표는 교섭단체 대표연설을 했다. 이날 그의 연설에서 ‘새정치’라는 단어가 아예 사라졌다. 리베이트 의혹과 관련해서는 사건 초기 사과 이후 별다른 반응을 보이지 않고 있다. 김수민 의원이 검찰에 출석한 6월23일 군부대를 방문한 안 대표는 ‘리베이트를 받지 않았다’는 김 의원의 주장에 대해 묻는 기자들에게 “지금은 국가 안보가 가장 중요해서 이곳을 방문한 것이다”라고만 대답했다.

기자명 김은지 기자 다른기사 보기 smile@sisai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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