판매 목적으로 강아지를 대량 번식시키는 이른바 ‘강아지 공장’의 처참한 실태가 얼마 전 방송을 통해 알려지자, 사람들은 경악했다.

한편 길고양이를 돌보는 이에게 여름은 ‘아깽이(아기 고양이) 대란’의 계절이다. 번식 철이 끝나는 늦봄부터 유기동물 보호소에는 어미를 잃은 아기 고양이가 줄을 잇는다. 당장 이들의 새로운 가족을 찾아주는 것도 난관이려니와, 성묘(어른 고양이)는 아기 고양이에 밀려 입양처를 찾기가 더욱 어려워진다.

하지만 “사지 말고 입양하세요”라는 구호를 실천하기까지 적지 않은 준비가 필요하다. 섣부른 반려동물 입양은 파양으로 이어져 인간과 동물 모두에게 더 큰 상처를 남길 수 있기 때문이다. 새로운 가족을 맞아도 될지 자신이 없다면, 우선 친구가 되는 것부터 차근차근 시작해보자. 도심 속에서 유기동물과 가까이 만날 수 있는 유기견·유기묘 카페가 그 출발점이다.

힘차게 꼬리를 흔들며 달려오는 개만큼 위안을 주는 게 또 있을까. 경기도 성남시의 유기견 카페 ‘이리오시개’ 문을 열자마자, 대형견과의 하이파이브를 시작으로 격렬한 환영 인사가 이어졌다. 얼굴을 핥고, 장난감을 물어오고, 안아달라고 보채는 유기견 20여 마리와 엎치락뒤치락하다 보면 손이 두 개뿐인 게 아쉬울 지경이다. 사람에게 버림받고 안락사 위기까지 갔던 녀석들인데도 여전히 사람을 보면 배를 보이며 벌렁 드러눕는다. ‘이리오시개’에서는 맑은 날에 한해 원하는 강아지와 산책을 다녀올 수도 있다. 함께 발을 맞춰 걷는 경험은 입양 전 개의 특성을 꼼꼼히 파악할 수 있는 기회가 되기도 한다. 이곳 외에도 인천광역시 남구 ‘쁘띠시앙’, 경기도 부천시 ‘함께할개 사랑할개’ 등에서는 유기견이 어엿한 ‘직원’으로 손님을 맞이하고 있다.

ⓒ연합뉴스2013년 6월 서울시청 광장에서 열린 반려동물 문화대축제에 참여한 어린이들이 입양을 기다리는 유기견을 살펴보고 있다.

‘까칠묘’는 빨간색, ‘개냥이’는 초록색

고양이의 은근하고 미묘한 매력에 빠진 ‘집사 지망생’에게는 유기묘 카페가 제격이다. 경기도 수원시에 자리한 ‘달을 타는 고양이’는 카페이자 입양을 기다리는 고양이의 임시 보호처다. 용인시 캣맘협의회가 운영하는 보호소 고양이 중 일부가 이곳에서 새 가족을 기다린다. 어디든 고양이가 드나들 수 있도록 설계된 공간이기에 카페에서 이야기를 나누다 보면 어느새 고양이가 다가와 가만가만 눈인사를 건넨다. 이곳에서는 목걸이 색깔로 고양이 성격을 알 수 있다. 빨간 목걸이는 까칠함, 파란 목걸이는 소심함, 초록 목걸이는 친화력을 뜻한다. 활기찬 ‘개냥이’와 놀고 싶다면 초록 목걸이를 한 고양이를 먼저 찾으면 된다.

서울 송파구에 자리한 ‘커피 타는 고양이’를 비롯해 서울 관악구 ‘나는 고양이’, 서울 동대문구 ‘지구정복을 꿈꾸는 고양이’도 대중교통으로 쉽게 찾아갈 수 있는 유기묘 카페다. 수도권에 살지 않더라도 경남 창원시 ‘꿈꾸는 낭만고양이’, 전남 순천시 ‘다락방 고양이’에서 유기묘와 차 한잔을 나눌 수 있다.

카페마다 작은 차이는 있지만 규칙은 대개 비슷하다. 동물의 건강을 위해 입구에 마련된 소독제로 손을 깨끗이 하고, 사람이 먹는 음식은 절대 주지 않는다. 집에서 키우는 반려동물을 데려갈 수 있는지, 또 어린이의 출입이 가능한지도 미리 확인해야 한다.

내가 동물이라면 인간의 어떤 행동이 싫을까? ‘역지사지’ 정신을 발휘하면 나머지 규칙도 이해하기 어렵지 않다. 특히나 유기동물은 학대받거나 버려졌던 기억 때문에 우리가 일반적으로 접해온 반려동물보다 예민한 경우가 많다. 아무리 장난감을 흔들며 간절한 눈빛을 보내도 쉽사리 다가오지 않는 녀석도 있다. 몸과 마음의 상처가 아물기까지 아직 시간이 더 필요해서다. 잠을 자고 있거나, 직원이 특별히 주의를 부탁한 동물은 만지지 않는 것이 좋다. 큰 소리나 카메라 플래시에 동물들이 겁을 먹지 않도록 주의해야 한다.

기자명 중림동 새우젓 (팀명) 다른기사 보기 editor@sisai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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