뭐하고 놀까

복잡한 머리를 비우는 데에는 단순한 게 최고


3D 프린터와 서양 수공예의 만남

 

 

늘 복잡하고 바쁘게 살아가는 사람들은 머리를 좀 비우고 싶다는 생각을 종종 하게 된다. 생각이 꼬리를 물고 이어지고 이런저런 걱정들을 하다 보면 지치고 피로해서 가끔은 아무 생각도 하지 않고 머리를 텅 비울 수 있는 시간이 필요하다. 친구들을 만나 수다를 떨거나 운동을 하는 방법도 있지만 정말로 지쳤을 땐 아무도 만나고 싶지 않고 혼자서만 집에서 시간을 보내고 싶어진다.

이때 집에서 혼자 소일거리 삼아 시간을 보낼 수 있는 좋은 방법 중 하나가 손뜨개이다. 손놀림을 반복하다 보면 복잡하던 머리도 고요해지고, 완성한 뒤엔 뿌듯하기까지 하다. 이런 매력에 빠져 한때 대바늘뜨기로 겨울 내내 목도리를 떠보거나, 코바늘뜨기를 이용하여 손가방 같은 소품에 도전해본 사람이라면 관심을 가질 만한 새로운 손뜨개로 태팅레이스를 소개한다.

태팅레이스는 해외에서는 ‘태팅(tatting)’이라는 이름으로 불리며 19세기 초반부터 유럽에서 시작된 수공예의 일종이다. 셔틀(shuttle)이라는 도구를 이용하여 코-피코라고 불리는 매듭을 연속적으로 지어 레이스 형태를 만든다. 초기에는 주로 서양의 의복에서 목의 깃과 소매에 다는 레이스를 뜨기 위한 것이었다고 한다.

ⓒ키스더레이스태팅레이스는 19세기 초반 유럽에서 시작된 수공예의 일종이다. 태팅레이스로 목걸이·팔찌·칼라·장식용 도일리 등을 만들 수 있다.
서양에서는 꽤 유서가 깊은 수공예이지만 국내에 소개된 것은 최근이다. 단순한 기술로 섬세하고 화려한 작품을 만들어내는 매력이 있어 국내에서도 차츰 많은 사람들이 빠져들고 있다. 실과 셔틀 외에 특별한 도구가 필요하지 않고, 휴대가 간편해서 언제 어디서든 즐길 수 있다. 도구도 기술도 단출하지만 그 결과물은 시판 레이스 못지않게 섬세하고 화려하다. 태팅레이스로 만들어낼 수 있는 것들은 목걸이·팔찌·귀걸이 등 액세서리를 비롯해 칼라, 장식용 도일리, 티코스터 등 다양하다. 일반적으로 레이스가 필요한 곳에 모두 활용 가능하다.

태팅레이스를 하기 위해 반드시 필요한 것은 단 두 가지다. 실과 셔틀. 이 밖에 피코게이지, 레이스용 코바늘, 자수용 가위 따위가 있으면 한결 작업이 수월하지만 이것은 부가적으로 필요한 것들이다. 레이스용 실이 따로 있는데, 이 실들에는 꼬임이 강하게 들어가 있어 태팅 작업이 훨씬 쉬워진다.

일반적으로 태팅레이스에 적합한 실들은 리즈베스·올림푸스·사쥬 등에서 나온 20~ 80수 실이다. 실은 숫자가 높을수록 가늘어진다. 처음 태팅레이스를 시작할 땐 20수로 하고, 어느 정도 익숙해지면 점점 더 높은 호수의 실을 사용하는 것이 좋다. 실이 가늘수록 작품의 크기는 작아지며 더 섬세한 레이스를 만들 수 있다. 또 금사나 은사를 사용해서 반짝거리는 레이스를 만들기도 한다.

셔틀은 일종의 실패인데, 셔틀에 실을 감아 손과 손 사이를 통과시켜 매듭을 만든다. 셔틀도 크기와 종류가 다양한 편이어서 취향에 맞게 구입할 수 있다.

내 손동작의 우아함에 빠져볼까

국내에서는 태팅레이스 강의가 오프라인에서 종종 개설되고 있다. 그러나 시간과 거리의 문제로 오프라인 강좌를 수강하기가 여의치 않다면 책과 인터넷을 통해 얼마든지 독학이 가능하다. 시중에 태팅레이스 관련 책들이 다양하게 출판되어 있기 때문이다. 〈첫눈에 반한 태팅레이스 1·2〉는 기초 편, 고급 편으로 나누어 기초적인 태팅 기법부터 고급 기법까지 소개해놓은 책이다. 또 〈작고 귀여운 태팅레이스〉는 작은 크기의 모티브 위주로 도안들을 소개하고 있어서 역시 초보자에게 적합하다. 이 외에 〈초보자를 위한 유럽식 태팅레이스〉 〈태팅레이스를 뜨는 오후〉 〈첫 번째 태팅레이스〉 등이 있다.

책을 봐서는 도무지 이해가 되지 않는다면 유튜브에 ‘태팅레이스’ ‘tatting lace’라고 검색해보자. 태팅을 설명해주는 다양한 동영상을 접할 수 있다. 혼자 태팅을 하던 중 막힌다면, 네이버 카페 ‘태팅레이스(cafe.naver.com/tattinglace)’에 도움을 청할 수도 있다. 태팅레이스 카페에서는 매달 도안을 하나씩 회원들에게 공개하기 때문에 회원들과 함께하는 즐거움을 느낄 수 있다. 셔틀을 옮기며 코와 피코를 만드는 과정의 손동작이 상당히 가녀리고 우아해서 혼자 하면서도 스스로 우아함에 도취되는 것은 덤이다.

기자명 중림동 새우젓 (팀명) 다른기사 보기 editor@sisai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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