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인터넷 서비스의 메가트렌드, 아니 사실상 글로벌 서비스의 메가트렌드는 크게 세 번 바뀌었다. 맨 처음은 디렉토리 검색 서비스를 처음 선보였던 야후다. 두 번째는 검색에 ‘페이지랭크’를 도입해 ‘집단지성’을 검색 알고리즘화한 구글의 등장이다. 세 번째는 트위터와 페이스북으로 대표되는 소셜 네트워크 서비스(SNS)라고 볼 수 있다. 지금은 구글과 페이스북이 글로벌 인터넷 시장을 주름잡고 있다. 그렇다면 다음 인터넷 서비스의 메가트렌드는 무엇일까?

최근 필자는 스티밋(http://steemit.com)이라는 신기한 서비스를 발견했다. 스티밋은 일종의 블로그 서비스인데, 글을 쓰면 바로 보상을 받을 수 있다는 점이 기존 서비스와 다르다. 정확하게는 글을 쓰고 다른 스티밋 회원들이 그 글을 추천하면 보상을 받는 구조다. 그런데 보상 구조가 상당히 독특하다. 회원들은 추천할 뿐 돈을 내지는 않는다. 스티밋은 사용자들의 참여에 대해 스팀(Steem)이라는 암호 화폐로 보상한다. 스팀이란 블록체인 기반의 암호 화폐다. 스티밋은 마치 국가가 지폐를 새로 발행해서 통화를 공급하듯 추가로 암호 화폐를 발행해서 콘텐츠 생산자에게 지급한다.

ⓒ유튜브 갈무리스티밋은 콘텐츠를 제공하는 사람과 사용하는 사람 모두에게 블록체인 기반의 암호 화폐로 보상한다.

지금까지 인터넷 서비스에서 마음에 드는 콘텐츠에 사용자가 기부를 하거나 소액구매 형태로 대가를 내도록 하는 시도는 많이 있었다. 〈오마이뉴스〉와 같은 인터넷 언론사들은 사용자가 직접 기자에게 원고료를 지급하는 구조를 도입했고, 인터넷 포털 다음도 ‘스토리펀딩’이라는 형태로 콘텐츠 사용자가 생산자에게 직접 비용을 지급하는 서비스를 제공하고 있다. 그러나 콘텐츠 서비스에 암호 화폐를 지급하는 모델은 스티밋이 최초다.

혹시 요즘 말 많은 ‘가상화폐 사기’는 아닐까? 당연히 스팀을 둘러싸고 다단계 사기 아니냐는 문제 제기가 많다. 그런데 암호 화폐 세계에서 화폐를 지속적으로 추가 발행하는 것은 아주 흔한 일이다. 비트코인도 매일 일정량이 새로 발행되고 있다. 비트코인이 새로 만들어지는 화폐를 마이너(채굴자)들에게 지급한다면, 스티밋은 새로 발행하는 화폐 중 일부를 정해진 로직에 따라 콘텐츠 생산자들에게 지급하는 모델이다. 즉 새로 화폐를 발행해서 보상하는 구조가 암호 화폐의 일반적인 룰을 벗어난 것은 아니다.

인터넷 시스템에 암호 화폐 결합하는 것이 핵심

게다가 서비스는, 이게 나온 지 몇 달 안 된 서비스가 맞을까 싶을 정도로 정교하다. 추천수를 조작하는 것을 막는 정교한 장치가 설계되어 있고, 댓글로 커뮤니케이션에 참여하는 사람에게도 소액의 보상이 지급된다. 콘텐츠 생산에 참여하는 모든 사람에게 보상하겠다는 일관된 정책 때문이다. 최근에는 보상에 사용자 평판을 반영하는 구조도 도입되었다. 심지어 블로그 사용자가 다른 웹서비스의 콘텐츠를 복사해올 경우 자동으로 그것을 검사해 ‘복사된 글 같다. 원저자인지 확인해달라’고 댓글을 달고 다니는 봇(로봇)도 있다. 일반적인 서비스에서는 수년간 개발해도 도달하기 어려운 수준의 완성도를 구현한 것이다.

스티밋은 이제 막 나온 서비스이기에, 이것이 성공할지 실패할지는 아무도 모른다. 어쩌면 사기성 서비스로 막을 내릴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그러나 한 가지 분명한 것은 있다. 스티밋은 인터넷 서비스에 암호 화폐 시스템이 결합되었을 때 얼마나 새로운 서비스 모델이 가능한가를 보여주는 사례다. 블록체인(비트코인에 쓰이는 데이터 관리 기술)의 화폐 시스템을 활용한 서비스는 이미 여러 개가 시동을 걸고 있다. 블록체인발(發) 인터넷 서비스의 혁명이 시작되는 것일까.

기자명 전명산 (정보사회 분석가) 다른기사 보기 editor@sisai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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