커버 스토리

“박원순 공작문건은 청와대 보고용”

‘박원순 제압 문건’이 진짜인 15가지 이유

검찰, 새로운 증거 나왔으니 다시 수사해야

 

원세훈 전 국정원장의 핵심 측근을 비롯해 〈시사IN〉이 취재한 복수의 국정원 전 직원들은 ‘박원순 제압 문건’이 국정원 문건이 맞다고 증언했다. 이들의 증언을 중심으로 두 문건이 국정원 문건인 이유를 15가지로 정리했다. 문건 원문도 개인정보를 제외하고 모두 공개한다.

문건 1은 A4 1장짜리로 ‘좌파의 등록금 주장 허구성 전파로 파상 공세 차단’이라는 제목이다. 문건 2는 5장짜리로 ‘서울시장의 좌편향 시정운영 실태 및 대응 방향’이라는 제목이다. 문건 1은 ‘B상보’로 불리는데 국정원 내에서 매일 생산되는 일일 보고서 형식이다. 문건 2는 ‘특상 보고서’로 청와대까지 보고된다고 한다. 국정원 전 관계자는 “내부 보고서는 (아래 문건 1처럼) 작성 부서와 이름 그리고 작성자 연락처를 쓰는데, 청와대에 올라갈 때는 내용 외에 생산 라인과 보고 라인 숫자만 표기한다”라고 말했다.

 

❶ B실 사회팀 6급 조○○은 문건 작성자를 뜻한다. 그는 현재도 국정원에 근무하고 있다. 원세훈 원장 취임 이후 국내정보분석국 명칭이 국익전략실로 바뀌었다. 국익전략실 내 사회팀이 보고서 작성을 담당했다는 의미다.

❷ 사회팀 4급 함○○, 팀장 추○○ 모두 국정원 직원이다. 현재도 국정원 직원으로 근무하고 있다. 추○○은 청와대 민정수석실에 파견근무를 하고 복귀한 뒤 1급으로 승진했다. 현재 국내정보수집국장을 맡고 있다.

❸ Y는 ‘양지’의 첫머리에서 따온 글자다. 국정원의 전신 중앙정보부 때부터 원훈으로 쓴 ‘음지에서 일하고 양지를 지향한다’에서 기원했다. 국정원 퇴직 직원 모임의 사단법인 이름도 양지회다. 양지회는 서울 서초구 방배동에 7층 건물을 운영하고 있다. 양지회 회원 규모는 7000명 정도다. 양지회 관계자는 “(국정원) 퇴직자들이 가입한다”라고 말했다. 현직 직원들 공제회 이름은 양우회다. Y는 국정원 보고서의 상징적 문자다.

❹ Y 다음 숫자 네 개는 국정원 내선번호다. 원장이 보고서를 보다 궁금한 게 있으면 전화할 수 있도록 보고서 작성자와 배포 라인의 연락처를 명기한다. 5△△△은 추○○ 팀장의 국정원 내선번호, 5□□□은 함○○의 내선번호다.

❺ 스마트폰이 널리 보급된 2011년 당시, ‘벽돌폰’이라 불리는 2G 폰 ‘019’ 번호는 흔치 않았다. 011, 017, 019로 시작하는 ○○문화사, △△연구소 등의 국정원 페이퍼 법인명으로 개통된 휴대전화다. 2013년 문건이 공개되었을 때, 이 번호로 진선미 의원실 등에서 전화를 걸자 조○○ 직원이 직접 받았다. 이후 이 연락처는 없는 번호가 되었다. 2016년 현재도 없는 번호라는 수신음이 뜬다.

❻ 제목을 신명조 19포인트에 밑줄 표기 후 가운데 정렬하는 방식은 국정원 보고서의 기본 양식이다. 두 문건 역시 이 방식을 따르고 있다.

❼ 작성 날짜 다음에 괄호하고 써놓는 숫자는 작성 담당 부서다. ‘2-1’은 국정원 2차장 산하 국익전략실(옛 국내정보분석국)의 사회팀이다.

❽ 국정원은 보고서에 약물 기호를 쓸 때 □, o, - 순서로 작성한다. o은 알파벳 O의 소문자를 쓰는 게 국정원 표기법이다.

❾ 건전 단체는 국정원이 보수 단체를 지칭할 때 쓰는 표현이다. 사회3팀 관할로, 원세훈 원장 시절 국정원은 건전 단체 지원관리를 강화했다.

❿ 문건에 반복해서 나오는 ‘종북좌파’ 언급은, 국정원 댓글 재판 과정에서 밝혀진 ‘원장님 지시·강조 말씀’에도 자주 나온다. 원세훈 당시 원장의 강조 사항이었다. ‘아직도 전교조 등 종북좌파 단체들이 시민단체·종교단체 등의 허울 뒤에 숨어 활발히 움직이므로 국가의 중심에 서서 일한다는 각오로 더욱 분발해주기 바람(2009년 6월19일 원장님 지시·강조 말씀).’ 종북좌파 척결론은 국정원 소속 교수가 발간한 책에서도 강조된다. 원세훈은 원장 시절 당시 국정원 소속 이희천 국가정보대학원 교수가 펴낸 〈반대세의 비밀, 그 일그러진 초상〉(2009년 4월)을 호평한 바 있다. 이 책은 국정원 내에서 원세훈 원장의 지시·강조 말씀의 교재로 불렸다. 이 교수는 이 책을 교재로 국정원 전 직원을 대상으로 강의를 하기도 했다. 책은 자유민주주의·자본주의 체제의 대한민국을 긍정하면 대세(대한민국 세력), 부정하면 반대세(반대한민국 세력)라는 내용이다.


⓫ ‘박원순 시장의 협찬 인생 등을 언론·SNS 등을 통해 지속적으로 이슈화하는 등 여론으로 견제’하라는 대목은 실제 국정원 심리전단 직원들에 의해 집행되었다. 국정원 정치개입 의혹 사건을 수사한 검찰 공소장 별지 목록을 보면, 국정원 직원은 2012년 5월18일 일간베스트저장소(일베)의 ‘앞뒤 다른 박원순, 日 출장 땐 일반석 남미 출장 땐 비즈니스석?’ 글에 ‘서울시장 클래스 비즈니스 당연 ok 일반석 탔다고 언플놀이 서민 코스프레 선동질 out’이라는 댓글을 달았다. 같은 해 트위터에서는 ‘삥뜯기의 달인 박원숭(9월21일)’ ‘박원순인 월세 산다고 했고 안철수는 전세 살아봤다고 하고 한 놈은 인생 자체를 협찬 인생으로 호의호식하며 살았고, 또 주식 뻥튀기해서 기부까지 하며 호의호식하고 산다(9월4일)’와 같은 내용을 남겼다.


⓬ 국정원 보고서는 ‘개요-실태 및 문제점-대응 방향’과 같은 구성이다. 대응 방향 대신 조치 방향, 조치 방안이라는 단어로 대신 쓰이기도 한다. 그와 유사한 구조를 띤다.

⓭ ‘감사원·행안부 감사를 통해 각종 부조리·비리 적출 및 시정 촉구’ ‘검경은 고소·고발된 불법 사안에 대한 철저 수사·처벌과 함께 시정운영상 불법 행위에 대한 사정활동 강화’라는 중앙정부 기구나 수사기관에 영향을 끼치는 지시를 내리는 듯한 문구를 쓸 수 있는 곳은 청와대와 국정원 정도다.14

⓮ ‘자유청년·어버이연합 등 범보수 진영 대상 박 시장 규탄 집회·항의 방문 등을 적극 독려한다’는 내용과 관련해 실제 어버이연합이 박 시장 취임 이후 적어도 열아홉 번 박 시장을 규탄하는 집회·시위를 열었다. 이 문건에 나와 있는 ‘2009년 하이서울페스티벌 방해한 시위대에 대한 손해배상 징수 포기’와 관련해 이를 비난하는 집회를 열기도 했다.

⓯ 배포선을 뜻한다. 0-0은 국정원장, 2-0은 국정원 2차장, 3-0은 국정원 3차장을 뜻한다. 이런 ‘특상 보고서’는 청와대 민정수석실에도 전파되며, 국정원장이 대통령을 독대할 때 가지고 가기도 한다.

기자명 정희상·김은지 기자 다른기사 보기 editor@sisai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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