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쟁이 치열하다 보니 ‘꼼수’도 생겨났다. 가장 흔한 꼼수는 페이스북 페이지나 인스타그램 계정의 팔로어 수, 좋아요 수를 조작하는 것이다. AP 통신은 2014년 방글라데시·인도네시아의 ‘좋아요 농장(click farm)’을 탐사 보도했다. 동남아시아는 ‘좋아요 농장’이라고 불리는 조직적인 유령 계정 판매 시장으로 전 세계적 악명을 떨치고 있는 지역이다. 소프트웨어를 사용해 자동으로 유령 계정을 통해 좋아요를 늘리기도 하지만 노동자들이 컴퓨터 앞에 앉아 수동으로 좋아요를 한 개씩 클릭하는 경우도 많다. 페이스북은 2014년 연간보고서에서 월 이용자 중 5.5~11.2%(약 6765만~1억3776만명)가 유령 계정이라고 밝혔다.
한국도 크게 다르지 않다. 꼼수 기술은 오히려 더 발전했다. 좋아요 농장처럼 해외 유령 계정이 아닌 현재 활성화된 한국인 계정으로 페이스북 팔로어·좋아요 수를 늘려주겠다는 광고를 쉽게 찾을 수 있다. “블로그, 카페 시대는 끝났습니다. 인스타그램 상위 노출. 10분이면 됩니다.” “페북 따봉! 1000개 1만8000원. 불만족 시 100% 환불!” “페이스북 좋아요 250만명 페이지 40개 보유. 저렴한 가격에 나눠드립니다.” 한 온라인 구인구직 사이트 마케팅 분야에 올라온 광고 문구다. 페이스북·인스타그램·트위터에서 계정 팔로어(게시물을 받아보는 사람)나 게시물 좋아요 수를 조작해주겠다는 게시물이 200여 개나 올라와 있다.
유령 계정도 아니고, 실제 한국인 계정으로 좋아요 수를 어떻게 조작할 수 있을까? ‘페이스북 좋아요 조작기’를 검색하면 수십 개의 조작 사이트가 뜬다. 사이트를 이용하면 몇 분 만에 좋아요 수백 개를 늘려준다는 것이다. ‘좋아요 조작기’ 사이트의 운영 방식은 다음과 같다. 기업이든 개인이든 페이스북 페이지 좋아요 숫자를 늘리고 싶은 이용자가 처음 사이트에 들어가면 ‘앱 권한’ 버튼을 클릭하라고 한다. 그러면 내 페이스북 계정의 정보를 가져가고자 허락을 구하는 팝업창이 뜬다. 프로필, 친구 리스트, 이메일 주소, 메시지, 친구 요청, 뉴스피드, 결혼·연애 상태, 출신지, 그룹, 학력, 경력, 생년월일, 심지어 친구의 결혼·연애 상태나 생년월일 등 내 페이스북에 존재하는 거의 모든 정보다. 단, 페이스북 게시 권한은 포함하지 않는다.
다음 단계에서 상황은 달라진다. 보통 좋아요 조작기를 승인해주면 개발자용 페이스북 설정 페이지에서 확인할 수 있는 ‘액세스 토큰(Access Token)’을 복사해서 입력하라고 한다. 이것이 바로 본인을 대신해 페이스북에 게시물을 올리거나 좋아요, 팔로, 공유, 댓글 달기를 할 수 있는 비밀 열쇠다. 이용자들은 아무 거리낌 없이 액세스 토큰을 복사해 입력한다. 타인에게 액세스 토큰을 넘길 경우, 본인도 모르는 사이 계정을 마음대로 조작할 수 있다. 한 개발자는 “액세스 토큰은 금융 거래를 할 때 보안카드와 비슷한 거라고 볼 수 있다. 악용되면 모든 권한이 넘어간다. 좋아요 조작 프로그램을 보면 ‘얼마나 사람들을 잘 구슬려서 액세스 토큰을 입력하게 할지’가 관건으로 보인다. 그것만 손에 넣으면 무엇이든 할 수 있다”라고 말했다.
‘좋아요 조작기’는 여러 페이스북 계정의 액세스 토큰을 수집해 서로의 페이지에 좋아요를 클릭하도록 계정을 조작하는 것이다. 또 다른 개발자는 “액세스 토큰을 다른 사람, 심지어 온라인 사업자에게 넘기면 보안에 매우 취약할 수밖에 없다. 실명 계정이면 사생활 침해 위험도 있다”라고 말했다. 페이스북 고객센터는 “사기범은 스팸 유포를 목적으로 액세스 토큰을 확보하려 한다. 스팸 유포자는 주로 팔로어, 친구, 좋아요 수를 늘리게 해준다는 내용으로 유인해 액세스 토큰을 확보한다”라고 경고했다.
무단 복제 콘텐츠로 팔로어 늘리고 판매하기도
다른 방법도 있다. 음식, 유머, 스포츠 동영상, 연예인 소식 따위의 인기 콘텐츠를 중심으로 계정을 운영해 팔로어 수를 늘린 다음 통째로 판매하는 것이다. 문제는 이런 계정이 대부분 저작권을 위반한 사진이나 글, 동영상을 유포한다는 점이다. 네이버 블로그를 하는 최 아무개씨(23)는 8월25일 페이스북의 한 ‘맛집’ 소개 페이지를 보고 깜짝 놀랐다. 자신이 몇 달 전 찍은 음식 사진을 무단으로 가져간 페이지를 발견한 것이다. 해당 사진을 쓴 카드뉴스는 좋아요·공유 4000여 개, 댓글 2000여 개가 달려 있었다. 최씨는 “무단 도용 방지를 위해 마우스 오른쪽 클릭을 막아놓기까지 했다. 나 말고도 피해자가 많을 것 같다”라고 말했다. 같은 일을 당한 김 아무개씨는 “황당하다. 가져간다고 허락도 받지 않았다. 직접 먹어보고 올려야 하는 것 아닌가”라고 말했다.
눈속임이 흔해지면 SNS 광고의 신뢰가 낮아진다. 한 온라인 마케팅 업체 대표는 “온라인 광고 생태계가 너무 망가졌다. 무슨 수를 써서든 좋아요 수만 올리면 된다. SNS 사용자들의 피로감이 점점 심해질 수 있다. 기업으로서도 장기적으로 지속 가능한 방식은 절대 아니다”라고 말했다. 이 같은 우려에도 SNS 광고 시장의 성장세는 당분간 지속되리라 보인다(아래 상자 기사 참조). 모바일에 익숙한 20대의 SNS 이용 빈도가 계속 늘고 있기 때문이다. 소셜 미디어 닷페이스 조소담 대표는 “양보다 질을 선택하면 새로운 수익모델도 가능하다. 불특정 다수보다 충성 고객층을 명확하게 공략하는, 신뢰도 높은 SNS 마케팅이 더 효과적일 것이다”라고 말했다.
한국도 예외가 아니다. 한국에서 페이스북과 인스타그램 이용자가 가파르게 늘고 있다. 특히 젊은 세대가 그렇다. 온라인 미디어 모비인사이드가 조사한 국내 SNS 이용 현황에 따르면 페이스북을 사용하는 20대는 하루 평균 17.7회 앱을 실행했다. 인스타그램을 하는 20대는 무려 하루 평균 21.5회 앱을 실행했다. 페이스북과 인스타그램은 조사 대상 16개 중 20대가 가장 자주 이용한 SNS였다. 그만큼 페이스북과 인스타그램은 20대를 겨냥한 광고에 가장 좋은 플랫폼이다. 여기에 상품이나 서비스를 광고하면 20대에게 노출될 확률이 높다는 의미다. 게다가 SNS 광고는 방송 광고나 포털 광고에 비해 광고비가 훨씬 저렴하다. 익명을 요청한 한 대기업의 온라인 마케팅 담당자는 “국내 최대 포털의 메인 화면 핵심 위치에 배너 광고를 한 적이 있다. 같은 내용을 페이스북에 카드뉴스로 올렸더니 3일 만에 배너 광고와 비슷한 클릭 수가 나왔다. 페이스북 카드뉴스 클릭과 배너 광고 클릭을 단순 비교할 수 있을지 모르겠지만, 내부에서는 비슷한 효과라 여긴다”라고 말했다. 해당 포털에 광고를 게시하려면 1주일에 최소 1000만원을 내야 한다. 기업 페이스북 페이지는 무료로 광고성 콘텐츠를 게시할 수 있다. 이른바 광고비 대비 효과는 페이스북이 낫다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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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한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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