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참으로 실망스럽다. 스페이스X의 로켓이 폭발하지 않았다면 아프리카 대륙의 수많은 기업인과 주민들이 인터넷에 접속할 수 있었을 텐데.” 세계 최대 소셜 네트워크 서비스(SNS)인 페이스북의 마크 저커버그 회장이 9월1일, 발사를 이틀 앞두고 연료 주입 도중 폭발한 민간 우주개발 업체 스페이스X의 팔콘 9 로켓을 두고 통탄한 말이다. 이 로켓은 아프리카 사하라 사막 이남 14개국 주민을 대상으로 무료 인터넷 서비스를 제공하기 위한 통신위성 아모스 6(Amos 6)을 궤도에 올릴 예정이었다. 페이스북이 지난해 10월, 이번 발사 관련 깜짝 발표를 했을 때만 해도 우주 공간을 통한 인터넷 확장이라는 신선한 구상에 전 세계가 찬사를 보냈다. 예기치 않은 발사 실패로 페이스북의 계획은 일단 무산됐고, 스페이스X에 의존해온 다른 우주 이용 계획도 줄줄이 차질을 빚게 되었다.

스페이스X는 전기자동차 회사 테슬라의 일론 머스크 회장이 장차 화성 여행의 꿈을 품고 2002년 세운 민간 우주개발 업체다. 머스크는 지난 4월, 오는 2018년까지 화성에 무인 탐사선, 2024년까지 유인 우주선을 보내겠다고 공언해 세계를 놀라게 했다. 2008년 최초로 액체 로켓인 팔콘 1을 성공적으로 개발한 스페이스X는 2012년 팔콘 9 로켓으로 국제우주정거장(ISS)까지 화물 전용 우주선 드래곤(Dragon)을 발사하는 데 성공했다. 민간 업체로서는 눈부신 성과였다. 특히 팔콘 9 로켓은 2010년 6월 처음 발사된 뒤 지금까지 29차례 발사 중 27차례나 성공할 정도로 뛰어난 성능을 입증했다. 이 덕분에 스페이스X는 미국 항공우주국(NASA)과 16억 달러 규모의 계약을 맺고 최근까지 6차례에 걸쳐 각종 화물을 우주정거장으로 운송했다. 올해 들어서도 사고 직전까지 8차례 발사가 성공했다. 이번 사고 이전에는, 연말까지 최소 12차례에 걸쳐 팔콘 9를 우주 공간으로 날려 보낼 계획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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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튜브 갈무리9월1일 민간 우주개발 업체 스페이스X가 만든 팔콘 9 로켓이 연료 주입 도중 폭발했다.
그사이 사고가 없지는 않았다. 2010년 이후 처음으로 팔콘 9에서 사고가 난 것은 지난해 6월이다. 그땐 발사 직후 폭발했다. 이번 폭발로 가장 큰 충격을 받은 사람은 다름 아닌 저커버그 페이스북 회장이다. 추후 재발사 문제는 접어두고라도, 사고 원인 조사에만 최소 수개월이 걸리기 때문이다.
오지에서도 고화질 영화 1.6초 만에…

대안이 없지는 않다. 페이스북은 보잉 737보다 더 긴 날개를 갖춘 드론, 즉 무인기 아킬라(Aquila)를 지상 9600m 성층권에 띄워 인터넷 서비스를 제공하는 계획을 세워놓았다. 지난 7월에는 첫 시험 비행에 성공했다. 궁극적으로 아킬라는 태양열을 동력원으로 한 번에 최소 3개월간 성층권에 머물면서 레이저를 통해 지상으로 인터넷 신호를 쏜다. 페이스북 측은 2GB 용량의 고화질 영화를 최고 1.6초 만에 내려받을 수 있는 인터넷 속도가 가능하다고 설명한다. 그렇다고 해도 페이스북은, 아킬라보다는 전 세계 오지의 수많은 주민들에게 무료 인터넷을 보급하기 위해 설계했던 통신위성 아모스 6에 큰 기대를 걸었다.
아모스 계획은, 2013년 출범한 ‘인터넷닷오그(Internet.org)’ 프로젝트의 일환이었다. 이 프로젝트는 저커버그가 전 세계 인구 74억명 가운데 지금까지 인터넷을 접하지 못한 42억여 명에게 인터넷을 무료로 보급하겠다는 취지로 만들었다. 기반시설 확충을 위해 지금까지 투입된 자금만 10억 달러(약 1조1000억원)가 넘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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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Google구글은 무인 열기구 풍선을 띄워 인터넷 서비스를 제공하는 ‘프로젝트 룬’을 운용하고 있다.
예기치 않은 팔콘 9의 폭발로 울상이 된 페이스북에 비해 인터넷 낙후 지역 보급 프로젝트를 훨씬 먼저 시작한 구글은 승승장구하는 중이다. 위성과 무인기를 이용한 페이스북과 달리 구글은 지구 성층권에서 석 달 이상 머무를 수 있는 무인 열기구 풍선을 띄워 인터넷 서비스를 제공하는 ‘프로젝트 룬(Project Loon)’을 이미 2011년에 출범시켰다. 2013년 6월 구글은 뉴질랜드에서 풍선 30개로 첫 시험 운용에 나선 뒤 칠레와 오스트레일리아에서 시험 비행을 완료했다.

구글은 지난 2월부터 스리랑카의 인터넷 낙후 지역을 대상으로 시험 운용을 시작했다. 인구 2000만여 명인 스리랑카의 인터넷 보급률은 현재 22%이다. 하린 페르난도 통신장관은 최근 언론에 “만일 구글의 ‘프로젝트 룬’이 성공하면 앞으로 2년간 인터넷 보급률을 50%까지 끌어올릴 수 있을 것이다”라고 기대감을 표시했다. 구글은 지난해 10월 인도네시아 정부와도 프로젝트 룬 이용에 관한 양해각서를 체결했다. 약 900개 섬으로 이뤄진 인도네시아는 전체 2억5000만 인구 중 17%만이 인터넷을 사용하고 있다. 구글은 연말까지 인도네시아 현지 이동통신 업체들과 손잡고 프로젝트 룬의 시험 운용에 들어갈 예정이다.
페이스북과 구글의 인터넷 보급 경쟁은, 마치 지구촌의 인터넷 낙후 지역 주민들을 위한 자선 행위처럼 보인다. 하지만 본질적으로는 이들의 글로벌 사업 프로젝트와 긴밀히 연계되어 있다. 회사 이미지를 높이는 한편 신규 인터넷 사용자를 확보해 엄청난 광고 수익을 창출할 수 있기 때문이다.

자선 행위? 광고 수익 창출!

실제로 페이스북은 지난해 2월, 인터넷 보급률 34%인 인도에서 선별적으로 무료 인터넷을 제공하는 사업인 ‘프리 베이직스(Free Basics)’ 사업을 시작했다. 사용자가 1500만명까지 치솟았다. 그러나 지난 2월 인도 통신규제국이 프리 베이직스 서비스를 중단시켰다. 프리 베이직스는 페이스북을 포함한 일부 서비스에 접속할 때만 무료로 사용 가능하다. 그런데 인도의 관련 규범에 따르면, ‘통신망 업체는 특정 서비스나 콘텐츠에 차별대우를 할 수 없다’. 페이스북이 이른바 ‘통신 네트워크 중립성’ 원칙을 위반했다는 것이다. 그러자 페이스북은 프리 베이직스 대신 ‘익스프레스 와이파이’를 새로 도입해 지난 8월부터 인도 농촌 지역에서 무선 인터넷 서비스를 시험 운영 중이다.

이번 폭발 사고로 페이스북은 ‘우주를 통한 인터넷 보급’이란 꿈을 접게 될까? 그럴 가능성은 없을 것 같다. 오히려 저커버그는 아모스 같은 통신위성을 다시 확보하려고 노력할 가능성이 크다. 돈이 아니라 위성 제작에 걸리는 시간이 문제다. 통신 분야 전문가인 팀 파라는 〈월스트리트 저널〉 인터뷰에서 “아모스는 아주 복잡한 위성이다. 다시 만들려면, 2억 달러 이상의 비용은 물론 기술 요원 수백명과 최소 2년 정도의 시간이 필요하다”라고 밝혔다. 대안으로 거론되는 아킬라 역시 최근에야 첫 시험 운행을 마쳤을 뿐이다. 최종 배치까지 최소한 수년이 필요하다는 관측이 지배적이다. 모바일 전용 송전탑을 인터넷 낙후 지역에 건설하는 방법도 있다. 이른바 애리즈(ARIES) 프로젝트다. 그러나 이 시스템이 제대로 가동되기까지는 수십 년이 걸린다고 한다.

기자명 워싱턴∙정재민 편집위원 다른기사 보기 editor@sisai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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