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갤노트7 사태, 삼성은 어떻게 위기를 키웠나

2016년 10월 27일(목) 제475호
차형석 기자 cha@sisai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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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기대를 모았던 갤럭시 노트7은 출시 54일 만에 역사 속으로 사라졌다. 이번 사태로 삼성전자가 휴대전화 사업을 시작한 이래 최대 위기를 맞고 있다. ‘관리의 삼성’이 왜 위기관리에 실패했을까.

출시 54일 만의 단종. 상상하기 어려운 일이었다. 지난 8월2일 삼성전자는 뉴욕 ‘삼성 갤럭시 언팩’ 행사에서 갤럭시 노트7을 처음 공개했다. 노트 시리즈의 여섯 번째 제품이었지만 상반기에 출시된 갤럭시 S7과의 일관성을 고려해 숫자 하나(6)를 건너뛰었다. 새로 탑재된 기술에 대한 자신감도 반영되었다. 홍채 인식, 방수·방진 기능은 국내외 언론의 호평을 얻었다. 8월11일 고동진 삼성전자 무선사업부장(사장)은 “갤럭시 노트7에 대해서 조심스럽게 기대를 가져본다”라고 말했다.

갤럭시 노트7의 초반 기세는 기대 이상이었다. 국내외 소비자들의 호응이 컸다. 국내 예약 판매량이 40만 대를 기록했다. 갤럭시 S7 출시 때보다 3배가 많았다. 판매 호조를 기반으로 삼성전자 주가가 ‘마의 벽’으로 여겨지던 160만원을 넘어섰다. 3년7개월 만에 사상 최고가를 뛰어넘는 데 성공했다. 하지만 ‘폭발’ 논란에 휩싸이면서 주가가 요동쳤다. 갤럭시 노트7 판매 중단을 선언한 10월11일에는 이날 하루 삼성전자 주가(종가 154만5000원)가 8.04% 폭락했다. 2008년 금융위기 이후 가장 큰 폭락이었다.

ⓒAP Photo
10월10일 하와이 호놀룰루에 사는 디 데카사라는 여성이 전날 교환받은 갤럭시 노트7이 자체 열기에 그을려 연기가 나는 것을 발견했다며 공개한 사진.
삼성전자가 최대의 위기를 맞고 있다. 10월11일 영국 <파이낸셜 타임스>는 갤럭시 노트7 사태와 관련해 타이레놀 리콜 사례를 참고해야 할 것이라고 지적했다. <파이낸셜 타임스>는 왜 34년 전 제약회사의 일을 거론했을까. 위기관리의 고전으로 꼽히기 때문이다.

1982년 타이레놀을 만든 제약회사 존슨앤드존슨은 크게 고무되어 있었다. 당시 타이레놀은 10억 달러에 이르는 진통제 시장에서 점유율 37%를 차지하고 있었다. 1986년까지 시장의 50%를 휩쓸 것이라는 전망도 나왔다. 1982년 9월 초에 열린 전략기획 회의에서 제임스 버크 존슨앤드존슨 회장은 느닷없이 이런 말을 했다. “타이레놀 같은 대표 제품에 무슨 일이 일어나면 어떻게 한단 말인가? 그 어떤 것도 완전무결한 것은 없는 법이 아닌가.”

혼잣말은 3주 뒤에 현실이 되었다. 1982년 9월 말 시카고에서 7명이 타이레놀을 복용하고 사망하는 사건이 일어났다. 청산가리 중독이었다. 누군가 캡슐 형태의 타이레놀에 청산가리를 주입한 것이었다(범인은 끝내 잡히지 않았다). 타이레놀은 소비자 안전을 위협하는 치명적 제품이 되어버렸다. 10월4일 존슨앤드존슨은 문제가 된 제품 라인의 타이레놀 제품을 즉각 리콜했다. 특이한 점은 당시 미국 식품의약국(FDA)과 연방수사국(FBI)이 리콜을 하지 말라고 강력하게 권고했다는 점이다. 모방 범죄에 대한 우려 때문이었다. 그러나 존슨앤드존슨은 3100만 병에 달하는 제품을 스스로 거두어들였다. 타이레놀 사례는 자사 제품에 대한 책임을 조직이 자발적으로 받아들인 중요한 사례로 기록된다(<위기, 관리와 예방> 이안 미트로프, 거스 어내그노스 지음).

ⓒ연합뉴스
9월2일 고동진 삼성전자 무선사업부장(사장)이 서울 태평로 삼성본관에서 갤럭시 노트7 관련 긴급 브리핑을 하고 있다.
당시 존슨앤드존슨의 최고 경영진은 대응 과정을 언론에 소상히 알렸다. 독극물 오염 여부를 쉽게 알 수 있도록 캡슐 형태를 알약 형태로 바꾸었고, 이 과정에서 회사는 5억 달러를 쏟아부은 것으로 알려졌다. 결국 나락으로 떨어졌던 제품에 대한 신뢰가 회복되었다. 사건 이후 7%까지 내려갔던 시장점유율이 32%로 올라섰다. 이런 면에서 타이레놀 사건은 기업이 대형 위기에 대응한 모범 사례로 꼽힌다.

대규모 리콜을 했지만 위기관리 측면에서 타이레놀은 성공 사례로, 현재까지 갤럭시 노트7은 실패 사례로 꼽힌다. 사태 초반만 해도 삼성전자는 존슨앤드존슨의 길을 걷는 것처럼 보였다. 9월2일 삼성전자는 일부 배터리에 결함이 있었다며 한국과 미국을 포함해 10개국에서 판매한 250만 대 전량을 신제품으로 교환하거나 환불한다고 발표했다. 리콜 비용은 1조원에서 1조5000억원으로 추산되었다. 이때까지만 해도 삼성의 리콜 결정을 평가해줄 만하다는 의견이 많았다. 기업 위기관리 전문가인 김호 더랩에이치 대표는 “현재 상황에서 볼 때는 실패한 위기관리이지만 9월 초 삼성이 사과하고 리콜을 결정한 것은 나름 과감한 조치로 인정할 만했다”라고 말했다. 그렇다면 갤럭시 노트7과 타이레놀은 어느 지점에서 갈라졌을까?

9월2일 고동진 삼성전자 사장은 배터리 결함을 발화 원인으로 꼽았다. 갤럭시 노트7의 배터리 제조사는 두 곳인데, 한 회사의 배터리에서 결함이 발견되었다고 밝혔다. 그 회사는 삼성SDI인데, 고 사장은 회사 이름을 거명하지는 않았다. 많은 소비자들이 배터리만 교체되면 문제가 없다는 메시지로 받아들였다. 환불보다는 교환을 선택한 소비자가 더 많았다. 그런데 새 배터리가 장착된 제품에서 또다시 발화 사고가 난 것이다. 위기관리 전문가인 유재웅 을지대학교 교수(의료홍보디자인과)는 “이때 첫 단추가 잘못 끼워졌다”라고 말했다. 그는 “위기 커뮤니케이션의 3원칙이 신속·일관·개방이다. 여기에서 개방성은 사실을 소비자에게 정확히 알려야 한다는 뜻을 담고 있다. 그런데 삼성은 ‘발화의 원인을 정확하게 모르고 있다’는 사실을 알리지 않은 셈이 되어버렸다”라고 말했다. 원인 규명이 미진하다는 사실을 밝히고 원인을 제대로 찾기 전까지 어떤 조치를 취할 것인지 알렸어야 한다는 지적이다. 10월4일 삼성전자의 의뢰로 불에 탄 갤럭시 노트7을 검사한 한국산업기술시험원도 “외부 충격 또는 눌림으로 추정되는 흔적이 관찰됐다”라는 발표를 하면서 부실한 원인 규명을 거든 꼴이 되어버렸다.

ⓒAP Photo
타이레놀 리콜 사태 때의 존슨앤드존슨 제임스 버크 회장.
이처럼 처음에 원인을 배터리 탓으로 규정하면서 삼성의 대응이 꼬일 수밖에 없었다. 새 제품에서도 발화 사고가 나니 원인에 대한 논란이 또다시 불붙었지만 삼성은 침묵했다. 타이레놀 사례를 되돌아보면, 당시 언론은 ‘내부인이 독극물을 주입할 가능성’에 대해 주목했다. 경영진은 “회사 시설 어디에서도 청산가리를 취급하는 곳이 없기 때문에 그럴 가능성은 없다”라고 답변했다. 하지만 이는 사실이 아니었다. 제품 테스트에 청산가리를 사용하는 시설이 있었다. 그러자 존슨앤드존슨은 다시 기자들을 소집해 처음의 발표가 실수였음을 바로잡았다. 이런 솔직한 태도가 신뢰를 높였다.

컨설팅 기업 스트래티지샐러드의 정용민 대표는 “이번 사태를 보면 위기를 정의하는 데 혼선이 보인다”라고 말했다. 초기부터 제품 하자와 소비자 안전 가운데 후자를 좀 더 명확하게 했어야 한다고 지적했다. “단순한 제품 하자 문제라면 교환·환불로 해결될 수 있다. 하지만 소비자 안전 이슈가 위기의 핵심이었다면 처음부터 사용 중단을 강력히 권고했어야 했다.”

이병태 카이스트 경영대학 교수는 “현재 문제를 제대로 찾는 게 급선무다”라고 말한다. 그동안 삼성은 경쟁사 애플과 속도전을 벌여왔다. 이 교수는 두 회사의 차이를 지적한다. 삼성은 경쟁자 애플과는 달리 보급형에서 프리미엄까지 다양한 제품 라인을 가지고 있고, 봄·가을 연간 2회 신제품을 출시하는 전략을 구사했다. “설계, 테스트 기간의 압박을 느낄 수 있는 구조다. 이런 구조에서 갤럭시 노트7의 홍채 인식·방수·고속 충전 기능은 차기 모델에도 승계되었을 가능성이 높다. 만약 원인이 배터리가 아니라면 문제가 언제 해결될지 예상하기 어렵다.” 그는 “삼성의 스마트폰 전략을 재검토할 시점이 왔다”라고 말했다.

단종 사태로 인한 손실 총 7조원 예상


이번 갤럭시 노트7 사태는 단순한 기술 문제에 그치지 않는다. <뉴욕 타임스>는 이번 사태와 관련해 삼성 내부의 조직 문화를 한 원인으로 거론했다. 전직 삼성 직원의 말을 통해 톱다운 방식의 군대식 문화가 있고 이런 조직 문화가 문제를 복잡하게 만들었을 수 있다는 내용이다. 김호 더랩에이치 대표는 “세계적인 경영 컨설턴트 마셜 골드스미스는 ‘조직 문화가 최종 성과의 35%를 결정한다’고 했다. 나머지 65%는 강력한 브랜드 파워, 지식재산권, 우호적 제반 환경 등이다. 삼성이 이 위기를 터닝포인트로 만들려면 스스로 내부 문화의 문제점을 짚어야 한다”라고 말했다.

10월12일 고동진 삼성전자 사장은 임직원들에게 ‘시간이 다소 걸리더라도 끝까지 원인을 밝혀내 품질에 대한 자존심과 신뢰를 되찾겠다’라는 전자우편을 보냈다. 원인 규명이 늦어질 경우 새 모델 출시에도 차질이 빚어질 것으로 보인다. 삼성전자는 갤럭시 노트7을 단종하면서 향후 2개 분기에 걸친 기회손실액이 3조원 중반에 이를 것으로 전망했다(올해 4분기에 2조원 중반, 내년 1분기에 1조원 규모). 삼성전자가 이번 단종 사태로 인한 리콜 비용, 기회 손실 등의 총합계는 7조원에 달하리라 추산된다. ‘관리의 삼성’이 위기관리의 실패에 직면한 것이다. ‘7조원의 교훈’이 어떻게 새겨질지는 삼성 자신에게 달려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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