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이델베르크 빌리지를 설계한 건축가 볼프강 프라이 씨는 열정적이었다. “영어를 할 줄 아나요? 그렇다면 다시 한번 설명해줄게요. 어떻게 햇빛만 있어도 충분히 따뜻할 수 있는지.” 통역을 거치다 보니 하고 싶은 말을 다 못했던 것일까, 속사포처럼 자신이 구상한 건물을 자세히 설명했다.
100% 신·재생 에너지로만 생활할 수 있나?
가능하다. 에너지 수요를 줄이고 효율을 극대화했기 때문이다. 거기에 그치지 않고, 태양열 패널을 통해 에너지를 직접 생산한다. 하이델베르크 빌리지를 패시브 하우스가 아니라 ‘플러스 하우스’로 부르고 싶다.
지금까지 본인이 설계한 다른 프로젝트도 지속 가능한 친환경 건물이었나?
그렇다. 프라이부르크에 들어설 예정인 ‘스마트 그린 타워’라는 건물이 대표적이다. 16층짜리 사무실 빌딩인데, 패시브 하우스 겸 발전·축전소 구실을 한다. 사무실은 밤에 전력을 거의 사용하지 않는다는 점에 착안했는데, 저장해둔 전기를 유연하게 사용해 이웃 건물에 나눠준다. 스마트 그린 타워 하나로 주변 구역에 전기를 공급할 수 있는 셈이다. 중국과 러시아에서도 프로젝트를 준비 중이다.
왜 친환경 건축을 고집하는가?
지구온난화 때문이다. 독일에서는 기후변화의 영향으로 한 번도 태풍이 발생하지 않았던 함부르크 지역이 태풍 피해를 보기도 했다. 후세에게 더 나은 땅을 물려주는 것이 우리의 과제라고 생각한다. 전기나 난방을 위해 계속 석유를 태우는 것은 어리석은 일이다. 후손들은 석유화학 제품조차 쓸 수 없게 될 것이다.
하이델베르크 구도심 건물 대부분은 여전히 비효율적인데.
새로운 건물을 패시브 하우스로 짓는 것이 일단 중요하다. 독일에서는 벽 한쪽을 통째로 유리로 만드는 것이 유행이다. 어리석다. 에너지 효율로 봤을 때 최악의 낭비다. 물론 리모델링해서 친환경적으로 바꾸는 것도 중요하다.
패시브 하우스를 지을 때 건축비용이 추가되는데?
맞다. 아직 태양열 패널이나 축전 장치도 비싼 게 사실이다. 그래서 지속가능성을 추구하려면 항상 똑똑해야 한다. 비용 차이를 줄일 많은 아이디어가 필요하다. 하이델베르크 빌리지의 경우, 태양광 패널을 옥상에만 설치하지 않고 차양 대신 설치한 것도 건축비 절감 아이디어 중 하나였다. 독일에서 태양광 패널 가격은 약 400유로(약 50만원)다. 그러나 원래 달려고 했던 차양이나 지붕을 태양광 패널로 교체하면 추가 비용이 줄어든다. 일반적 차양이 250유로(약 31만원) 정도이므로 건설업체가 추가로 부담해야 할 금액은 150유로(약 18만5000원) 정도다. 이런 식으로 비용을 줄여주는 여러 가지 아이디어가 실행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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