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이야기가 고객들에게 얼마나 순진하고 가소롭게 들렸을지 알게 되기까지 얼마 걸리지 않았다. “네이버를 다루느냐”라는 말의 정확한 뜻은 ‘네이버 검색 결과 조작도 해주느냐’였다. “카페나 블로그도 다루느냐”는 검색 결과를 빠르게 바꿔줄 수 있는 이른바 최적화 블로그와 카페를 충분히 확보하고 있냐는 소리였다. 다시 풀어 말하면, “너희 회사도 검색 결과를 우리에게 유리하게 조작해줄 수 있니?”라는 질문이었다.
검색 최적화(SEO:Search Engine Optimization)라는 미명하에 진행되는 국내 온라인 바이럴 마케팅의 실상은 이렇다. 고객들은 흔히 네이버 검색 결과 상위에 뜨는 부정적인 포스팅을 지워달라고 요청한다. 그러면 바이럴 마케팅 대행업체 측에서는 사전에 비용을 지불해 확보한, 검색 결과 상위에 잘 노출되는 ‘최적화 블로그’를 활용한다. 예컨대 해당 회사가 중요하게 생각하는 키워드들이 포함된 ‘물타기’ 포스팅을 마구 올리는 것이다. 최적화 블로그는 검색 결과 상위에 노출되기 쉽기 때문에, 고객사 측에서 보기에 좋지 않은 글을 순식간에 검색 순위 밑으로 밀어내버릴 수 있다.
검색 최적화(SEO)라는 개념이 처음으로 등장한 미국에서는 이런 방식으로 검색 결과를 조정하지 않는다. 구글 검색 결과에 잘 반영되는 기본 요건에 충실할 뿐이다. 적절한 키워드를 선정하고, 검색 엔진이 주로 잘 수집해가는 몇몇 사이트 위치에 키워드를 적절히 배치하며, 외부 링크와 연결을 영리하게 설정하는 식이다. 원칙적이고 정형화된 덕분에 구글 검색 최적화 여부를 판별해주는 사이트도 생겼다. 반면 네이버에서는 이런 작업이 원천적으로 불가능하다. 네이버가 검색 결과 조작에 나서는 수많은 대행사들과 머리싸움을 하면서 수시로 검색 알고리즘과 원칙을 변경하기 때문이다.
중국은 이미 ‘왕훙’ 경제권이 18조원 규모
어디서부터 잘못된 걸까? 포털형으로 진화한 우리나라 검색 엔진 회사에 먼저 질문을 던질 수밖에 없다. 카페·지식인·블로그, 뉴스 등 다양한 플랫폼을 서비스하는 포털에 사용자와 콘텐츠를 가둬둘수록, 광고 매출은 증가할 가능성이 높아진다. 그래서 자사 서비스에 최적화된 블로그·카페는 검색 결과에 가산점을 받는다. 블로그 이웃을 많이 맺어서 플랫폼을 옮길 가능성이 낮을수록, 방문자가 많아 더 많은 검색 트래픽을 유도할수록, 더 많은 회원을 오랫동안 확보할수록 검색 결과 노출에 용이하다. 포털 처지에서는 더할 나위 없이 합리적인 의사 결정이다.
결국 남는 것은 온라인 공론장의 문화다. 온라인 공간은 사적인 이익을 추구하는 것을 터부시하고, 남들의 시선이나 평판을 의식한다. 이런 문화 탓에 사적 이익을 확보할 수 있는 온라인 활동은 최적화 블로그 및 카페 거래, 블로그 협찬 논란, 검색 조작 등에서 볼 수 있듯 음지로 숨어든다.
이웃 나라 중국은 이런 흐름에서 더 앞서 나가고 있다. ‘왕훙(網紅·인터넷 스타)’이라 불리는 온라인 인플루언서들이 만든 콘텐츠와 상품이 적극적으로 소비되고 있다. 왕훙 경제권은 이미 1000억 위안, 우리 돈으로 18조원 규모의 시장을 형성하고 있다.
-
창조경제 헛발질 인프라 혁신으로 극복해야
창조경제 헛발질 인프라 혁신으로 극복해야
이종대 (데이터블 대표)
박근혜 정부 이후 창조경제에 길이 있을까? 한국 경제를 지탱할 신성장동력이 사라져간다는 이야기가 심심찮게 들린다. 주변국은 이미 바쁘게 움직이고 있다. 미국과 중국의 질주, 일본의...
-
네이버 개편, ‘이웃 수’보다 콘텐츠 축적이 중요하다
네이버 개편, ‘이웃 수’보다 콘텐츠 축적이 중요하다
이종대 (데이터블 대표)
한국인이 취약한 분야 중 하나가 ‘축적’이다. 근면하고 성실하지만 오랜 세월 꾸준히 쌓아 전수하는 문화는 찾기 힘들다. 유구한 역사를 자랑한다면서도 정작 몇십 년 된 노포조차 드물...
-
네이버 ‘요약봇’, 진화인가 편집권 침해인가
네이버 ‘요약봇’, 진화인가 편집권 침해인가
신한슬 기자
‘스크롤 압박’이라는 인터넷 은어가 있다. 글이 길면 인터넷 브라우저 오른쪽에 있는 ‘스크롤바’를 오랫동안 내려야 하는 ‘압박감’이 생긴다는 뜻이다. ‘스크롤 압박’이 느껴지는 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