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 아이들에게 학원이란 무엇일까? 얼마 전 대구시교육청이 초등학교 6학년, 중학교 1학년을 대상으로 설문조사를 했다. 조사 결과 응답 학생의 91.6%(초등학생 94%, 중학생 89.2%)가 부모의 권유로 학원에 다닌다고 답했다. 자신의 선택으로 학원에 다닌다고 답한 학생은 초등학생의 1.9%, 중학생의 2.1%에 불과했다. 충청북도교육청이 도내 초등학생을 대상으로 한 설문조사를 보면, 부모 혹은 보호자에게 가장 바라는 것으로 초등학생의 36.3%가 ‘학원을 쉬게 해달라’는 것이었다. 이러한 결과는 일부 시·도에 국한된 게 아니라 전국적인 실태라고 봐도 될 것 같다.
한 10년 전쯤으로 기억된다. 인천에 사는 초등학교 6학년 아이가 ‘학원을 조금만 다녔으면 좋겠다’며 자살한 사건이 있었다. 물론 극단적인 사례겠지만, 간과해서는 안 될 문제다. 통계청이 2015년에 발표한 사회조사 보고서를 보면 20세 이상 성인은 자살 충동 이유로 ‘경제적 어려움(42.6%)’을 꼽았지만, 13∼19세 청소년은 ‘성적 및 진학 문제(39.2%)’를 주된 요인으로 꼽았다. 이 정도라면 우리 사회와 가정은 모두 아동학대 혐의가 있다고 볼 수 있지 않을까? 아동학대의 개념은 ‘보호자를 포함한 성인에 의하여 아동의 건강·복지를 해치거나 정상적인 발달을 저해할 수 있는 신체적·정신적·성적 폭력 또는 가혹행위 및 아동의 보호자에 의하여 이루어지는 유기와 방임’이다. 학원 수강은 아이들에게 신체적·정신적 가혹행위로 볼 수도 있을 것이다.
어린이 삶의 만족도 OECD에서 꼴찌
이렇게 힘겨운 어린 시절을 보내고 나서 맞이하는 우리 삶의 모습은 또 어떤가. 출산율은 OECD 국가 중 가장 낮고, 사회복지는 최하 수준이다. 연간 노동시간이나 산재사망률은 최고 수준이며 가계부채는 OECD 국가 중 최고이며 자살률도 최고로 나타났다. 노인 빈곤율과 노인 자살률도 OECD 최고였다. 이 정도 지표만 보더라도 우리나라 사람들은 무척 불행한 삶을 살고 있다고 느낄 것이다. 이런 지표 말고도 세계 최고를 자랑하는 것이 더 있다. 가장 낮은 최저임금, 대학교육 가계 부담, 실업률 증가, 저임금 노동자 비율, 사교육비 지출, 이혼 증가율 등이 그것이다.
우리 삶을 요약하면 초·중·고교 시절은 학원을 다니며 대학 진학 경쟁, 대학에 가서는 취업 경쟁, 취업 후에는 직장에서 살아남기 위한 경쟁, 나중에 노인이 되어서는 빈곤과 외로움에 시달리는 일이다. 우리 아이들만이라도 행복하게 할 수 있는 방법은 없을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