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목심 곰탕도 좋구나

2016년 12월 01일(목) 제480호
김진영 (식품 MD) webmaster@sisai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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얼마 전 일본에 출장 가 있을 때였다. 서울 광화문에서 촛불이 타오른 토요일 오후 윤희한테서 메시지가 왔다. “아빠 11월12일에 더 큰 시위가 있대. 우리도 가자~” “그래 가자~” 일 때문에 광화문에 함께 있지 못해 무거웠던 마음이 가벼워지는 느낌이었다.

마침 최순실씨가 검찰에서 조사를 받다가 시켜 먹은 곰탕이 실시간 검색어 1위를 할 때였다. 곰탕이 암호냐 아니냐 왁자지껄한 뉴스를 보노라니, 식품 MD로서 묘한 기분이 들었다.

곰탕은 윤희가 무척 좋아하는 메뉴이기도 하다. 곰탕은 끓이기가 귀찮아서 그렇지 한번 만들어놓으면 몇 끼는 반찬 걱정 없이 가뿐하게 넘길 수 있다.

ⓒ김진영 제공

요즘은 대형 마트나 인터넷 등에서 제법 다양한 곰탕 가공품을 고를 수 있다. 얼핏 봐도 종류가 수십 가지다. 횡성 한우로 푹 고아 만들었다는 명품 곰탕도 있고, 1인분에 990원짜리도 있다. 유명 연예인을 내세워 팔기도 한다. 그러나 이런 가공품을 사다 끓여주면 윤희가 잘 안 먹는다. 이유는 단순하다. 맛이 없기 때문이다.

먼저 이들 가공품에는 고기가 부실하다. 고기가 아예 없거나 있어도 종잇장처럼 얇다. 몇 번 씹지도 않았는데 목으로 넘어가버리니 흡사 고깃국물에 적신 휴지를 씹는 듯하다. 국밥의 매력은 듬성듬성 썬 고기와 함께 먹는 따스한 국물 맛인데, 뭘 먹으라고 국물만 있는 상품을 만들었는지 모르겠다.

유통 과정에만 중점을 둔 레토르트(포장지에 식품을 넣고 고온·고압으로 살균하는 가공법) 식품의 한계는 말할 것도 없다. 레토르트는 전투식량으로 휴대 편리성을 목표로 만든 가공 방법이다. 일상에서도 조리한 식품을 다시 데우면 누가 만들었든 맛이 반감된다. 레토르트 식품은 한번 조리한 것을 고온에서 멸균한 뒤 집에서 먹을 때 한 번 더 열을 가한다. 고깃국물 요리의 경우 묵은 기름 맛이 두드러진다. 만약 맛있다고 느껴진다면 조미료의 힘을 제대로 빌렸다고 봐도 무방하다.

내가 집에서 곰탕을 끓이는 방법은 이렇다. 쇠고기 부위 중 양지머리나 목심을 600g 정도 사서 두 시간가량 끓인다. 양지머리가 가장 좋기는 하지만 가격이 비싸다. 목심은 그보다 가격이  싸지만, 국물은 양지머리 못지않게 깔끔하고 맑게 나온다. 그러면서도 구수한 맛이 있다. 그야말로 ‘가성비’가 최고다. 쇠고기 산지나 곰탕 가공 공장을 다니면서 알게 된 노하우다.

곰탕은 사골처럼 푹 곤다고 마냥 좋은 것은 아니다. 마늘 몇 쪽과 간장을 조금 넣고 두 시간 정도 끓이면 맑은 국물이 우러나온다. 그 시간을 넘기면 고기 맛이 퍽퍽해진다. 단, 핏물을 빼기 위해 한소끔 끓인 물은 버리고 새로 끓여야 한다. 국밥에는 송송 썬 파를 듬뿍 넣는 것이 딱 맞는 궁합이지만, 윤희처럼 파를 먹지 않는 이들을 위해 생각해낸 묘수가 바로 국물이 뜨거울 때 파를 넣었다 빼는 것이다. 윤희가 먹는 국밥에 파는 보이지 않지만, 국물에 파의 향과 맛이 은은하게 우러나 있다. 윤희가 파 향을 싫어하지 않느냐고? 보이지 않으면 신경 쓰지 않는다.

검찰 소환에도, 촛불집회에도 곰탕이 제격


11월12일 토요일, 드디어 윤희랑 손잡고 광화문에 나갔다. 윤희로서는 생애 첫 집회 참가다. 우리 부녀에게는 ‘촛불집회도 식후경’이다. 둘이서 뭘 먹을까 궁리하다 곰탕집을 찾지 못해 갈비탕으로 대신했다. 갈비탕을 먹으면서 윤희가 한소리 한다. “아빠, 요즘은 왜 깍두기 안 담가? 깍두기 먹은 지 오래됐잖아?” 나에게는 윤희의 요구가 그 어떤 비선 실세의 말보다 더 지엄하다. 다음 주에는 꼭 깍두기를 담가야겠구나. 깍두기가 익으면 분명히 “아빠, 깍두기 맛있게 익었네. 뭐 생각나는 거 없어?” 할 것이다. 곰탕을 끓여달라는 이야기다. 누구한테는 잠이 보약이라지만, 윤희한테는 곰탕이 보약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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