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1월22일 〈시사IN〉 인터뷰 쇼의 다섯 번째 인터뷰이는 원희룡 제주도지사였다. 독자들의 질문을 주진우·차형석 기자가 대신 전하는 자리다. 이날 새누리당 주변의 움직임은 분주했다. 남경필 경기도지사와 김용태 의원이 탈당했다. 원 도지사는 남 도지사, 정병국 의원과 함께 ‘남원정’으로 불리며 보수 정당의 개혁파로 활동해왔다. 서울 상수역 근처 베짱이홀에서 열린 인터뷰 쇼를 재구성했다.
 

 


‘내 인생의 사진’을 소개해달라.

첫 번째 사진은 고등학교 1학년 때 자취방이다. 지금 중문관광단지가 있는 제주도 서귀포시 중문동에서 태어났다. 거기에서 중학교 때까지 살다가 제주제일고로 진학해 자취를 하기 시작했다. 중문에서는 전기가 안 들어오는 산속 과수원에서 생활했다. 중문이 제주에서도 시골이었다. 제가 1982년에 대학에 들어갔다. 그때가 전두환 정권 직후인데 과외·본고사를 없앴다. 학력고사를 실시했는데 전국 수석을 해 주목을 받았다. 전깃불도 없이 공부를 했다는 것 때문에 유명해졌다. 두 번째는 2004 ~2005년쯤에 강화도에서 마라톤할 때 사진이다. 마라톤 동호회를 6년가량 했다. 선배 권유로 억지로 시작했다가 분위기에 휩쓸려 풀코스를 여덟 번 정도 뛰었다. 국회의원 할 때 힘든 구석이 많았는데 마라톤은 자신을 다잡기 위한 자기 학대였다(웃음). 세 번째는 올해 7월에 싱가포르에서 찍은 사진이다. 싱가포르에서 제주에 복합리조트 투자를 한다. 매년 제주 대학생 70명을 취업 겸 어학연수 코스로 보낸다.

 

 

 

ⓒ제주도청 제공고등학교 1학년 때 자취방에서 공부하고 있는 모습(맨 왼쪽). 강화도 마라톤 대회에서 뛰고 있는 모습(왼쪽).


박근혜 게이트를 어떻게 보는지?

온갖 군데에서 ‘수탈’하고 국정에 대해서는 인사 관여를 한 게 꼬리에 꼬리를 물고 나오고 있다. 대통령이 주범인 사건을 우리가 눈앞에서 현재진행형으로 보고 있다. 대통령이 책임을 피하려고 거짓말하는 것도 일반 범인들하고 똑같은 것 같다.

‘대통령 하야’ 주장에 대해서는?

집에 저와 아내, 딸 둘이 있는데, 얼마 전에 우리끼리 ‘국민투표’ 했더니 100% 하야다. 저도 대통령이 하야해야 한다고 본다. 그런데 지금 박 대통령, 새누리당 지도부는 스크럼 짜고 버티기에 나섰다. 대통령은 부끄러운 정도가 아니다. 그분 말을 되돌려주면 모두가 ‘(대통령에게) 속았다’. 저도 대통령 당선될 때 선거운동했기 때문에 책임이 있다. 잘못했고, 기회가 될 때마다 사과하고 있다.

 

 

 

 

ⓒ제주도청 제공제주 대학생들의 싱가포르 연수 현장을 찾아 함께 기념 촬영.

박 대통령 탄핵 가능성에 대해서는 어떻게 생각하는가?(방청객 질문)

지금 탄핵을 하게 되면 황교안 총리가 대통령의 권한을 모두 갖게 된다. 야당으로서도 난감할 것이다. 그래도 민심을 어길 수는 없다. 청와대가 말을 바꾸는 조짐이 있지만 야당이 총리에 합의하면 시간이 걸리더라도 그렇게 정리되지 않을까. 악마는 디테일에 있는데, 지금 헌재 재판관 중에 한 명이 아프다고 사퇴해버리면 헌재에서 탄핵 심판 자체가 열리지 않는다. 그렇게 되면 임기 끝까지 황교안 총리가 1년 넘게 하는 상황이 올 수 있다. 지금은 모든 게 유동적이다. 하지만 또한 정치는 모든 게 협상이 가능한 것이다. 저는 이 국면이 오래갈 것이라고 본다. 정치적 계산만 하면 박근혜 대통령은 버틸 것이다. 또 이런 국면이 장기화할 때 야당으로서도 나쁠 게 없다. 탄핵이 부결되거나 헌재에서 무산되면 민심이 폭발할 것이다. 다음 대통령 선거는 (여당 입장에서는) 치르나 마나다. 정치적 이득만 따진다면 장기화 쪽으로 갈 수밖에 없다. 여기에 변수가 특검 수사다. 지금 최고의 불확실성이 대통령인데, 대통령이 더 이상 버틸 수 없는 상황이 오고 모든 걸 내려놓으면 단시간 내에 질서가 잡힐 것이다. 민심을 이길 권력은 없다.

남경필 경기도지사와 김용태 의원이 탈당했는데. 새누리당을 탈당할 생각은 없나?

2주일 전에 남경필 도지사와 정병국 의원이 제주에 왔다. 결론은 탈당밖에 없다는 게 남 도지사의 의견이었다. 정병국 의원은 중립이었다. 저는 ‘탈당을 하려면 50명 정도는 해서 지각변동을 일으켜야지, 지금 개별 행동을 먼저 하지 말자’고 의견을 냈다. 많은 이야기를 했는데 서로 평행선이었다. 저는 책임 있는 사람 쫓아내고 ‘순실표 공천’이 있었는지 밝혀내고 할 수 있는 것을 해보고, 하다 하다 안 되면 그때 가서 고민하자는 생각이었다. 새누리당에는 부패·권위주의·탐욕 같은 게 드리워져 있다. 이걸 걷어내는 과정은 충격적 고통을 거칠 수밖에 없다. 이런 것을 청산하려면 시간이 무척 많이 걸렸을 텐데, 박근혜 대통령의 자폭에 의해서 앞당겨진 게 아닌가 싶다. 어렵긴 하다. 의원 구성을 보면 친박이 80명, 비박이 40명이다. 당내에서 합법적인 표결로는 관철할 방법이 없다.

최순실씨 등이 중문단지에 관심이 많았다는데.

중문골프장이 한국관광공사 소유다. 적자가 심해서 기획재정부가 공사 측에 ‘이 골프장을 팔아라’ 했고 ‘그럼 좋다, 제주도가 사겠다’고 했다. 그런데 관광공사에서 거기에 1500석짜리 한류 공연장을 만들겠다고 하더라. 그걸 부탁하려고 김종덕 문체부 장관을 만났는데 자기 일처럼 열심히 하더라. 그래서 ‘제주가 한류의 센터로 날개를 펴는구나’ 싶었는데, 공연장 규모를 점점 줄이자고 하더니 나중에는 거기에 콘도를 지어서 상가로 분양하겠다는 것이다. 중국 자본이 땅 장사, 분양하는 것을 못하게 하고 있는데 한국관광공사까지 땅 장사를 하느냐 싶어서 거절했다. 그러면서 무산되었다. 마지못해 그때 도장 찍었으면 요즘 텔레비전에 다른 모습으로 나왔을 것 같다(관객 웃음).

 

 

 

 

ⓒ시사IN 조남진원희룡 제주도지사(가운데)는 “반기문 유엔 사무총장이 새누리당으로 올 가능성이 크지 않아 보인다”라고 말했다.


2014년 제주에서 전국체전이 열렸는데, 정유라씨가 출전한 승마 경기는 인천에서 열렸다.

제주가 피해자다. 70억원 들여서 승마경기장을 만들어놓았다. 그런데 전국체전 한 달 전에 승마협회에서 승마는 인천에서 하겠다고 했다. 온갖 핑계를 대더니 나중에는 ‘말을 배에 싣고 오면 말들이 놀란다’는 선수들의 민원이 있다고 했다. 그럼 아테네 올림픽 때 전 세계의 말은 어떻게 이동했느냐고 했더니 말을 못하더라. 책상 치며 싸웠지만 결국 인천에서 승마 경기가 열렸다. 전국체전 끝나고 바로 소송했다. 제주도가 승소했다. 그런데 그때 민원을 낸 이가 알고 봤더니 최순실, 정유라 선수였다. 이래서 그랬구나 싶다. 지금 그 건과 관련해 최순실 등에 대한 소송을 준비 중이다.

대학 때 학생운동으로 투옥되기도 했는데, 왜 보수 정당을 선택했나?

구속되고 구로공단에서 야학도 하고 인천에서 노동운동을 하다가 뒤늦게 대학을 졸업했다. 20대 때는 군부 독재에 맞서 싸워야 한다고 생각했다. 30대 지나면서는 이념적으로 방황을 많이 했다. 동구권 사회주의가 무너지면서 운동권 시절에 ‘이것만이 옳다’고 하던 게 무너져 내렸다. 또 당시 보수 정당에는 저와 비슷한 생각을 하던 김부겸·김영춘·손학규 같은 정치인이 있었다. 한국이 바뀌려면 좀 더 합리적이고 대화가 되는 건강한 보수가 필요하다고 여겼다. 그 안에 있는 기존 기득권만으로는 변화가 힘드니까 운동권 출신이 들어가서 개혁의 축을 담당하자고 선언하고 들어갔다.

최근 박근혜 게이트를 보면 결국 실패 아닌가?

끝날 때까지 끝난 게 아니라고 생각한다.

원희룡이 꿈꾸는 대한민국은?

저는 민주화 세대이고 경제성장 세대다. 성취를 이어가면서 격차를 줄여야 한다. 서로가 대화와 협상이 가능하도록 정치적 갈등을 줄여야 한다. 발전을 이어가면서 격차를 해소하고 협상·타협이 가능한 정치를 만드는 것, 두 가지 목표가 있다.

 

 

 

 

ⓒ시사IN 조남진원희룡 제주도지사(가운데)는 제주도의 난개발과 중국인의 무분별한 투자 개발을 막겠다고 했다.


존경하는 인물은?

싱가포르의 리콴유, 미국의 링컨이 대단하다고 본다. 수많은 적들과 함께하며 통합을 해냈다. 리콴유는 독재 쪽에 가까운데 말레이시아에서 독립해 많은 반대자가 있었지만 나라를 국제적인 독립국가로 만들어가는 데 기여했다.

대통령 선거 경선에 뛰어드나?

이번에 할지 다음에 할지 고민이다. 도지사 임기가 절반 막 지났다. 내년 대선을 전제로 준비하지 않았다. 아직 결론 내지 않았다.

반기문 유엔 사무총장에 대해서 어떻게 평가하는가?

반기문 총장이 외교부 장관을 할 때 국회 외통위 활동을 해서 잘 안다. 새누리당에 안 올 것 같다. 반 총장이 정치 경험이 없다. 정치권이 온갖 갈등이 모이고 권모술수도 집중되는 곳이다. 국민들이 새누리당을 삭제하고 싶어 하는 상황인데 반 총장이 그 전면에 서려고 할까.

야권 대선 주자 가운데 가장 어려운 상대와 쉬운 상대를 꼽는다면?(방청객 질문)

안희정 도지사와는 자주 만나 대화한다. 둘이 딱 맞는 게 있다. 진보 쪽에서는 6·25 전쟁이 북침이라고 주장하는 극단을, 보수에서는 전두환 때가 좋았다고 말하는 극단을 떼어내자. 공통분모는 합리성이다. 그렇게 되면 진보를 선택하든 보수를 선택하든 어느 정도 안정적이고, 그런 체제로 가야 한다는 데 둘이 동의한다. 야권 대선 주자 중에서는 안 도지사에 대한 감정이 특별하다. 요즘은 이재명 성남시장을 주목한다. 거침없이 진보적인 주장을 하고 행동한다. 나는 그런 방식에 동의하지 않지만, 이재명 시장의 지지율 상승을 눈여겨보고 있다.

제주도의 중국화를 우려한다.(방청객 질문)

제주도가 이러다 중국 땅 되는 거 아니냐는 걱정, 잘 알고 있다. 중국인이 땅 사서 개발하는 방식에 강력하게 브레이크를 걸고 있다. 지난 몇 년간 진행된 게 있어서 그 설거지를 하고 있다. 난개발, 무분별한 투자를 막아서 질서를 잡아갈 거다. 2년간 도정을 하면서 난개발에 제동을 건 게 제일 중요한 것 같다. 하고 싶은 게 있다면 제주 도심지에 청년과 서민을 위한 좋은 임대주택을 짓는 것이다. 주택·교육이 큰 문제다. 국가·사회가 어느 정도 부담을 안아줘야 미래 세대가 희망을 설계할 수 있을 것 같다. 남은 임기 동안 제주에서 시범적 사업을 꼭 해보고 싶다(인터뷰 쇼 동영상은 〈시사IN〉 페이스북(facebook.com/sisain)에서 볼 수 있습니다).

 

 

기자명 차형석 기자 다른기사 보기 cha@sisai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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