실제로 ‘클린턴의 대역전’은 가능할까? 선거 전문가들은 ‘희박하다’고 답변한다. 먼저 트럼프와 클린턴의 득표 차이가 워낙 커서 뒤집기 힘들 것으로 본다. 각 경합 지역에서 표차가 수십, 수백 표가 아니라 1만~7만 표에 달한다. 과거 2000년 대선 당시에도 플로리다 주에서 조지 W. 부시 공화당 후보와 앨 고어 민주당 후보 간 득표 차이가 1784표로 나타나 재검표가 이뤄졌다. 하지만 결국 부시가 537표 차이로 최종 승리를 거두었다. 게다가 해당 경합 주에서 대다수 유권자들은 종이 투표지가 아닌 전자 투표기를 이용했다. 전문가들은, 전자 투표기가 잘못 작동되었을 가능성을 높게 보지 않는다.
일부 컴퓨터 보안 전문가들이 전자 투표기가 해킹당할 수 있다고 강력히 주장한 것이 이번 재검표 사태의 발단이다. 컴퓨터 전문가인 앨릭스 핼더먼 미시간 대학 교수가 지난 11월 말 자신의 블로그에 “현행 투표 기계가 보안상의 심각한 문제를 안고 있어 해킹에 노출될 위험이 있다”라고 지적하면서 재검표를 주장한 것이다. 그에 따르면, 해킹의 증거는 없지만 가능성은 확연하므로 물질적 증거를 통한 최종 확인이 필요하다는 것이다. 투표권 전문 변호사인 존 보니파즈 등은 3개 경합 주에서 전자 투표기를 활용한 지역의 클린턴 득표율이 광학 스캐너와 종이 투표지를 이용한 지역보다 평균 7%나 낮게 나왔다며, 해커들이 투표기에 악성 프로그램을 심어 투표 결과를 조작했을 가능성이 있다고 제기했다. 정작 클린턴 측은 이 같은 재검표 주장을 무시했다.
스타인은 11월23일 재검표를 위한 온라인 모금을 개시한 뒤 일주일도 안 되어 650만 달러를 거둬들일 정도로 수많은 반트럼프 유권자들의 호응을 얻었다. 연방 선거법에 따르면 재검표 최종 시한은 12월13일이다. 12월1일부터 재검표 작업에 들어간 위스콘신 주의 경우 상당수 검표 인력이 필요한데, 스타인은 이들의 인건비와 관련 변호사 비용 350만 달러를 주 당국에 지급한 상태다. 스타인은 위스콘신 주 선관위에 전자 개표가 아닌 손으로 투표용지를 확인하는 수작업에 의한 재검표를 요청했지만 받아들여지진 않았다. 미시간 주의 경우 해당 선관위가 11월29일 트럼프의 승리를 공식 확인했는데도, 스타인이 재검표를 요구한 상태다. 펜실베이니아 주의 경우, 재검표의 성사 자체가 쉽지 않을 듯하다. 11월28일 현재 9만 개가 넘는 펜실베이니아 주 일선 선거구 가운데 재검표 요구가 나온 곳은 100개 정도에 그친다.
대선 결과 뒤집힐 가능성은 낮아
주 단위 재검표 작업에 여러 번 참가한 경험이 있는 선거 분석가 데이비드 와서먼은 〈워싱턴 포스트〉와 한 인터뷰에서 “득표 차이가 큰 경우, 재검표에서 결과가 뒤집히는 것을 기대하기는 어렵다”라고 진단했다. 그래서 스타인이 재검표를 요구한 데는 이번 대선 결과에 불복한 유권자들의 불만을 최대한 활용해 자신의 정치적 기반을 넓히려는 의도가 아니냐는 관측도 나온다.
차기 행정부 출범을 위한 조각 작업이 한창인 상황에서 이처럼 재검표 논란이 터진 것에 대해 불필요한 정쟁을 우려하는 목소리도 있다. 그러나 일각에서는 미국 정가의 오랜 숙원인 낡은 투표 장비를 개선할 수 있는 좋은 기회라는 긍정적 평가도 나온다. 실제 50개 주 가운데 무려 43개 주에서 사용하는 투표 장비가 최소 10년 이상 된 데다 관련 소프트웨어도 윈도 2000 같은 낡은 운영체제다. 이 같은 투표 장비 노후화로 관련 부품 및 기술 지원이 제대로 공급되지 않아 선거 관리가 어렵다는 불만은 예전부터 제기되었다. 켄터키 법대 조슈아 더글러스 교수는 CNN 인터뷰에서 “스타인 후보의 재검표 요구가 클린턴 지지자들에게 만족할 만한 결과로 나타나긴 힘들 것이다. 그러나 연방 의회와 주 의회에 대해선 투표 장비 개선을 위해 더 많은 자원을 투입할 수 있는 촉진제로 작용할 것이 분명하다”라고 말했다. 아무리 해킹 위험이 낮더라도 지금처럼 노후화된 투표 기계는 유권자 행렬의 적체와 투표지 분실, 오작동 등 여러 문제를 일으킬 수 있다는 이야기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