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을 고르는 기준은 딱 두 가지입니다. 웃기거나 찡하거나. 사랑하는 그림책들은 두 줄로 정렬이 가능합니다. 바로 웃기는 그림책과 울리는 그림책이지요. 웃기는 그림책들의 맨 앞에 ‘조지와 마사’ 시리즈가 있습니다.

‘조지와 마사’ 시리즈는 3부작입니다. 〈조지와 마사〉 〈다시 돌아온 조지와 마사〉 〈빙글빙글 즐거운 조지와 마사〉. 세 권 가운데 특히 〈다시 돌아온 조지와 마사〉를 좋아합니다. 아마도 두 번째 책의 에피소드들이 유난히 유머 세포를 자극하는 모양입니다.

한편 세 권의 그림이 조금씩 다릅니다. 정확히 말해서 ‘조지’와 ‘마사’가 책마다 다르게 생겼습니다. 물론 같은 책 안에서는 비슷하게 생겼습니다. 독자 처지에서는 마치 작가 제임스 마셜이 성장하는 모습을 오랜 세월 지켜보는 것 같은 느낌이 듭니다.

조지와 마사는 하마 커플입니다. 표지는 두 하마가 열기구를 타고 하늘에서 아래를 내려다보는 모습입니다. 놀라운 것은 표지를 본 거의 모든 독자가 누가 조지이고 누가 마사인지를 단번에 알아챈다는 사실입니다. 사실 조지와 마사는 외모와 비율로 보면 아주 똑같이 생겼습니다. 몸매, 얼굴, 팔다리가 아주 똑같이 뭉툭합니다. 콧구멍은 정말 크고 똥그랗습니다. 눈은 바늘로 콕 찍어놓은 것처럼 작고 딱 모여 있습니다. 정말 똑같이 생겼습니다.

〈다시 돌아온 조지와 마사〉 제임스 마셜 지음, 윤여림 옮김, 논장 펴냄
그럼에도 불구하고 누구든 왼쪽 하마가 조지이고 오른쪽 하마가 마사임을 알 수 있습니다. 조지의 앞니는 노란 이빨이 하나 그리고 하얀 이빨이 하나입니다. 조지가 노란 이빨을 갖게 된 사연은 첫 번째 책 〈조지와 마사〉에 나옵니다. 마사는 앞니 두 개가 모두 하얗습니다. 그리고 마사는 왼쪽 귓바퀴 뒤에 빨간색 튤립을 꽂았습니다.

표지에서 볼 수 있는 결정적 매력은 조지와 마사를 구별하는 사소함이 아닙니다. 그건 바로 열기구 바구니가 대단히 좁아 보이는 겁니다. 거대 하마인 조지와 마사는 비좁은 바구니에 함께 타기 위해 기꺼이 자신들의 뱃살을 바구니 테두리에 얹어놓습니다. 취향에 따라 이런 몸 개그가 덜 웃길 수도 있습니다. 또한 저처럼 뚱뚱한 사람들이 지나치게 공감하는 게 아닌가 의심할 수도 있습니다. 하지만 걱정하지 마십시오. 여러분은 조지와 마사가 준비한 고품격 유머를 만나게 될 것입니다.

여러분은 본문을 보기 전에 속표지부터 보셔야 합니다. 속표지에서 조지와 마사는 둘이 서핑보드 하나를 함께 타는 묘기를 아주 담담하게 보여줍니다. 게다가 둘이 함께 탄 서핑보드는 완전히 수평을 이루고 있어서 마치 평지를 걷고 있는 것 같은 착각을 일으킵니다.

하지만 진정 여러분이 눈썰미 있는 독자라면 마사의 치맛자락과 머리에 꽂은 튤립이 바람에 휘날리는 것을 볼 수 있습니다. 조지와 마사가 탄 서핑보드가 한 줄기 연약한 파도 위에 중심을 잡은 것도 알 수 있습니다. 게다가 서핑보드 위에서 조지는 아무 흔들림 없이 지팡이를 짚고 서 있습니다. 그리고 책장을 넘기면 마침내 첫 번째 에피소드가 시작됩니다.

고도의 심리전 속에 깃든 고품격 유머

“마사는 조지의 부엌 식탁에서 작은 상자를 보았어요. ‘열지 마시오’라고 쓰여 있는 종이도요.”(본문 중에서)

이제부터 고도의 심리전을 방불케 하는 고품격 유머가 펼쳐집니다. 당연히 작은 상자는 조지가 마사를 골탕 먹이기 위해 미리 준비한 소품입니다. 더 기막힌 아이디어는 ‘열지 마시오’라고 쓰여 있는 종이입니다. 참 신기한 일입니다. 어째서 하지 말라는 부정적인 말이 한번 해보라는 긍정적인 말보다 더 자극적일까요? 왜 부정적인 말이 인간의 호기심을 더 자극하는 걸까요? 어쩌면 고품격 유머는 인간의 본성을 이해하는 데서 시작되는 게 아닐까요?

‘조지와 마사’ 시리즈는 고품격 유머가 담긴 텍스트와 극적인 몸 개그로 점철된 그림이 환상의 호흡을 보여줍니다. 내용은 언제나 조지와 마사가 서로에게 장난을 치는 이야기지요. 보고 있으면 그냥 막 웃게 됩니다. 너무 웃어서 지칠 무렵, 여러분은 뭔가 가슴 뭉클한 신호를 받게 될 것입니다. 웃다가 이게 무슨 일인지 어리둥절할 수 있습니다. 당황하지 마세요. 괜찮습니다. 조지와 마사의 행복 에너지가 우리에게 전해졌다는 뜻이니까요.

지금 누군가를 사랑하고 있습니까? 그럼 그 사람을 위해 사랑의 장난을 계획해보세요. 사랑하니까 장난치는 겁니다. 장난치니까 행복한 겁니다. 행복은 전염되는 겁니다.

기자명 이루리 (작가∙북극곰 편집장) 다른기사 보기 editor@sisai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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