늦가을, 집회가 끝난 새벽 광장에 뒹구는 은행잎을 보았다. 푸른 잎이 노랗게 변한 모습이 어쩐지 당연하게 여겨지지 않았다. 노랑이 우리와 함께 해주는 것 같아 고맙고 미안했다. 우리가 노랑을 어떻게 훼손했는지 나무들도 다 알 텐데 싶어.

그리고 다시 집회, 집회…. 불빛이 커지는 걸 보았다. 이화여대에서 출발한 나비 떼가 강하고 지혜로운 날갯짓으로 끊임없이 불씨를 키우는 걸 보았다. 앞으로 닥칠 혼란과 환멸 안에서, 때론 잔잔해 사라진 것처럼 보일지라도, 서로의 눈동자에 비친 불을 보며 걸은 이 겨울의 경험이 우리 내면에 남긴 것은 누구도 앗아가지 못할 것이다. 세대를 거듭하며, 역사의 어두운 혈관 속을 도는 노란빛으로 이어질 거다. 불씨처럼, 유전자처럼.
 

ⓒ노순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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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자명 김애란(소설가) 다른기사 보기 editor@sisai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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