청문회를 파행으로 치닫게 만든 장본인은 새누리당 이완영 의원(사진)이다. 그는 증언대에 불려나온 재벌 총수들을 위해 동방예의지국을 언급하며 ‘연세 많은 기업 총수들을 일찍 보내주자’라는 쪽지를 돌려 일찌감치 누리꾼 사이에 ‘청문회 X맨’으로 찍혔다. 누리꾼들의 휴대전화 문자 폭탄과 ‘18원 기부’ 행렬이 줄을 잇자 이 의원은 급기야 12월14일 “야당 간사가 언론에 간사 간 협의 내용을 다 공개해 내가 언론의 지탄을 받았다. 국조특위 간사직을 내려놓겠다”라고 선언했다.
하지만 그게 끝이 아니었다. 그가 최순실씨 측근과 태블릿 PC 출처에 대해 위증을 공모했다는 의혹이 터져 나왔다. 12월18일 노승일 전 K스포츠재단 부장이 〈중앙일보〉와의 인터뷰에서 “이완영 의원이 태블릿 PC는 고영태의 것으로 보이도록 하면서 JTBC가 절도한 것으로 하자고 정동춘 전 K스포츠재단 이사장에게 제의했고, 정 이사장이 이를 박헌영 전 K스포츠재단 과장에게 전달했다”라고 주장하면서 이만희 의원과 함께 청문회 증언 위증 교사 의혹이 불거졌다. 이에 대해 이완영 의원은 “요즘 누가 그런 짓거리를 하느냐”라며 혐의를 강력하게 부인했다. 하지만 이미 4차 청문회에서 실제 전개된 위증 교사 의심을 살 만한 정황과 K스포츠재단의 내부 문건 등으로 설득력을 잃었다. 새누리당 안에서는 ‘청문회 X맨’으로서 이완영 의원의 기행은 개인적 자질에서 비롯된 것이 아니라 일찌감치 친박 지도부가 최순실 국정조사를 조직적으로 방해할 ‘준비된 첨병’으로 그를 내세운 것이라는 지적도 나왔다.
이 의원은 간사직 자진 사퇴를 돌연 철회했다. 신임 정우택 원내대표도 12월21일 “이완영·이만희 의원을 청문회에 그대로 나가도록 했다”라며 이 의원을 두둔하고 나섰다. ‘최순실 부역자’ 문제가 국정조사까지 집어삼키는 우울한 연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