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녀는 순간 할머니로 변했다. 할머니가 겪은 것을 아이들만은 다시 겪어서는 안 된다고 생각했다. 침묵을 깨뜨렸다. 용서를 하고 싶다고. 용서란, 진실한 사과의 말을 들을 때에야 비로소 시작할 수 있다. 용서를, 하고, 싶다.
영하의 겨울밤이 속절없이 흐른다. 털모자와 목도리, 털양말로 온기를 느낀다. “이제 더 이상 추워하지 말아요. 소녀상은 우리가 지킬게요. 할머니들은 마음 편히 주무세요.” 눈바람을 견딘 비닐 덮개가 여기저기 찢어져 있다.
12월6일 할머니 한 분이 또 영면했다. 정부에 등록된 일본군 ‘위안부’ 피해자 가운데 생존자는 39명으로 줄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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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지는 간데없고 유령만 날아다니네
동지는 간데없고 유령만 날아다니네
고재열 기자
2월24일 서울 광화문광장 한복판에서 유령 시민들이 “집회와 시위의 자유를 보장하라”고 외쳤다. 시민이지만 시민이 아닌 이들이, 시위지만 시위가 아닌 퍼포먼스를 했다. 실제 시민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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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부가 살해한 ‘우리의 소원’
정부가 살해한 ‘우리의 소원’
남문희 기자
갑작스러운 공단 폐쇄와 추방으로 야반도주하듯 쫓겨난 개성공단 기업들의 트럭 행렬이 벼랑 끝에 선 남북관계를 상징한다. 개성공단은 125개 입주 기업의 돈벌이 수단만은 아니었다. 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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체르노빌‘들’이 던지는 메시지
체르노빌‘들’이 던지는 메시지
이문재(시인·경희대 후마니타스칼리지 교수)
‘체르노빌은 어디에 있는가.’ 이 질문에 우크라이나라고 답한다면 그는 미래에 대해 별로 관심이 없는 사람이다. 체르노빌은 특정 지역이 아니다. 1986년 4월26일 이후 체르노빌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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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현이가 바라보고 있다
주현이가 바라보고 있다
김훈(소설가)
기울어진 선실에 물이 차오르고 젖은 핸드폰이 꺼졌을 때 아이들은 얼마나 무서웠고 얼마나 살고 싶었으랴. 죄 없는 사람들이 세상의 죄를 대신 짊어지고 바다 밑으로 가라앉았다.세월호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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건설자재 사이에 소녀상을 방치했다
건설자재 사이에 소녀상을 방치했다
조소희 (〈부산일보〉 기자)
끌려갔던 소녀는 제자리로 돌아왔다. 부산 시민의 힘으로 만든 부산 평화의 소녀상은 주부산 일본 총영사관(이하 일본 영사관) 30m 앞에 설치됐다. 부산 시민 5143명이 기금을 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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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계 각지에 세워지는 ‘위안부’ 박물관
세계 각지에 세워지는 ‘위안부’ 박물관
도쿄∙이령경 편집위원
4월1일 가해국 일본에서 처음으로 일본군 ‘위안부’ 박물관 회의가 열렸다. 1998년 한국에서 최초로 세워진 후 현재까지 건립된 한국·중국·일본·타이완·필리핀의 일본군 ‘위안부’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