갑작스러운 공단 폐쇄와 추방으로 야반도주하듯 쫓겨난 개성공단 기업들의 트럭 행렬이 벼랑 끝에 선 남북관계를 상징한다. 개성공단은 125개 입주 기업의 돈벌이 수단만은 아니었다. 북한 노동자 5만여 명과 그 가족 20여만 명, 그리고 평양과 북한 전역에 한국의 존재를 알리는 통일 교두보였다. 개성공단에서 흘러나온 초코파이와 각종 간식, 옷, 전기밥솥을 비롯한 전자제품은 북한의 장마당과 평양 중구역 시장으로 스며들어 한국에 대한 북한 주민들의 이미지를 바꿔놓았다. 이 황금 같은 전진기지를 ‘통일 대박’을 외치던 정부가 목 졸라 죽여버렸다. 북한을 압박하면 2년 안에 통일이 온다는 한 민간인의 망령된 요설이 그 배경에 어른거린다는 얘기에 이르면 기가 막힐 뿐이다.
남쪽과 협력이 차단됐다고 북한이 망하는 것은 아니다. 대신 중국으로 협력선이 바뀔 뿐이다. 이 정부가 없앤 것은 공단 하나가 아니라 바로 통일이라는 남북의 미래인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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