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에서 공부란 지식을 몸에 익히는 과정이 아니라 피부에 새기는 일이다. 배움은 심연, 영혼에 닿지 않고 표면, 피부에 머문다. 지식을 익혀서 다루는 법을 배우지 않고 노예의 몸에 신분을 인두로 지져 각인하듯 피부를 양피지 삼아 글을 새겨넣는다. 얼핏 감옥처럼 보이지만 여긴 피혁공장이다. 가죽일 뿐이다. 그러나 수능과 함께 우리는 이 껍질을 벗는다. 12년 무두질한, 평생 못 벗길 듯 무거운 가죽이지만 종잇장처럼 하늘로 날려버린다. 그것이 잠깐의 탈피일지라도.

 

ⓒ김석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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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자명 엄기호(국민대 사회학과 강사) 다른기사 보기 editor@sisai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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