겨울방학식을 하는 날, 아이들에게 인공지능 로봇이 사람과 대화하는 장면을 영상으로 보여줬다. 아이들은 호기심을 가지고 집중했다. 인공지능 로봇의 대화를 보여준 이유는 지금 아이들이 사회에 진출하는 15년 혹은 20년 뒤의 삶의 모습을 그려보라는 뜻이었다. 또 아름다움을 느끼거나 사랑 혹은 연대감을 느끼는 것은 인간만이 할 수 있고, 그걸 위해 방학 중에 독서를 많이 하면 좋겠다는 말을 하고 싶었다.

인공지능 로봇과의 대화 맨 마지막은 로봇에게 ‘인류를 파괴하고 싶냐’고 물었더니 ‘그렇다’고 대답하는 걸로 끝났다. 영상을 다 보여준 다음 아이들에게 소감을 물었다. 몇몇 아이들이 손을 들었다. 난 기대감을 가지고 말해보라고 했더니, 자기는 로봇과 싸워서 이길 거라고 했다. 또 다른 아이는 로봇이 인간을 파괴한다면 자기는 끝까지 싸운단다. 나머지 아이들도 비슷했다. 독서를 많이 해서 로봇이 할 수 없는 인간다운 삶을 살기 위한 노력의 말을 기대한 것은 물거품이 되었다.

좀 당혹스러워서 교장실에서 혼자 생각해봤다. 아이들이 혹시 로봇을 게임의 대상으로 본 건 아닐까? 인류를 파괴한다는 말이 너무 충격적이었을까? 아무튼 우리에게 4차 산업혁명이라고 부르는 지능정보사회는 지금 현실이 되어가고 있다. 2016년 1월 스위스 다보스에서 ‘4차 산업혁명의 이해’를 주제로 제46회 다보스 포럼이 열렸다. 클라우스 슈밥 다보스 포럼 회장은 “4차 산업혁명의 핵심은 디지털·바이오·오프라인 따위 기술을 융합하는 것이다”라고 정의했다. 4차 산업혁명을 이끄는 로봇·인공지능·사물인터넷 등 미래기술은 4차 산업혁명이 인류에게 새로운 삶을 가져올 대변혁의 시작이며 경제적 측면에서 신성장 동력이 될 것이라고 예측한다. 그러나 한편에서는 4차 산업혁명이 가져올 급격한 변화에 문제의식을 갖기도 한다. 미래 기술 혁명이 우리의 일자리를 대체하고 사회양극화를 키우는 부작용을 가져올 수 있다는 지적이 그것이다.

ⓒ김보경 그림

가뜩이나 취업난이 심각한데 인공지능 로봇이 사람의 일자리를 대체하게 된다면 초·중등학교에서 교육을 하는 목적은 무엇이고, 대학을 다니는 이유가 무엇인지 근본적인 질문을 하지 않을 수 없다. 국제로봇연맹 자료에 따르면 지금 우리나라는 인구 1만명당 산업용 로봇의 밀도는 2012년을 기점으로 일본을 제치고 세계 1위 수준이며, 2007년에 비해 2015년에는 3배로 늘어났다. 일자리가 줄어들고, 취업난은 갈수록 극심해지는 이유 중 하나다. 그것이 전면화하는 시기가 멀지 않다면 많은 사람들이 일자리를 잃을 것이고, 소득이 없다면 소비가 일어나지 않아서 경제는 어려워지게 된다.

인구 1만명당 산업용 로봇 밀도 1위 국가

이 문제가 핀란드를 비롯한 유럽의 여러 나라에서 기본소득제를 검토하는 이유이기도 하다. 핀란드는 내년에 부분적으로 시범 운영할 예정이고, 영국·네덜란드·오스트리아에서도 시범 실시하거나 검토한다고 했다.

이 정도면 앞으로 학교교육이나 평생교육은 무엇을 위한 것인지 근본 성찰을 해야 한다. 인공지능 로봇에 의해 일자리가 줄어들면 어쩌면 더 치열한 대학 진학 경쟁, 취업 경쟁이 벌어질 수 있다. 하지만 그것은 우리 사회 발전에 어떠한 도움도 되지 않을 것이다. 그동안 산업 인력 양성이라는 학교교육의 기능도 인공지능 로봇이 존재하는 한 큰 의미가 없어진다.

이제 교육은, 학교란 무엇이며, 무엇을 해야 하는지, 아이들이 맞이할 내일의 인간다운 삶을 위한 학습은 어떤 것인지 다시 진지하게 물어볼 때다. 단순하게 4차 산업혁명에 적합한 인력 양성이 아닌, 모두가 누릴 행복한 삶을 위한 질문이어야 한다. 그동안 습관처럼 해왔던 교육개혁의 수준을 넘어설 것을 요구하고 있다. 또 교육을 넘어 국가사회 시스템 전반의 검토가 필요한 때다.

기자명 이중현 (남양주 조안초등학교 교장) 다른기사 보기 editor@sisai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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