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웨덴 하면 난민에게 우호적인 나라로 인식된다. 그러나 2015년 스웨덴 사회는 ‘난민 전쟁’을 치르며 상황이 달라졌다. 2015년에만 약 16만3000명이 스웨덴에 난민 신청을 했다. 그해 9월에서 12월까지 3개월 동안 난민 11만4000명이 이 나라 국경을 넘어왔다. 이 가운데 3만5000명이 부모 없이 들어온 청소년이었다.

스웨덴은 난민에 관용적인 사회였지만 난민 유입이 급증하자, 사회적 비용에 대한 해법을 두고 논란이 일었다. 2015년 말부터 2016년 초 사이 국경 검색을 강화하는 법이 발효되었다. 솅겐 조약에 따라 유럽 국가 간에는 여권이나 신분증 없이도 여행이 가능한데, 검문이 강화되면서 어디서든 여권 검색을 받아야 했다. 난민 신청자가 받을 수 있는 경제적인 지원도 줄었다. 지난해 6월1일자로 스웨덴은 추방명령을 받은 자에게도 지급하던 주택보조금 및 일일보조금 지급을 중단했다. 또 지난해 6월21일 스웨덴 국회는 난민들이 체류 허가를 받을 기회와 동반 가족이 스웨덴으로 들어오는 것을 제한하는 법을 통과시켰다. 이 법은 지난해 7월20일부터 이후 3년간 적용된다. 유니세프, 적십자, 각종 인권단체들이 반대운동을 벌였다. 청소년 난민 신청자들이 일시 거주 허가를 받더라도 이 법이 가족을 만날 기회를 제한한다며, 아동의 권리에 관한 협약(United Nations Convention on the Rights of the Child·UNCRC) 위반에 해당한다고 지적했다. 심지어 이민국 심사 직원들조차 법 개정에 반발했다. 이민국 직원들은 이 법안이 발효되기 바로 직전까지 여름휴가를 일부러 가지 않았다. 법이 발효되기 전에 초과근무를 해서라도 최대한 난민 허가를 내주기 위해서였다.
 

ⓒ고민정 제공난민 청소년을 돕는 스웨덴 활동가들이 ‘우리는 참을 수 없다’라고 적힌 문건을 들고 있다.


난민 청소년은 주로 전쟁을 피해서 온 남자가 많다. 강제징집을 피해 유럽으로 탈출한 것이다. 난민 청소년들은 나이를 증명할 수 있는 문서가 없다. 스웨덴은 18세 이하 청소년이 난민으로 인정받기가 유럽에서 가장 쉽다. 인정도 빨리 이뤄진다. 이뿐 아니라 난민 청소년에게는 각종 혜택이 많아서 일부 성인들은 청소년을 사칭하기도 한다. 그래서 스웨덴 당국은 치아 검사 등을 통해 나이를 판별하기도 했다.

이민자와 난민 추방하자는 극우 정당 득세

지난해 10월 유럽연합(EU)과 아프가니스탄은 부적격 난민 송환 협정을 맺었다. 난민 신청이 거부된 아프가니스탄 출신 부적격 이주민을 EU가 추방하면 아프가니스탄 정부는 이들을 의무적으로 받아들인다는 내용이었다. 스웨덴 정부는 이 협정을 대환영했다. 강제 추방 전용기도 마련했다. 그러나 지난해 12월 초 스웨덴 이민국은 아프가니스탄의 안보 상황을 재평가했다. 난민 신청이 거부된 아프가니스탄인들이 재심사를 받을 수 있는 법적 근거를 마련했다. 난민 정책이 갈팡질팡하는 사이, 난민 신청자들은 불안감에 시달리다 자살한 경우도 있다.

상황이 심각해지자, 한 학교 교장은 언론에 공개편지를 보내 최근 당국으로부터 추방명령을 받아 학교에 나오지 않는 난민 학생들의 사연을 알렸다. 그는 “우리 학교는 난민 아이들을 학생으로 끝까지 받아들이고 보살피겠다”라고 편지에 공개적으로 선언했다. 난민 추방을 반대하는 운동 역시 시민단체를 중심으로 광범위하게 일어났다. “우리는 참을 수 없다(Vi star inte ut)” 운동은 사회복지사, 학교 교사, 의료 종사자 등이 중심이 되어 확산되었다. 난민 청소년들의 인권을 알리는 다양한 활동을 벌이는 풀뿌리 운동이다. 하지만 최근 여론조사에서 이민자와 난민을 추방하자는 극우 정당인 스웨덴민주당이 27.6%로 가장 인기 있는 정당이 된 것은 스웨덴의 일그러진 자화상이다.

기자명 스웨덴·고민정 (자유기고가) 다른기사 보기 editor@sisai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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