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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정은의 믿는 구석 SLBM용 잠수함

2017년 02월 16일(목) 제491호
남문희 기자 bulgot@sisai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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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핵 개발, 미사일 발사 능력에 더해 북한의 잠수함 개발 능력도 빠르게 발전하고 있다. 잠수함발사 탄도미사일(SLBM) 실험에 성공하고 3000t급 디젤잠수함과 3500t급 원자력잠수함을 개발하고 있다.

지난 1994년 일본 도쿄 스기나미 구에 본사를 둔 무역업체의 중재로 러시아의 골프급 잠수함(옛 소련의 배수량 2000t급 탄도미사일 발사용 디젤잠수함(SSB))이 고철 상태로 북한에 인계되었다. 당시 미국 정보기관 첩보를 입수한 미국 언론이 보도하고 일본 언론도 크게 다뤘다. 미국 정부의 요청에 따라 일본 통산성이 이 거래에 직접 개입한 것으로 드러났다. 코콤(대공산권수출통제위원회) 규정에 따라 골프급 잠수함에서 잠수함발사 탄도미사일(SLBM) 발사관과 동력장치가 분리된 순수 고철 상태임이 입증될 때까지 잠수함 수출을 중단시키려 했다. 일본의 무역업체와 러시아 측 모두 처음에는 그렇게 하겠다고 약속했다. 그러나 러시아 측이 약속을 어겼다. 1994년 5월 골프급 잠수함 한 척이 북한에 건네졌다. 1993년 12월 건네진 또 한 척과 함께 모두 두 척의 잠수함이 SLBM 발사관과 동력장치가 제거됐는지 확인되지 않은 채 북한에 건너간 것이다.

2014년 8월 미국의 보수 성향 웹진 ‘워싱턴 프리 비컨’은 미국 국방부 정보를 인용해 “북한 잠수함에서 탄도미사일(SLBM) 발사용 수직 발사관이 식별되었다”라는 기사를 게재했다. 이 뉴스는 9월14일 국회 국방위원회에서도 확인됐다. 당시 진성준 의원의 질의에 국군 참모본부 관계자가 “북한의 한 잠수함 기지에서 최근 개발한 것으로 보이는 잠수함 장착용 수직 발사관이 식별됐다”라고 답변한 것이다. 북한에 건너간 옛 소련 골프급 잠수함의 SLBM 수직 발사관을 탑재한 북한의 신형 잠수함이 20여 년 만에 모습을 드러낸 것이다.

ⓒ평양조선중앙통신
2016년 4월23일 김정은 노동당 위원장(당시 국방위원회 제1위원장)이 잠수함발사 탄도미사일(SLBM) 수중 시험 발사를 지켜보며 웃고 있다.
20년 만에 나타난 SLBM 수직 발사관


그해 11월 국내 일부 언론은 북한의 이 신형 잠수함을 ‘신포급 잠수함’이라고 불렀다. 그러나 정작 이 잠수함 사진을 최초로 공개한 미국의 북한 정보 사이트 ‘38노스’는 신포급이 SLBM 발사가 가능하다는 사실을 인정하지 않으려 했다. 심지어 배수량이 900~1500t에 그쳐 북한의 구형 잠수함인 로미오급 후계함으로 보인다고까지 했다. 신포급에서 발사된 북한 SLBM의 위력을 확인하는 데는 많은 시간이 걸리지 않았다. 2015년 1월6일 발표된 <국방백서>에서 북한이 탄도미사일 발사 능력을 갖춘 신형 잠수함을 개발하고 있다는 사실이 확인됐다. 이어 2015년 5월9일 김정은 위원장 참관하에 신포급 잠수함에서 북극성 1호로 명명된 SLBM의 수중 사출이 이뤄졌다. 그해 11월과 12월 두 차례 시험을 거쳐 2016년 4월23일 콜드론칭(Cold Launching:수중에서 미사일을 사출해 물 밖에서 점화) 및 30㎞ 비행 성공, 그리고 8월24일 오전 5시30분 고각 발사를 통한 동북방 500㎞ 비행 성공(정상 각도 발사 시 1000㎞, 연료를 가득 채울 경우 2500㎞까지 가능)으로 북한은 SLBM 기술을 완벽히 터득했음을 보여줬다.

탄도미사일을 잠수함에 탑재해 발사하는 것이 잠수함발사 탄도미사일, 곧 SLBM이다. 통상 잠수함 선체 중앙 부분에 위치한 수직 발사관에 탄도미사일을 탑재하고 발사통제장치(FCS)를 통해 수중의 일정 심도에서 콜드론칭 방식으로 쏘아 올린다. 발사관 내부에서 증기발생기나 고압의 압축공기 시스템을 이용해 미사일을 사출시킨 다음 수면 밖에서 고체연료 부스터에 점화해 발사하는 이중 발사 방식인데 기술적 어려움이 많다. 북한은 이 어려움을 어떻게 극복했을까. 그 답은 간단하다.

ⓒ평양중앙통신
북한이 동해에서 발사한 잠수함발사 탄도미사일(SLBM·KN-11·북한명 ‘북극성-1’).
바로 1993~1994년 러시아에서 온 골프급 잠수함의 SLBM 발사 시스템이 파괴되지 않은 채 고스란히 넘어갔던 것이다. 골프급은 D5U 수직 발사관으로 R27이라는 SLBM을 발사한다. 이 조합은 옛 소련이 수없이 시험 발사를 거듭해 안정성이 입증됐다. 북한은 골프급의 수직 발사관 D5U를 통해 관련 기술을 익혔을 뿐 아니라 약간만 손을 봐 재활용하기도 했다. 골프급을 역설계한 신포급 잠수함이 수중 사출 시험 1년 만에 콜드론칭을 비롯해 비행시험까지 성공할 수 있었던 데에는 바로 이런 이유가 있었던 것이다. 심지어 국내 잠수함 전문가들은 북한이 몇 년 전에 이미 SLBM 개발을 끝내놓고 지난해 1년 동안 보여주기 쇼를 한 것이라고 보기도 했다.

그런데 새삼스럽게 신포급 잠수함 이외에 전략잠수함 개발에 대한 얘기가 등장하는 이유는 무엇인가. 2016년 12월27일 탈북자 단체인 ‘NK지식인연대’ 소속 ‘북한 WMD 감시센터’가 발표한 자료집 <2016년 북핵 및 WMD 평가>에 따르면, 북한의 전략잠수함 개발은 크게 두 가지 방향으로 이뤄졌다. 하나는 3000t급의 신형 디젤잠수함 개발이고 또 하나는 3500t급의 원자력잠수함 개발이다. 북한이 전략잠수함 개발에 매달리게 된 것은 바로 신포급 잠수함의 한계 때문이다. 신포급 잠수함은 배수량이 2000t에 불과하다. 잠수함이 적의 탐지망을 피해 SLBM을 안정적으로 발사하려면 수심이 50m 이상은 되어야 한다. 그때 잠수함의 최소 배수량이 3000t이다. 배수량 2000t의 신포급 잠수함으로는 수심이 20m만 넘어도 SLBM을 발사하기 어려워진다. 또 발사관이 한 개밖에 없어서 SLBM을 한 발만 탑재해야 한다는 것도 치명적인 약점이다. 신포급 잠수함은 SLBM 전용이라기보다는 테스트용 잠수함에 불과한 것이다. 3000t급 이상 전략잠수함 개발은 필연적이다.

ⓒGoogle 갈무리
잠수함의 잠망경까지 탐지 가능한 일본의 대잠 초계기 P1.
NK지식인연대 자료를 통해 전략잠수함 개발이 어떤 과정을 통해 이뤄져왔는지 들여다보자. 이 단체는 지난해 4월 북한이 2008년 러시아로부터 3000t급 노후 디젤잠수함을 또다시 입수했다는 정보를 공표한 바 있다. 그 뒤 북한이 2009년부터 극비리에 전략잠수함 건조에 전력을 기울이기 시작했다는 사실이 여러 통로로 확인됐다. 그 방식은 2008년 러시아에서 들여온 두 대의 노후 잠수함을 해체한 뒤 다시 한 대로 조립하는 식이었다. 러시아 잠수함은 사격 통제장치와 무선통신 장비들은 제거되었지만 SLBM 발사관은 그대로 있는 상태였고 기본 시설도 훼손되지 않았다. 입수 시점에서 10년은 더 사용할 수 있는 것으로 평가됐다. 이 3000t급 잠수함에는 2015년까지 개발을 완료하기로 한 북한산 신형 SLBM 네 발을 적재할 예정이었다. 원래는 2014년까지 선체 보강과 내부 구조 개조공사가 끝나고 무장장비와 신형 레이더 설비, 신형 SLBM 장착을 2016년 말까지 마감할 계획이었다. 그만큼 작업이 빠르게 진척됐던 것이다.

그러나 건조 과정에서 기술적 난제와 무리한 작업 추진으로 인해 계획에 차질이 생겼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 취임식 전에 잠수함 건조를 끝내라는 김정은 위원장의 지시에 따라 성급하게 작업을 추진하다 보니 여기저기서 문제가 발생했다. 무엇보다 북한의 잠수함 개조를 돕는 러시아 기술자들이 무리한 작업 강행에 거부감을 나타내 이들과 마찰을 해결하느라 진땀을 뺐다. 2016년 12월10일께 동력·화력·무선·전투지휘·SLBM 콜드론칭·잠함·생활환경 등 구성 체계별 가동시험과 통합연동 시험을 진행했는데 성적이 좋지 않게 나왔다고 한다. 결과 보고를 받은 김정은 위원장의 질책과 중앙당의 문책이 뒤따랐다. 정확한 원인 분석을 진행하는 과정에서도 잠수함 건조를 책임지고 있는 신포의 ‘봉대보이라공장’ 측과 러시아 기술자들 사이에 의견 충돌이 있었다. 어쨌든 2017년 10월까지는 3000t급 신형 잠수함 제작을 완료한다는 계획이다.

ⓒ평양중앙통신
2014년 북한 조선중앙TV가 제작한 기록영화 <백두산 훈련 열풍으로 무적의 강군을 키우시여>에서 공개한 북한 잠수함과 잠수함 기지.
신포 ‘봉대보이라공장’에서 신형 잠수함 개발 중


북한은 3000t급의 디젤잠수함 개발과 더불어 3500t급의 원자력잠수함 건조를 병행하고 있다. 3000t급 디젤잠수함이 북한 핵전력의 주축이 되기에는 미흡한 점이 많기 때문이다. 일본의 군사 전문지 <군사연구> 2017년 1월호는 그 이유로 세 가지를 제시했다. 첫째, 미국과 일본의 대잠 능력에 맞서 생존력이 떨어진다. 3000t급 전략잠수함의 원형인 옛 소련 골프급의 배터리 능력은 4000㎾/h로 잠항 상태에서 4노트(1kn=1.852㎞/h 또는 0.514m/s) 속력으로 16시간 동안 120㎞를 운행한다. 배터리 능력을 두 배 늘려 8000㎾/h로 할 경우 4노트 32시간 240㎞ 수준이 된다. 이 정도면 12~16시간 만에 한 번, 즉 100㎞ 이동할 때마다 스노클링(디젤엔진 작동용 산소 공급을 위해 전용 환기통을 물 밖으로 꺼내놓는 것)을 해야 한다. 이때 미국과 일본의 대잠 초계기 레이더에 포착될 확률이 높다. 미·일의 대잠 초계기는 잠수함의 잠망경 탐지 능력까지 갖추고 있다. 이 상태로는 동해 중앙부까지 진출하는 것도 어려워서 연안부에 머물 수밖에 없다는 것이다. 둘째, 지휘통신 문제다. 원래 잠수함은 통신에 어려움이 많다. 전파의 속성상 물속에 도달하지 않아 잠항 중 무선통신이 불가능하다. 일반적으로는 통신에 의존하지 않고 사전에 초계구 및 항로 계획을 주고 함장의 재량권을 허용한다. 수중 무선방송을 통하는 방법이 있긴 하다. 초장파 방송(VLF:3000~300㎐) 및 극초장파 방송(ELF:300~3㎐)을 이용하는데 둘 다 대규모 시설이 필요한 반면 잠수함에서는 수신만 가능하고 답신은 위성통신을 이용할 수밖에 없다. 북한이 사용하기 쉽지 않은 방식들이다. 중앙통제 방식으로 운용되는 북한 시스템에서 잠수함만은 최고 권력의 통제력 바깥에 놓일 공산이 큰 것이다. 북한 전략잠수함의 궁극적 목표는 남한 공격을 넘어 미국 본토를 직접 겨냥하는 것이다. 그러나 북한 동해에서 태평양으로 나가는 모든 경로는 미·일의 대잠 전력에 장악돼 있다. 소야 해협, 쓰가루 해협, 쓰시마 해협 등 3해협에 일본의 대잠 경계망이 펼쳐져 있다. 다른 해협들도 단순하게 통과할 수 없다. 미·일의 대잠 능력은 세계 1, 2위를 다투는데 북한이 이 장벽을 넘어 태평양으로 진출하는 것은 쉽지 않다.

러시아 원자력잠수함 도면 해킹해 개발

미국의 한 보고서는 북한 전략잠수함의 용도를 두 가지로 분석했다. 위기 시에 동해상의 지정된 장소로 이동해 주일 미군기지에 탄도탄을 발사하는 자살공격 임무(Suicide Mission)를 수행하거나 북한 해군의 방어능력 부족으로 원거리 작전을 포기하고 인근 도서 등지에 숨어서 주일 미군 기지나 남한 주요 표적을 타격하는 은닉 작전을 주로 수행할 것이라고 보았다. <군사연구> 1월호도 유사시 미국의 통상 공격으로부터 북한의 핵무기를 보호하기 위해 바닷속에 은닉하는 것이 북한 잠수함의 주요 임무가 될 것이라고 지적했다.

북한이 원자력잠수함 건조를 서두르는 것은 3000t급 디젤잠수함의 한계를 극복하기 위해서다. 원자력잠수함은 디젤잠수함에 비해 원자로의 냉각수 순환펌프나 증기터빈 등으로 인해 소음이 더 크다는 단점은 있지만 바닷속에서 장기간 잠항을 할 수 있는 등 많은 장점이 있다. SLBM용 잠수함은 궁극적으로 원자력잠수함을 지향한다. 북한은 3000t급 잠수함 리모델링 과정에서 쌓은 경험에 기초해 3500t급 원자력잠수함을 설계 연구해왔다. 초기에는 핵심 기술인 핵동력 추진기관 설계와 제작 경험이 없어서 난항을 겪었지만 정찰총국 산하 121사이버부대가 러시아의 원자력잠수함 회사로부터 3500t 원자력잠수함의 도면을 전부 해킹해왔고, 2013년 러시아에서 원자력잠수함 전문가 5명을 비싼 몸값에 데려오면서 탄력이 붙었다고 한다. 신형 전략잠수함은 길이 약 80m, 너비 약 8m이며 300m까지 잠항할 수 있는 제원을 목표로 2018년까지 건조하려고 한다. 잠수함 건조는 첩보위성에 발각되지 않도록 신포 봉대보이라공장 내에 덮개를 씌운 특별 건조장을 만들어 진행 중이다. 연구에 동원된 과학자·기술자들은 외부와 일절 접촉이 차단된 채 집단 기숙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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