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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녀의 진로를 결정하는 과정에 부모란?

2017년 02월 15일(수) 제491호
차성준 (포천 일동고등학교 교사) webmaster@sisai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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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한국 사회에서 대다수 부모는 자녀의 진로에 지나치게 개입한다. 진로를 두고 부모와 씨름하는 게 가장 큰 고민이라고 털어놓는 학생이 많다.

지연(가명)이라는 학생과 상담을 했다. 친구 관계, 학업, 가족 등 여러 이야기가 나오다가 진로로 흘러갔다. 지연이는 말했다. “딱히 (진로를) 생각하고 있는 게 없어요.” 그런데 이야기를 더 해보니 지연이는 분명 관심 분야가 있었다.

“뭘 그리거나 예쁘게 꾸미는 게 재미있긴 해요. 디자인 같은 거….”

“어? 아까는 관심 진로가 없다고 했는데 사실 이쪽에 관심이 많구나?”

“중학교 때 관심이 많았는데 부모님이 반대해서 접었어요.”

지연이 이야기를 듣고 군대에서 만났던 후임병이 떠올랐다. 언젠가 숙소에서 병사들이 모여 텔레비전을 보고 있었다. 군대 선임들이 한 여배우를 보고 ‘별로’라고 하자 그는 발끈했다. “연기를 얼마나 잘하는 친구인데요. 제가 알아요. 제가 연습생 때 제 상대역이었거든요.” 그는 부모의 반대로 배우라는 꿈을 접고 공무원 시험 준비를 하다가 군대에 반강제로 끌려왔다. 연습생을 하면서 호흡을 맞췄던 배우가 텔레비전에서 활동하는 모습을 보면서 어떤 생각이 들었을까. 그는 군대를 견디지 못하고 수차례 자살 시도를 했고 예정보다 일찍 전역했다.

ⓒ김보경 그림

SBS 예능 프로그램 <미운 우리 새끼>에서 개그맨 박수홍씨는 인생에서 가장 냉정해야 하는 것이 직업과 결혼이라면서 결혼에 대해 심한 반대를 겪은 경험을 이야기했다. “아무리 완벽하게 준비를 하고 내가 정말 원했어도, 가족이 반대하니 결국 안 됐다. 사람이 이러다 죽겠구나, 생각했다.” 이 말은 진로에도 적용되지 않을까. 한국 사회에서는 시간이 갈수록 자녀가 부모에게서 독립하기 어려워진다. 부모는 자신이 이루지 못한 꿈을 자녀가 이뤄주기를 바라고, 자녀에게 지원한 것들에 대한 보상을 원한다. 자녀의 앞날에 대한 큰 그림을 그리고 자녀가 그것과 다른 행동을 하려 하면 억누른다. 자녀들이 기대와 다른 행동을 했을 때 부모들은 말한다. “이렇게까지 키워놓았는데 네가 어떻게 이럴 수 있느냐.”

어떤 부모들은 자녀에게 조언을 하면서 자녀가 부모의 조언을 듣고 ‘잘되면’, 혹은 조언을 듣지 않고 ‘잘되지 않으면’ 그 결과에 따라 자신의 판단이 맞았는지 틀렸는지를 확인한다. 학교에 강연을 왔던 한 바텐더는 자신이 바텐더라는 직업을 선택하자 크게 반대했던 부모가, 열심히 노력해 성공한 이후 완전히 달라졌다고 했다. 아마 그가 아직 성공하지 못했다면 부모의 태도는 달랐을 것이다. 그가 진로를 결정해가는 과정 속에 있었다 해도 부모는 그것을 모르고 오직 ‘결과’로만 판단한다.

부모 설득할 3개년 계획서를 짜다


많은 아이들이 진로를 두고 부모와 씨름한다. 부모와 씨름하는 게 가장 큰 고민거리라고 털어놓는 학생들이 적지 않다. 학생들은 고민하고 싸우다 자신의 꿈을 접는다. 부모가 짜준 진로를 따라 걷는다. 그런데 부모와 자녀 간 관계는 구속의 관계가 아니라 ‘유대’ 관계가 되어야 하지 않을까. 부모 처지에서 충고는 하되, ‘결사반대’만은 하지 않으면 안 될까. 자녀의 삶에 지나치게 개입하기보다 자녀가 선택하게 하고 그에 따르는 책임을 지게 하면 어떨까. 자녀가 무엇인가를 절실히 하고자 할 때 그것을 어느 정도 받아들이는 자세가 필요하다. 말은 쉬운데 부모 처지에서는 쉽지 않은 일이다.

다시 지연이 이야기를 하자면, 지연이는 요즘도 ‘그냥 재미로’ 그림을 그린다. 부모를 설득할 방법이 없을까. 3개년 계획서를 짜보자고 제안했더니 지연이는 꽤 구체적으로 기록했다. 그림은 얼마나 자주 그릴 것이며 책은 무엇을 읽고, 학원은 어디를 다녀야 하며, 교내 그림 대회에 어떻게 참여할지 등등을 스스로 짰다. 조언해주지 않아도 될 정도로 이미 알고 있었다. 이렇게나 구체적인 계획을, 부모의 반대 때문에 준비하지 못하고 방황하고 있었던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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