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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독] 박근혜에게 노조는 ‘관리’와 ‘압박’ 대상이었다

2017년 02월 27일(월) 제493호
전혜원 기자 woni@sisai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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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박근혜 대통령의 지시를 기록한 안종범 전 수석의 업무수첩에는 2016년 1월 우호 노총 관리’ ‘위원장 관리’ 따위 내용이 적혀 있다. 정부가 공개한 일반해고 ·취업규칙 지침 초안에 대한 노동계의 반발이 극으로 치닫던 때였다.

<시사IN>이 입수한 안종범 전 수석의 업무수첩과 김영한 전 수석 업무일지에 ‘세월호’에 이어 공통으로 등장하는 단어가 있다(<시사IN> 제487호 ‘세월호 유가족 공격엔 이렇게 기민할 수가’ 참조). ‘노동’이다. 이른바 ‘노동개혁’은 박근혜 정부 핵심 국정과제 중 하나다.

박근혜 정부 청와대에서 경제수석·정책조정수석으로 일한 안종범 전 수석이 2016년 1월11일 티타임에서 논의된 내용을 적은 것으로 보이는 메모에는 ‘1. 우호 노총 관리’라고 적혔다(1-11-16 티타임. 안 전 수석은 메모를 적은 날을 월-일-연도 순서로 기록했다). 이날 한국노총은 중앙집행위원회를 열어 2015년 9월15일 서명한 ‘9·15 노사정 대타협’ 파기를 논의하고, 정부의 방침 변화가 없다면 대타협 파기를 선언하겠다고 밝혔다. 대타협 직후 여당이 발의한 ‘노동 5법’과 12월30일 정부가 공개한 일반해고·취업규칙 지침 초안에 대한 반발이었다. 노정 갈등이 극한으로 치닫는 상황에서 청와대가 우호적인 노총 내 인사를 ‘관리’하려 했던 것으로 추정된다.

‘관리’ 대상은 노조만이 아니었다. 노·정 갈등이 고조되던 1월13일 청와대 비서실장 주재 수석비서관 회의(실수비)의 1번 안건은 ‘노사정위, 노동개혁, 위원장 관리’다. 노사정과 전문가들이 함께 참여하는 사회적 논의기구라는 취지와는 거리가 있다. 정부는 방침을 바꾸지 않았고, 한국노총은 1월19일 대타협 4개월 만에 파기 선언을 했다. 김대환 당시 노사정위원장은 파기 뒤 정부와 노동계 모두를 비판했다. 파기 5일 뒤인 2016년 1월24일 청와대 티타임에서는 ‘2. 노총 비리 압박’이 거론됐다. 한국노총을 테이블로 다시 끌어들이기 위한 압박 방안을 논의한 것으로 보인다.

ⓒ시사IN 조남진
지난해 1월19일 한국노총은 서울 여의도 노총회관에서 노사정 합의를 파기한다고 발표했다.
애초 박근혜 정부의 ‘노동개혁’ 선택지에 타협은 없었던 것으로 보인다. 2015년 7월28일 서별관회의에서 노동개혁을 논의한 메모를 보자. ‘노동시장 개혁 목표의식’을 열거한 뒤 안 전 수석은 이렇게 쓴다. ‘개혁 대상과 타협보다 국민 입장서 개혁→홍보가 key(열쇠).’ 방안도 상세하게 논의했다. ‘쉬운 해고 vs 쉬운 정규직 고용, 홍보 1)목표 2)홍보자료 3)전략+매체(방안)-당정청 역할 분담 4)방법 ①단어 ②한 문장 ③30초 1분.’

대타협 직후부터 노·정 관계가 삐걱거리자 박 대통령은 이런 지시를 한다. ‘4. 노동개혁, 노총 리더쉽 자동 폐기 노림수, 정부 지침, 공공기관 저성과자 퇴출, 저항 타임→대응, 한노총 재선(10-25-15 VIP).’ 한국노총이 여당이 발의한 노동 5법 자동 폐기를 노릴 텐데, 정부 지침인 공공기관 저성과자 퇴출에 저항하면 대응하라고 주문한 것으로 추정된다. 정부는 이듬해인 2016년 1월22일 한국노총이 대타협 파기 이유로 든 양대 지침을 발표했다.

박 대통령은 일관되게 ‘노동개혁’의 걸림돌로 정규직 노동조합을 지목했다. ‘2. 뿌리산업-파견법-중장년층, 노인 빈곤, 자영업 몰락, 일생 일했던 분야에→정규직의 횡포(3-1-16 VIP-①).’ ‘기간제법→비정규직법, 기업 대상 여론조사 2+2→정규직 전환, 귀족 정규직 노조(3-1-16 VIP-①).’ ‘중소기업 외국 인력, 대기업 귀족노조-연차 휴가(3-4-16 VIP).’ 철도노조 파업 17일째를 맞았던 2016년 10월13일 박 대통령은 ‘1. 군인 일일 평균 5000명 동원, 철도노조 파업 지원 (중략) 고립주민 구한 사례, 현금 찾아준 특전 요원 김일병’을 언급하며 ‘미담 발굴’을 지시하기도 했다(10-13-16 VIP-① ②)’. 장기 파업 중인 노조와 대비시키기 위한 것으로 보인다.

박 대통령, 사용자 단체 대표의 말 자주 인용

반면 박 대통령은 사용자 쪽에는 전투적이지 않았다. 박 대통령은 사용자 단체 대표인 박병원 한국경영자총협회 회장의 말을 자주 인용했다. ‘1. 박병원, 직무+성과. 신입사원부터 연봉제 도입, 호봉제 폐지 후 재원은 성과급으로 차등 배분, 총급여 삭감 X, 취업규칙 변경(중략)(2-21-16 VIP).’ ‘박병원 신입사원부터 연봉제, 호봉제 폐지, 호봉 상승분 절감법 최선 X, 성과급보다 차등배분, →임금피크제 필요 없음, →대-중소기업 임
안종범 전 수석의 업무수첩 내용.
금격차 해소, 생산성↑ 청년 일(자리) 기업이 mind 바꾸라, 삼성이 치고 나오고 LG, SK(3-2-16 VIP).’ ‘16. 박병원 idea, 성과급, 임금피크 없어도 가능(4-9-16 VIP-③).’ 임금피크제는 임시방편이고 향후 직무·성과 중심 임금체계로 개편해야 한다는 박 회장의 말에 박 대통령이 크게 공감한 것으로 보인다.

박 대통령이 대법원에 계류 중인 근로시간 판결을 지난해 10월 구체적으로 언급한 것도 확인된다. ‘1. 대법원-근로시간 해석, 정규근로+연장근로+휴일근로, 휴일근로까지 포함→12시간 초과 X→100% 할증, 근로시간 단축→근로기준법 개정-52시간 상한제, 기업 규모별, 단계별(10-13-16 VIP-③).’ 박 대통령이 말한 ‘근로기준법 개정’은 2016년 5월 김성태 당시 새누리당 의원이 대표 발의한 근로기준법 개정안을 의미한다. 현재 근로기준법상 노동시간 한도가 68시간이라는 고용노동부 행정해석이 하급심에서 다수 기각돼 대법원 판결만 남겨두고 있다. 판결이 확정되면 주 노동시간 한도가 52시간이 될 뿐 아니라 사용자의 휴일·연장근로수당 부담이 크게 늘어난다. 여당은 대법원 판결이 나기 전에 근로기준법 관련 조항을 개정하고 싶어 한다. 박근혜 대통령은 통상임금 소송이 대법원에서 심리 중이던 2013년 5월 미국을 방문해 대니얼 애커슨 GM 회장에게 “통상임금 문제를 잘 해결하겠다”라고 발언해 비판받은 바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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