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북 미사일에 구체적 대응 없는 트럼프 정부

2017년 03월 02일(목) 제493호
워싱턴·정재민 편집위원 webmaster@sisai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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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북한의 미사일 발사에 절제된 대응을 보였다. 워싱턴 외교계에서는 의외로 받아들여진다. 백악관 안보팀이 북한의 도발에 대응할 정도로 준비되지 않은 것 아니냐는 관측이 나온다.

북한이 신형 중거리 탄도미사일을 시험 발사한 2월12일 저녁, 미국 남부 플로리다에서는 미국·일본 두 정상 간의 만찬이 한창 진행 중이었다. 트럼프 미국 대통령 소유의 호화 리조트 ‘마라라고’에서였다. 트럼프는 만찬 도중 북한 미사일 발사 소식을 접했다. 그는 잠시 백악관의 누군가와 통화한 뒤 리조트의 다른 방으로 기자들을 불러 이렇게 말했다. “미국은 훌륭한 우방인 일본을 100% 수호할 것임을 모두가 확실히 알았으면 한다.”

의외였다. 기자들은 트럼프가 북한을 언급하며 강력한 발언을 터뜨릴 것으로 기대했기 때문이다. 반면 심각한 표정의 아베 신조 일본 총리는 북한의 미사일 발사가 유엔안보리 결의를 위반했다며 “절대 용납할 수 없다”라고 목청을 높여 트럼프와 대조를 이뤘다.

트럼프 대통령이 북한을 언급한 것은, 다음 날 쥐스탱 트뤼도 캐나다 총리와의 백악관 회동에서였다. 이번엔 단호하게 들렸다. “북한은 아주 큰 문제다. 매우 강력하게 대처할 것이다.” 하지만 거기까지였다. 구체적 대응에 대해서는 전혀 언급하지 않았다.

ⓒAP Photo
북한에서 신형 중거리 탄도미사일을 시험 발사한 2월12일 저녁,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오른쪽)과 아베 신조 일본 총리가 만찬을 하고 있다.

김정은 북한 노동당 위원장이 지난 1월1일 신년사에서 “대륙간 탄도미사일 발사 시험이 막바지 단계에 들어섰다”라고 선언하고, 트럼프가 트위터로 “(그런 일은) 절대 일어나지 않을 것!”이라며 호언장담할 때만 해도 해석이 분분했다. 상당수 분석가들은 트럼프의 메시지를, 북한에 대한 일종의 ‘금지선(red line)’으로 해석했다. 북한이 미사일 도발로 ‘금지선’을 범하면, 미국이 어떤 식으로든 응징할 것이라는 의미로 받아들여졌다. 물론 북한이 2월12일 시험 발사한 ‘북극성 2호’가 핵탄두를 미국까지 운반할 수 있는 대륙간 탄도미사일(ICBM)은 아니었다. 그러나 김정은 위원장은 북극성 2호를 통해, 북한의 능력이 적어도 ICBM의 전 단계까지 도달해 있다는 것을 입증해 보였다. 트럼프가 그은 금지선을 넘어선 것이다.

트럼프 대통령은 북한의 미사일 발사 전날(2월11일), 이란이 탄도미사일을 시험 발사하자 즉각 제재를 명령했다. 똑같이 미국에 거역해서 탄도미사일을 시험 발사했건만, 트럼프 자신은 물론이고 백악관 수석 참모들까지 이란과 달리 북한에 대해서는 상당히 절제된 대응을 보였다. 이처럼 ‘느긋한’ 행정부와 달리 미국 의회는 강경한 분위기다. 상원 외교위원회 간사인 민주당 척 슈머 의원은 “북한의 미사일 발사는 트럼프를 시험하려는 것이 분명한 만큼 단호한 대응을 내놓았어야 했다”라며 분개했다. 공화당 코리 가드너 의원도 “강력한 제재와 합동 군사훈련, 사드의 신속 배치 등 일련의 강력한 조치를 취해야 한다”라고 트럼프 대통령에게 촉구했다.

트럼프 행정부의 의외로 차분한 반응에 대해 워싱턴 외교계에서는 몇 가지 그럴듯한 관측이 떠돌고 있다. 먼저, 북한 미사일이 크게 위협적이지 않았다는 분석이 있다. 트럼프가 지나치게 태연했기 때문이다. 북한의 미사일 발사 다음 날 아침, 주요 언론들이 난리법석을 떠는 동안 트럼프는 무엇을 했을까? 유명 프로농구 구단 댈러스 매버릭스의 구단주로 한때 트럼프와 절친했다가 돌아선 마크 쿠반을 트위터로 비난하면서 하루를 시작했다.

다른 해석도 나온다. 북한의 ‘시험’에 대한 계산된 대응이었을 수도 있는 것이다. 전통적으로 북한은 미국에 새로운 대통령이 취임하면 일련의 도발을 통해 신임 행정부의 대북정책을 가늠해왔다. 일종의 ‘시험’이다. 트럼프로서는 이런 북한의 노림수에 놀아날 필요가 없다고 판단했다는 것이다.

트럼프 행정부의 국가안보팀이 북한의 도발에 대응할 정도로 준비되지 않았기 때문이라는 분석도 나온다. 실제로 트럼프 안보팀은 매우 지리멸렬한 상태다. 국가안보회의(NSC)의 경우, 마이클 플린 국가안보보좌관이 러시아와 부적절한 내통 혐의로 사임한 데다 각 지역국 책임자 자리도 다수가 공석으로 남아 있다. 그나마 아시아 담당 선임국장에 임명된 매슈 포팅어는 기자 출신인 데다 아프가니스탄에서 정보장교로 근무한 것이 경력의 전부다. 북한 문제에 관해선 초보자나 다름없다. 주무 부서인 국무부의 렉스 틸러슨 장관은 석유 재벌 출신의 외교 문외한이다. 상황이 이렇다 보니 북한의 도발에 대해서도 체계적이고 기민한 대응이 나올 리 만무하다. 오바마 행정부 당시 아시아 담당 선임국장을 지낸 제프리 베이더 브루킹스연구소 선임연구원은 <뉴욕 타임스>에 “트럼프의 놀라울 정도로 조용한 반응은 대북 전략 자체가 없기 때문일 가능성이 높다”라고 말했다.

북한의 미사일 발사는 미·중 관계에도 변수로 작용할 전망이다. 트럼프 행정부가 북한을 압박하려면 중국과의 공조를 돈독히 유지해야 하는데 현실은 그렇지 않기 때문이다. 트럼프는 당선 직후 타이완 총통과의 통화로 ‘하나의 중국’ 정책을 뒤흔든 바 있다. 취임 이후 한 달 뒤에야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과 통화하며 화해를 모색했지만, 미·중 관계에는 남중국해 영유권 문제에서 환율 조작, 사드 한국 배치 등에 이르기까지 현안이 산적해 있다. 이런 상황에서 트럼프 행정부가 북한의 핵·미사일 문제와 관련해 중국의 협조를 어느 정도 이끌어낼 수 있을지는 미지수다. 트럼프 대통령은 북핵 문제가 안 풀리는 이유가 중국의 비협조 때문이라는 인식을 갖고 있다. 이에 따라 최악의 경우엔 북한과 거래하는 중국 기업이나 은행 등에 제재를 가하는 ‘세컨더리 보이콧’을 전면 적용할 가능성까지 제기된다.

ⓒ평양 조선중앙통신
2월12일 북한은 신형 중거리 탄도미사일인 ‘북극성 2호’를 시험 발사했다.

워싱턴의 정통한 외교 소식통에 따르면, 전임 오바마 행정부 안보팀은 지난 1월 정권 인수인계 과정에서 트럼프 측에 북한 도발에 대한 일련의 ‘대응 매뉴얼’을 전수한 것으로 알려졌다. ‘다국적 혹은 일방적 제재’ ‘유엔을 통한 제재’ ‘한국 및 일본과 공동성명’ ‘미사일 방어망 신속 배치’ 등이다. 오바마 행정부는 이런 대응책들 가운데 상당수를 이미 수행했지만 큰 성과를 거두지 못했다. 이에 트럼프가 추가할 수 있는 옵션이 있다면, 요즘 워싱턴의 화두인 대북 선제공격(46쪽 기사 참조) 혹은 ‘김정은과의 직접 대화’ 정도다.

트럼프, ‘김정은과 직접 대화’ 실현하나


트럼프는 대통령 후보 시절, 북핵 문제의 극적인 돌파구를 마련하기 위해 ‘김정은과 직접 대화하겠다’고 언급한 바 있다. 실제로 <뉴욕 타임스>는 북한의 탄도미사일 발사 관련 기사(2월14일자) 제목을 ‘트럼프가 북한에 목소리를 높이지 않는 이유는 북핵 협상에 희망을 걸기 때문?’으로 달아 눈길을 끌기도 했다. 중국 인민대학 국제관계학과 청샤오허 교수는 기고문을 통해 다음과 같이 중국의 방침을 밝혔다. “중국은 미국이 북한과 직접 대화하기 바란다. 중국은 북핵 문제가 미국의 침공에 대한 북한의 두려움에서 비롯됐다고 믿는다. 그 책임은 미국에 있다. 그러므로 북·미 간에 모든 관련 협상이 직접 이뤄져야 한다.”

다만 대다수 미국 관리들이나 의원들은 북한과의 직접 교섭이 ‘북한에 보상하는 것’이라며 ‘북·미 직접 협상’에 이의를 제기한다. 하지만 6자회담 의장국인 중국조차 북·미 직접 대화를 촉구하는 상황에서 트럼프 행정부가 안 나설 이유가 없다는 주장도 나온다. 북한 전문가인 존 델러리 연세대 국제대학원 교수는 미국 유력지 <포린 어페어스> 최근 호에 기고한 글을 통해 “트럼프는 북한과 막후 회담을 열고 여기서 성과를 내는 경우 특사를 평양에 보내 핵동결 협상에 나서야 한다”라고 주장했다. 나아가 북한과 고위급 회담을 열어 트럼프·김정은 정상회담을 성사시켜야 한다는 것이다. 트럼프의 예상 불가 언행을 보더라도 이런 극적인 반전 상황이 얼마든지 일어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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