check 3d gpu
바로가기
왼쪽 메뉴로 이동
본문으로 이동

이제야 ‘진짜 원더걸스의 음악’ 알 것 같은데

2017년 03월 03일(금) 제493호
중림로 새우젓 (팀명) webmaster@sisain.co.kr
공유하기

구글+구글+ 카카오톡카카오톡 카스카스 라인라인 밴드밴드 네이버블로그블로그 URL복사URL복사

URL 복사

아래의 URL을 길게 누르면 복사하실수 있습니다.

- 원더걸스가 데뷔 10주년을 맞은 2월10일 그룹 활동에 마침표를 찍었다. 이제야 겨우 진짜 그들의 음악을 알 것 같았는데, 다음 행보가 가장 궁금해질 시점에 멈추고 말았다.

3650일. 처음에서 끝까지 꼬박 10년이 걸렸다. 원더걸스가 자신들의 데뷔 10주년이기도 한 2월10일, 마지막 싱글 <그려줘>를 발표함으로써 그룹 활동에 마침표를 찍었다. 지난해 연말 시상식에서 원더걸스를 찾아볼 수 없었을 때부터였을까? JYP 사옥에서 원더걸스의 현수막이 내려간 어느 날부터였을까? 아니면 훨씬 더 예전부터일 수도 있겠다. 어쨌든 멤버들은 각자의 길을 찾아, 남거나 떠났다.

2007∼2008년의 가요계, 아니 대한민국을 원더걸스를 빼놓고 이야기하긴 어려울 것 같다. 중독성 강한 후렴구와 곡 전체에 흐르는 ‘뽕끼’에 사람들의 몸은 속절없이 좌우로 흔들렸다. 때마침 시절도 원더걸스의 편이었다. UCC와 싸이월드 미니홈피 열풍 덕에 ‘텔 미(Tell Me)’는 전 국민적 인기를 얻었다. 이어 ‘소 핫(So Hot)’ ‘노바디(Nobody)’로 이어지는 복고 콘셉트가 3연타석 홈런을 쳤다. 그해 원더걸스는 서울가요대상에서 본상, 디지털 음원상, 대상을 동시에 거머쥐었다. 서울가요대상에서 걸그룹이 단독으로 대상을 받은 것은 1999년 핑클(제10회) 이후로 2008년(제18회) 원더걸스가 처음이었다.

ⓒ이우일 그림
언제고 그들의 편일 것만 같았던 시간은 미국 진출 이후부터 엇박자로 흐르기 시작했다. 영어 단어 하나 때문에 수백 번 재녹음을 하고, 버스로 미국 전역을 돌며 공연에 매달렸지만 3년 동안 손에 잡히는 뚜렷한 성과는 없었다. 그 사이 한국의 대중은 빠르게 원더걸스를 잊어갔다. 국내 활동을 재개한 뒤의 성적은 나쁘지 않았지만 늘 동정이나 조롱이 꼬리표처럼 따라붙었다. 게다가 잦은 멤버 변화로 자의 반 타의 반 개인 활동에 주력하는 시간이 길어지면서 ‘완전체 원더걸스’를 기다리는 팬들의 바람은 희망고문이 되어갔다.  

그 시간이 멤버들에게도 막막하지 않았을 리 만무하다. 하지만 때론 시간만이 가져다줄 수 있는 것도 있는 법이다. 2015년, 3년2개월의 침묵이 깨졌다. 원더걸스는 주특기인 복고 콘셉트에 밴드로서의 새로운 가능성을 더했다. 밴드 변신이 일회성 이벤트가 아닐까 하는 의심은 오래가지 않았다. 이듬해 데뷔 후 최초로 박진영의 곡 대신 자신들의 작사·작곡·연주로 채운 앨범 <와이 소 론리(Why So Lonely)>를 내놓았다. 공백기 동안 많게는 하루 10시간씩, 꼬박 1년6개월을 컴컴한 연습실에서 보낸 시간이 원더걸스를 ‘고인(故人)에서 거인이 되게’(수록곡 <백(Back)> 가사) 해준 밑거름이었다.  

사랑을 갈구하는 소녀도, 박진영의 분신도 아닌


음악적 변화보다 사실 더 반가웠던 건 누군가의 대상이 되거나 누군가를 대리하지 않는, 진짜 원더걸스가 보이기 시작했다는 점이었다. 많은 사람들의 기억에 전성기의 원더걸스는 깜찍한 ‘국민 여동생’이었지만 예은은 그 시간을 “(박진영) 프로듀서님이 만들어준 모습이고 (우리는) 열심히만 한 상황이었다”라고 회상했다. 이제 20대 중·후반이 된 원더걸스는 더 이상 사랑을 갈구하는 소녀도, 박진영의 분신도 아니었다. 때로 지루하고 시시하고 공허한 어른의 연애를 노래하며 원더걸스의 시계는 바로 지금, 자신들의 시간을 가리키고 있었다. 인터뷰에서도 “어느 한 가지로 규정되고 싶지 않다” “같은 여성의 공감을 얻고 싶다”라는 의지가 전보다 자주 눈에 띄었다. 무해하게 표백된 소녀 이미지로 가득한 가요계에서 팬과 함께 나이 먹고, 자연스럽게 자기 나이에 맞는 노래를 하는 걸그룹 하나쯤은 필요하지 않을까.

그래서 아쉽다. 이제야 겨우 진짜 원더걸스의 음악을, 멤버 개개인의 생각과 감정을 좀 알 것도 같았는데 10년간 달려온 원더걸스의 시계는 얄궂게도 다음 행보가 가장 궁금해질 시점에 멈춰 섰다. 하지만 진부한 표현을 빌리자면 끝은 또 다른 시작이다. 지난 10년 중에서 원더걸스의 가장 빛났던 시절은 짧았을지 몰라도, 멤버들은 나머지 시간마저 견디고 껴안을 줄 아는 어른으로 성장했다. 2007년에는 상상하지 못했던 많은 것을 보여준 지난 10년이었다. 앞으로 10년 뒤 이 ‘놀라운 소녀들(Wonder Girls)’이 또 어떤 놀라움을 선사해줄지 모를 일이다.

전체선택후 복사하여 주세요. 닫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