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페미니즘 환대하는 세상인데

2017년 03월 03일(금) 제493호
이환희 (동녘 편집자) webmaster@sisai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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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 한 권을 만들고 나면 늘 아쉽다. ‘오탈자를 줄여야 했는데’ ‘어째서 그 오류를 발견 못한 건지 이해가 안 되네’ ‘제목 바꿀걸’ 같은 생각으로. <환대받을 권리, 환대할 용기>가 나왔을 때도 마찬가지였다. 콘셉트와 제목을 바꾸는 게 나았겠다는 후회를 했다.

책이 여성·성소수자·비정규직 노동자 등 사회에서 쉽게 배제되는 이들을 다룬다는 점을 고려했을 때 ‘환대’는 글 전반을 아우르는 핵심어로 적절했다. 무엇보다 당시 <사람, 장소, 환대>(문학과지성사, 2015)가 많은 주목을 받고 있던 터라 사람들이 환대라는 말에 반응하고 있다는 판단을 내리기도 했다. 오판이었다. 사람들은 그저 <사람, 장소, 환대>의 탁월함에 반응한 거였다.

물론 <환대받을 권리, 환대할 용기> 역시 탁월한 책이다. 편집자로서 이런 원고를 만난 걸 행운이라고 여길 정도였다. 평소 소수자 문제에 관심을 두었던 편이어서 글에서 드러나는 시선이 굉장히 신선하다고 느끼진 않았다. 그럼에도 저자의 논의를 풀어가는 능력, 머리와 마음에 종종 강력한 스파이크를 내리꽂는 통찰과 문장력에 감탄했고, 또 감응했다.

<환대받을 권리, 환대할 용기>
이라영 지음, 동녘 펴냄

그런 책이 더 많은 독자에게 닿지 못한 건 순전히 내 책임이다. 사실 이 책이 나올 무렵의 독자들은 페미니즘을 환영할 준비를 하고 있었다. <환대받을 권리, 환대할 용기>는 여성 문제가 내용의 상당 부분을 차지하기에 페미니즘 도서로 내놓았어도 무방할 책이었고. 고심 끝에 그렇게 하지 않은 게 아쉽다. 단독으로 페미니즘 관련 대중서를 낸 국내 저자가 드물어, 독자들에게 사랑받았던 책이 대체로 외서였음을 감안하면 더더욱 그렇다.

아쉬움을 달래려 몇 달 전 저자를 염두에 둔 페미니즘 책을 기획했고, 새로 계약을 했다. 흠잡을 데 없는 저자와 다시 작업을 하게 되었으니 그 결과물이 많은 사람의 책장에 꽂히지 못한다면 그건 또다시 내 탓이겠다. 부디 이번엔 더 널리 읽혀서 독자들이 저자의 놓치기 아까운 전작까지 찾아 읽는 계기가 되었으면 좋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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