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 한 권을 만들고 나면 늘 아쉽다. ‘오탈자를 줄여야 했는데’ ‘어째서 그 오류를 발견 못한 건지 이해가 안 되네’ ‘제목 바꿀걸’ 같은 생각으로. 〈환대받을 권리, 환대할 용기〉가 나왔을 때도 마찬가지였다. 콘셉트와 제목을 바꾸는 게 나았겠다는 후회를 했다.

책이 여성·성소수자·비정규직 노동자 등 사회에서 쉽게 배제되는 이들을 다룬다는 점을 고려했을 때 ‘환대’는 글 전반을 아우르는 핵심어로 적절했다. 무엇보다 당시 〈사람, 장소, 환대〉(문학과지성사, 2015)가 많은 주목을 받고 있던 터라 사람들이 환대라는 말에 반응하고 있다는 판단을 내리기도 했다. 오판이었다. 사람들은 그저 〈사람, 장소, 환대〉의 탁월함에 반응한 거였다.

물론 〈환대받을 권리, 환대할 용기〉 역시 탁월한 책이다. 편집자로서 이런 원고를 만난 걸 행운이라고 여길 정도였다. 평소 소수자 문제에 관심을 두었던 편이어서 글에서 드러나는 시선이 굉장히 신선하다고 느끼진 않았다. 그럼에도 저자의 논의를 풀어가는 능력, 머리와 마음에 종종 강력한 스파이크를 내리꽂는 통찰과 문장력에 감탄했고, 또 감응했다.

〈환대받을 권리, 환대할 용기〉
이라영 지음, 동녘 펴냄

그런 책이 더 많은 독자에게 닿지 못한 건 순전히 내 책임이다. 사실 이 책이 나올 무렵의 독자들은 페미니즘을 환영할 준비를 하고 있었다. 〈환대받을 권리, 환대할 용기〉는 여성 문제가 내용의 상당 부분을 차지하기에 페미니즘 도서로 내놓았어도 무방할 책이었고. 고심 끝에 그렇게 하지 않은 게 아쉽다. 단독으로 페미니즘 관련 대중서를 낸 국내 저자가 드물어, 독자들에게 사랑받았던 책이 대체로 외서였음을 감안하면 더더욱 그렇다.

아쉬움을 달래려 몇 달 전 저자를 염두에 둔 페미니즘 책을 기획했고, 새로 계약을 했다. 흠잡을 데 없는 저자와 다시 작업을 하게 되었으니 그 결과물이 많은 사람의 책장에 꽂히지 못한다면 그건 또다시 내 탓이겠다. 부디 이번엔 더 널리 읽혀서 독자들이 저자의 놓치기 아까운 전작까지 찾아 읽는 계기가 되었으면 좋겠다.

기자명 이환희 (동녘 편집자) 다른기사 보기 editor@sisain.co.kr
저작권자 © 시사IN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