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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2P 금융은 금 따는 콩밭이 될까?

2017년 03월 14일(화) 제495호
이나래 (변호사·법무법인 시헌) webmaster@sisai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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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개별 투자자와 차입자를 온라인 플랫폼을 통해 연결해주는 P2P 대출의 가이드라인이 발표되었다. 수제 맥주업체 몇 곳이 이 방식으로 투자금을 모집하기도 했다. 기대와 우려가 뒤섞인 P2P 대출을 들여다보았다.

금융 당국이 마련한 ‘P2P 대출 가이드라인’이 2월27일부터 본격 시행되었다. 기대와 우려가 뒤섞인 P2P 대출에 대한 행정조치다. ‘P2P 대출(Peer to Peer Lending)’은 온라인 플랫폼을 통해 개별 투자자와 차입자를 이어주는 새로운 시스템이다. 기존 은행 문턱이 높아 대출이 어려웠던 사람들이 제2금융권보다 저렴한 금리로 대출을 받고, 투자자들은 은행권 이자보다 높은 수익률을 얻을 수 있다. 흔히 ‘중금리’라고 부르는 영역에 새롭게 생겨난 금융 플랫폼이다.

핀테크를 선도하는 영미권에서 2000년대 중반부터 등장한 개념이지만, 우리나라에는 은행을 중심으로 한 견고한 금융 시스템 때문에 도입 시기가 늦었다. 뒤늦게 정부가 핀테크 산업 육성 계획을 수립했고, 최근 몇 년 사이에 관련 업체가 생겨나 이제 막 걸음마를 뗀 상황이다.

ⓒ연합뉴스
2016년 6월24일 서울 코엑스에서 열린 ‘제3회 대한민국 금융대전 핀테크·재테크·인테크’ 전시장.

시작은 혼란스러웠다. 초기 P2P 금융회사들은 인식 부족과 제도 미비로 어려움을 겪었다. 대표적인 것이 이른바 ‘워닝(Warning:불법 유해정보에 대한 이용해지 조치, 웹사이트 접근 차단 시 표기되는 경고 화면) 사태’다. 2015년 2월 방송통신위원회는 금융감독원의 요청에 따라 베타서비스를 제공 중이던 한 P2P 금융회사의 웹사이트를 차단했다. 금융감독원은 이 업체가 은행이 아닌데도 돈을 모집해 수익을 지급하는 ‘유사수신’ 행위를 한다고 의심했다. 정부에서 ‘핀테크를 육성하겠다’고 선언해놓고, 정작 새로운 서비스는 차단해버린 처사였다. 해당 업체는 자회사를 ‘대부업’으로 등록하고 나서야 사이트 차단을 해제하고 영업을 재개했다. 이후 P2P 금융회사가 100% 자회사를 설립하고 자회사를 대부업자로 등록하는 형태로 사업을 진행하는 것이 P2P 금융의 일반적인 비즈니스 구조로 자리를 잡게 되었다.

유망한 고수익 투자처 같지만, P2P 금융 역시 금융의 기본 원리를 따른다. 높은 수익에는 그만큼 큰 위험이 뒤따른다. P2P 금융상품은 은행예금과 달리 투자 원금 회수가 보장되지 않는 고위험 상품이다. P2P 금융업체들이 많이 쓰는 방식인 ‘원리금수취권 참가형’ P2P 금융상품을 살펴보자. 이 상품은 P2P 금융회사가 100% 출자한 ‘대부업체’ 자회사를 통해 대출이 이뤄진다. 법적으로 따지면, 결국 P2P 대출 플랫폼에서 돈을 빌리는 사람(차입자)은 이 ‘대부업체’와 대출 관계를 형성한다.

이 법률관계는 투자자의 원리금 회수 문제가 걸려 있다. P2P 금융회사(모회사)는 대부업체(자회사)로부터 대출 만기 시 원금과 이자를 받을 권리를 이전받는다. 그러나 일반 투자자는 사정이 다르다. 투자자는 대부업자 또는 P2P 금융업체가 가지는 ‘차입자로부터 원리금을 받을 권리’에 ‘투자’를 한 셈이다(원리금수취권 참가). 그래서 대출 만기 시 차입자가 대출금을 상환하지 않을 경우, 투자자는 차입자를 상대로 직접 소송 등을 통해 돈을 돌려받기가 어렵다.

최근 이러한 P2P 금융의 특성을 보완하고 투자자의 불안을 불식시키고자 몇몇 P2P 금융회사가 별도의 펀드를 조성해 투자자의 손실을 일정 부분 보전해주는 제도를 시행하고 있다. 그러나 모든 P2P 금융상품에 대해 수익을 보전해주는 것은 아니고, 원금 및 예상 수익의 일부를 보전해줄 뿐이라는 점을 유의해야 한다. 개별 업체가 자구책을 마련했다고 해서 P2P 금융상품이 지닌 투자 위험이 모두 없어지는 것은 아니다.

법률 미비와 내재된 위험에도 급성장

법률적 미비와 내재된 위험에도 불구하고 최근 2년 사이에 P2P 금융은 크게 성장했다. 한국P2P금융협회 조사에 따르면 지난 1월31일 기준으로 협회 회원사들의 누적 대출액은 5720억원을 넘어섰다. P2P 금융업이 급성장하자 금융 당국에서도 투자자를 보호하기 위한 행정조치가 다급해졌다. P2P 금융을 대부업법(대부업 등의 등록 및 금융이용자 보호에 관한 법률)에 포함하고 있지만, 대부업법 중 P2P 금융에 적용할 만한 내용이 많지 않다. 이번에 등장한 금감원의 ‘가이드라인’은 이 같은 연유로 등장하게 되었다.

그런데 이번 가이드라인을 두고도 P2P 금융회사와 금융 당국 간에 이견을 드러냈다. 가장 논쟁이 되는 대목은 개인투자자가 한 회사당 투자할 수 있는 금액에 연간 한도를 규정한 부분이다. 투자자들이 P2P 금융상품에 투자할 수 있는 금액에 한도를 정해서 발생 가능한 피해액을 최소화하겠다는 의도다. 취지는 이해하지만, 갓 태어난 P2P 금융업의 성장을 막을 가능성이 높은 행정편의적 조치다. 투자의 총량을 규제하기보다 투자자 안전망을 어떻게 확보할지 초점을 맞춰야 한다. 가령 P2P 금융회사가 내부 통제 절차를 어떻게 갖출지 방향을 제시하거나, P2P 금융회사의 관리 및 대출심사 실패에 대비한 예치금 및 보증보험 제도가 더 시급하다.

ⓒ민병두의원실 제공
2016년 11월16일 국회도서관에서 열린 ‘P2P 대출 법제화를 위한 입법공청회’.

P2P 금융은 여타 핀테크 분야, 특히 신용평가 분야와 직결된다. 기존 신용평가제도는 보유 부동산, 예금 잔고 등과 같은 자산, 거래 내역, 연체 내역 등을 바탕으로 점수를 매긴다. 그런데 자산을 보유하고 있지 않거나 금융기관과 거래 내역이 많지 않은 경우에는 어떻게 신용을 평가해야 할까? P2P 금융을 통해 대출을 받고자 하는 사람 가운데 종전의 신용평가제도로는 평가하기 어려운 사람들이 상당수일 것이므로 이들의 신용을 정교하게 판단할 수 있는 방법을 개발하는 것이 매우 중요하다.

자연스럽게 신용평가 기술력이 뛰어난 회사들이 P2P 금융을 이끌어간다. 신용평가 대상자에 대한 다양한 정보를 수집하고, 머신러닝 기술 등을 통하여 데이터를 학습시키는 방식이다. 글로벌 신용평가회사인 렌도(Lenddo)의 경우 평가 대상자의 소셜미디어 네트워킹, 소비 패턴, 통화 이력 등을 수집·분석해 신용을 평가한다. 한국 P2P 금융회사들도 이러한 신용평가 기술을 가진 회사와 제휴하거나 자체 기술개발을 통해 신용평가의 기술적 수준을 높이기 위해 노력 중이다. 물론 이 같은 개인에 대한 비정형 데이터를 활용하기 위해서는 개인정보 보호책 역시 중요하다. 이런 비정형 데이터들은 개인의 취향과 성격 등과 같은 내밀한 정보를 포함한 경우가 많아서 제대로 관리되지 않을 경우 큰 피해가 우려된다. 개인정보에 대한 안전한 관리는 물론이고 대출금 상환 이후에는 해당 정보를 철저히 파기하는 시스템이 구축되어야 한다.

P2P 금융은 여전히 과제가 산적한 분야다. 가이드라인만 제공했을 뿐, 업계를 규정하는 법률조차 미진하다. 그나마 금융위원회가 2월9일 대부업법 시행령을 개정하겠다는 입법 예고를 해 제도적 기반이 마련될 것으로 보인다. P2P 대출을 중개하는 P2P 금융회사를 ‘온라인대출정보중개업자’로, P2P 금융회사의 100% 자회사인 대부업자를 ‘온라인대출정보연계대부업자’로 추가하겠다는 내용이다.

최근 수제 맥주가 유행하면서 유명 수제 맥주업체 몇 곳이 P2P 금융으로 투자를 성공적으로 모집한 사례가 있다. 이처럼 P2P 금융은 개인뿐 아니라 사업자의 자금 조달 수단으로 점차 활용 폭이 넓어지고 있다. 제대로 활용하는 방안만 마련된다면, P2P 금융은 기존 금융제도의 훌륭한 보완재가 될 수 있다. 자금을 융통하기 어려운 이들에게 새로운 기회를 마련하면서, 저금리 시대에 마땅히 투자할 곳을 찾지 못하는 사람들에게는 어느 정도 위험을 감수하는 효과적인 투자 수단이 될 수 있다. 이러한 효과는 P2P 금융회사들이 단기수익 추구에 급급할 것이 아니라 장기적 안목으로 투자자들로부터 신뢰를 얻기 위해 노력하고, 그러한 노력이 투자자 보호를 위해 마련된 제도로 뒷받침될 때 비로소 가능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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