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제한민족재단(상임의장 이창주)이 주관한 ‘고려인 강제이주 80주년 회상열차’에 탑승을 요청받았을 때 함 신부는 머뭇거렸다고 한다. 무엇보다 그 여정이 만만치 않아서다. 올해 80주년 행사는 오는 7월23일 인천공항을 출발해 13박14일에 걸쳐 6500㎞를 이동하는 여정이다. 블라디보스토크에서 신한촌 기념탑 재건식, 강제이주 시발점인 라즈돌노예 역에서 진혼제, 시베리아 횡단열차 탑승, 이르쿠츠크·바이칼·노보시비르스크 등을 거쳐 최초 기착지인 카자흐스탄 우슈토베에서 진혼제 및 위령비 제막식, 알마티에서 홍범도 장군 추모제 및 예술제와 제18회 국제한민족포럼 행사 등 강행군 일정이다. 국내 인사 80여 명이 회상열차를 타고 그 수난의 발자취를 되짚어간다.
안중근 의사의 발자취를 찾아 간도와 연해주를 여러 차례 방문했던 함 신부는 이 여정이 성서에서 부활의 의미처럼 느껴졌다고 한다. 함 신부는 “성서에서 구원은 노예 상태로부터의 해방 체험과 하느님에게 진 빚에 대한 대속(代贖)이라는 의미가 있다. 예수님이 돌아가신 것 자체가 대신 빚을 갚는 행업이었다. 우리 역사에서는 이름 없이 숨져간 순국선열들과 80년 전 연해주에서 강제이주되었던 그분들이야말로 우리에게 밝음을 준 역사적 시원이자 우리 민족의 부활을 위한 십자가였다”라고 의미를 부여했다.
예수가 겟세마네 동산에서 골고다 언덕까지 십자가를 끌며 걷던 그 길을 순교자의 길이라 부른다. 그곳을 걷는 것을 순례라고 한다. 순국선열의 길을 따라가는 것도 그에게는 마찬가지로 순례길이다. 함 신부는 “80년 전의 그 여정 역시 순교자의 길이자 정화의 길, 고통에 참여하는 십자가의 길이다. 그 길을 거쳐야 부활과 새로운 생명과 영광이 있다. 그 길을 통해 그분들의 후손과 만나고 민족의 독립과 통일을 지향하고 싶다”라고 말했다. 그들의 삶을 되새기는 일이야말로 오늘날 ‘촛불 평화혁명’의 정신에 부합하는 일이라는 것이다.
함 신부는 1974년 천주교정의구현전국사제단 창립을 주도하고 본격적으로 민주화 운동에 뛰어들어 1976년 명동 3·1 민주구국선언, 1979년 부마항쟁 등으로 두 차례 구속되기도 했다. 그러나 그가 젊은 시절인 1965년부터 1973년까지 로마 유학을 다녀왔고 동물이나 숫자의 상징성에 천착하는 신학적 상징주의 연구에 조예가 깊다는 사실은 잘 알려지지 않았다.
역사적 사건의 의미도 그는 숫자를 통해 접근하고 해석한다. “박근혜 대통령이 1차 사과문을 발표한 작년 10월25일, 그 사실을 알게 된 순간 순국선열의 덕이라고 생각했다. 바로 다음 날이 김재규 중앙정보부장이 박정희를 쏜 10월26일인데, 이날은 안중근 의사가 하얼빈에서 이토 히로부미를 저격한 날이다. 즉 박근혜의 항복과 박정희의 죽음처럼 우리 민족이 고난에서 부활한 날들이 모두 안중근 의사의 의거일과 겹쳐 있다. 그런 면에서 박근혜와 박정희는 역사 앞에 무릎을 꿇은 것이다.” 그는 현재 안중근의사기념사업회 이사장 겸 ‘10·26 재평가와 김재규 장군 명예회복 추진위원회’ 공동대표를 맡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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