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산별교섭 강화로 노동의 새벽을!

2017년 03월 15일(수) 제495호
이종태 기자 peeker@sisai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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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시사IN>은 노동시장 개혁에 지속적으로 목소리를 내온 다수의 연구자와 활동가를 인터뷰했다. 산별노조 강화와 그 방법을 중심으로 다양한 의견이 나왔지만, 노동시장 유연화를 대안으로 내거는 견해도 있었다.

정승일 ‘새로운사회를여는연구원’ 연구이사는 ‘자유시장 자본주의’ 자체에 노동자들을 차별하고 분열시키는 성향이 존재한다고 본다. 이른바 ‘노동시장 이중화’. 실제로 자본주의 역사에서 이중화 문제가 완화된 것은 1930년대 이후다. 유럽 노동운동의 강화와 함께 진보 정당이 일부 국가에서 집권하면서 자본주의의 성격을 다소 변화시킨 것이다. 이 시기의 가장 큰 특징은 산별노조와 산별교섭의 제도화였다.

한국의 노사교섭은 산업 차원이 아니라 각 기업 단위로 이뤄진다. 기업 경영진과 노동조합이 만나 교섭하는 방식이다. 노조가 강하고 해당 기업의 지불 능력이 클수록, 해당 업체의 정규직들은 높은 임금과 고용안정성을 보장받는다. 부유하지 않은 기업의 무노조 노동자들은 소외된다. 1990년대 후반 이후, 강력한 노조가 자리 잡은 대기업 및 공공부문 정규직들의 임금만 빠르고 지속적으로 상승한 이유다.

산별노조는 기업별 노조와 달리 해당 산업의 정규직과 비정규직을 모두 대표한다. 노사교섭도 기업마다 따로 이뤄지는 것이 아니라 산별노조와 해당 산업의 사용자 대표 간에 진행된다. 예컨대 자동차 산별교섭이라면 현대차·기아차·한국GM·쌍용차의 정규직과 비정규직 노동자들 그리고 하청업체 직원들이 함께 노동 측 협상단을 꾸린다. 이 과정에서 노동자들 간에 협의가 이뤄지는데 아무래도 가난한 노동자들에게 유리한 방향으로 교섭안이 구성되기 쉽다. 사용자 측 역시 여러 기업이 함께 협상단을 꾸린다. 노사 양측의 협상단이 만나면 해당 산업 전체의 발전 및 생산성 향상을 고려한 가운데 공평하고 지속 가능한 임금인상률을 모색하게 된다. 원청 대기업과 하청 중소기업 간에 납품가 조정으로 이어질 수도 있을 것이다. 하청 중소기업 처지에서는 산별교섭을 통해 정해진 임금인상안이 힘겨울 수 있기 때문이다. 한편 각 기업의 노동자들은 산별교섭의 결정을 따라야 한다. 소속 기업의 지불 능력이 크다고 해서 더 이상의 임금 지급을 요구하는 행위는 금지된다. 이런 제도가 정착되면 소득 기준 상층 노동자와 하층 노동자 사이의 높은 임금 격차가 해소되는 제도적 메커니즘이 작동하게 될 것이다. 이른바 ‘연대임금’ 혹은 ‘동일노동·동일임금(같은 일을 하면 같은 수준의 임금 지급)’이다.

ⓒ시사IN 이명익
2012년 11월28일 현대자동차 비정규직 노동자 최병승·천의봉씨가 정규직 전환을 주장하며 고공 농성을 하고 있다.
정승일 연구이사는 산별교섭을 의무화하자고 주장한다. 노동자들이 산별교섭을 요구하면 사용자 측도 해당 산업 내 다른 기업과 함께 협상단을 꾸려 교섭에 응하도록 법률로 강제하자는 것이다. 한국에서는 산별노조인 금속노조, 보건의료노조 등이 산별교섭을 요청했으나 사용자 측에 의해 거부된 사례가 있다.

이와 함께 정승일 연구이사는 노동시장 개혁을 산업 구조조정의 기회로 활용해야 한다고 주장한다. 대기업에 ‘간접 고용(원청업체가 다른 중소업체에 고용된 노동자를 파견받아 사실상 지휘하는 형태)’된 노동자들의 임금이 산별교섭 덕분에 상승하면 어떻게 될까? 해당 노동자를 대기업에 보낸 하청업체가 어려워질 가능성이 크다. 파산할 수도 있다. 이런 업체들은 규모가 작은 데다 기술력도 낮아서 오직 저임금으로 수익을 만들어왔기 때문이다. 그러나 임금 상승으로 한계 기업들이 망할 것만 두려워하다가는 노동시장 개혁은 영원히 불가능하다. 정승일 연구이사는 “저임금만으로 생존하는 업체는 국가경제 전반의 고도화를 위해 적극적으로 퇴출시키는 것이 정당하다”라고 주장한다. 다만 국가는 퇴출된 기업의 노동자들과 자본을 좀 더 생산성 높은 기업으로 이전시키는(=산업 구조조정) 지원 프로그램(노동자 직업교육, 기업 인수합병에 대한 금융 지원 등)을 계획적이고 전면적으로 시행해야 한다. 또한 원청 대기업이 지속적으로 지휘하는 간접고용 노동자들에 대해서는 정규직 고용을 의무화해야 한다는 것이 그의 주장이다.

한편 산업 전반의 생산성과 고용에 엄청난 영향을 미치는 대기업의 경우, 이사회에 노동자 대표가 들어가야 한다. 그동안 대기업 이사회에는 재벌 일가(경영진) 및 소수 주주(경영진 이외의 주주들)의 대표자들만이 들어갈 수 있었다. 따지고 보면, 노동자야말로 해당 기업의 장기적 존속과 발전에 기여하면서 밀접한 이해관계를 갖게 된 구성원이다. 교수나 공무원 출신 이사들과 달리 회사 사정에 밝아 경영진의 비위를 감시하고 적발하는 데도 적합하다. 다만 노동자 대표 이사는 해당 기업 정규직뿐 아니라 비정규직과 공익을 대변할 수 있는 사람으로 선출되어야 한다. 독일 등 유럽 국가 가운데는 다수 시행 중인 제도다.



박태주 노사정서울모델협의회 위원장
에게 산별노조와 산별교섭은 단지 동일노동·동일임금을 위한 제도만은 아니다. 노동자뿐 아니라 사용자와 국가경제도 산별교섭 제도를 통해 큰 이익을 얻게 되기 때문이다.

우선 산별교섭으로 저임금 노동자들의 보수가 오르면 유효수요 증가로 경기를 활성화할 수 있다. 또한 “산별노조는 ‘우리 사업장’ 정규직 노동자 임금에만 신경 쓰는 기업별 노조와 달리, 해당 산업의 생산성 향상과 발전에 관심을 가질 수밖에 없다”라고 박태주 위원장은 말한다. 노동자 전체의 장기적 이익을 도모하려면 산업 전반을 더욱 넓고 깊게 전망해야 하기 때문이다. 조합원들로부터 환심을 사려면 대폭적인 임금인상안을 관철해야겠지만, 자칫 기업의 기술 투자와 경쟁력을 저해할 수도 있다. 책임도 져야 한다. 산별노조는 이런 시각에서 국가 차원의 산업·노동 정책에 관심을 표명하고 개입할 수 있다.

더욱이 산별 체제는 기업들의 생산성을 높인다. 임금이 아니라 품질 및 기술로 다른 업체와 경쟁하게 하기 때문이다. 산별교섭의 경우, 저수익성 때문에 고임금을 줄 수 없는 중소기업의 처지도 고려해야 한다. 박태주 위원장에 따르면, “대기업은 임금을 10%까지 올릴 수 있지만 중소기업은 5%만 올려도 망한다고 치자. 이 경우, 산별교섭에서 결정된 임금인상률은 4% 정도에 머물 수밖에 없다.” 개별 기업들의 사용자와 노동자는 이 인상률을 받아들여야 한다. 이렇게 임금이 평준화되면, 기업으로서는 저임금이 아니라 혁신으로 수익성을 높여나갈 수밖에 없다. 다만 산별교섭은 대기업 사용자 측에 대단히 유리한 제도다. 예컨대 임금을 10% 올릴 능력을 가졌으나 4%만 인상해도 되기 때문이다. 박태주 위원장은, 국가가 이로 인한 대기업의 초과수익을 법인세 개혁 등으로 적절히 흡수해야 한다고 주장한다.

ⓒDPA
2016년 독일의 산별노조 IG메탈(금속노조) 노조원들이 정부의 임금정책에 항의하며 시위하고 있다.
사실 한국에는 이미 산별노조가 있다. 그러나 ‘무늬만 산별’이다. 노동자 측이 산별교섭을 요청해도 사용자 측이 응하지 않는다. 또한 산별노조에 속한 개별 대기업 정규직 노조의 입김이 너무 강하다. 산별노조는 노동자 전체를 대표해야 하므로 대기업 정규직의 이익을 단기적으로 침해하는 결정도 내릴 수 있어야 한다. 이런 경우, 대기업 노조가 순순히 산별노조의 결정을 받아들일까? 더욱이 비정규 노동자들은 조직화되지 않은 상태다. 박태주 위원장은 ‘산별교섭 의무화’에 회의적이다. ‘자율적인 노사 교섭’ 원칙을 위배할 수 있다. 더욱이 노사 간, 기업 간 미세한 조정이 필요한 산별교섭에서 사용자 측을 억지로 끌고 나오는 방법으로는 산별교섭의 취지를 달성하기 힘들다. 박태주 위원장의 표현대로 “말을 물가로 끌고 가도 물을 안 먹으면 끝”이기 때문이다.

산별노조와 산별교섭이 노동시장 개혁에 필수적이라면 몇 가지 시도할 만한 방법이 있긴 하다. 박태주 위원장은 일단 ‘단체교섭의 효력 확대’ 조항을 도입하자고 주장한다. 산별교섭이 성사되면, 그 결정 사항들을 ‘노조 없는 사업장의 노동자’들에게도 적용되도록 법제화하는 제도다. 국제노동기구(ILO)의 권고 사항이자 유럽 국가 대부분이 시행 중이다. 프랑스의 경우, 노동조합 조직률이 7%에 불과하지만 산별교섭 결정 사안을 적용받는 노동자는 95%에 달한다. 정부가 사용자인 공공기관에서부터 선도적으로 산별교섭을 시행할 수도 있다. 박태주 위원장은 “정부가 ‘산별교섭을 선호한다’는 신호를 보내면, 민간 기업들 역시 이를 따르는 경우가 많다”라고 말했다.

박태주 위원장에 따르면, 일자리를 늘릴 수 있는 ‘대안적 수단’으로 가장 긴요한 제도는 노동시간 단축이다. 한국은 노동시간이 세계 최고다. 노동시간 단축으로 일자리를 늘릴 여지가 크다는 이야기다. 다만 잔업·특근이 많았던 노동자들의 소득이 매우 줄어들 염려가 있다. 일단 고통 분담을 전제한 상태에서 사회적 합의안을 마련해야 한다. “이처럼 어려운 상황을 돌파하려면, 새 정부는 노동자들을 파트너로 인정하고 관련 의사 결정 과정에 주체로 참여시켜야 한다”라고 박 위원장은 말했다.



김대호 사회디자인연구소 소장은 정승일 연구이사, 박태주 위원장 등과 달리 자유시장 논리를 바탕에 깐 노동개혁 논의를 내놓았다. 그에 따르면, 노동 부문을 비롯한 한국 경제의 근본 문제는 ‘시장 왜곡’이다. 해법도 매우 다르다.

시장에서는 수요와 공급에 따라 자연스럽게 가격이 형성되기 마련이다. 이에 따라 ‘정상적 가격’이 100원인 상품을 어떤 세력이 의도적으로 300원에 팔게 ‘규제’해놓았다면? 모든 사람이 그 상품을 만들어 팔고 싶어 할 것이다. 제조비용은 얼마 안 되는데 ‘정상 가격’보다 훨씬 많은 돈을 받을 수 있기 때문이다. 다만 누구나 이 상품을 만들 수는 없다. ‘허가(진입장벽)’를 받게 해놓았다. 결국 수많은 사람이, 사회적으로 필요한 다른 상품을 만들기보다 ‘허가증’을 따는 데 광적인 노력을 기울이게 된다(자원 배분 왜곡). 만약 그 상품 가격에 대한 규제를 폐기하고 자유로운 거래가 이뤄지도록 하면 어떻게 될까? 해당 상품의 가격이 100원으로 내려가고, 사람들은 사회적으로 필요한 다른 상품들을 만들기 위해 노력하게 될 것이다(자원 배분의 정상화).

김대호 소장은 한국의 노동시장에도 자연스러운 수요-공급이 아니라 인위적 진입장벽으로 임금과 노동조건을 높이 고정시킨 부문이 있다고 주장해왔다. 공무원, 공기업, 대기업의 일부 정규직 등 이른바 ‘괜찮은 일자리’다. 해외의 동종 직업과 비교해봐도 지나치게 높은 임금과 일자리 안정성을 보장받는다고 한다. 괜찮은 일자리들의 ‘가격(임금과 안정성)’이 지나치게 높아진 이유는, 국가가 시장과 관계없이 설정한 처우 수준과 강력한 노조 때문이다. 더욱이 외부의 능력 있는 사람들은 이 부문에 진입하기 힘들다. ‘내부인’들이 자신들의 이익을 보호하기 위해 성채(진입장벽)를 쌓아놓았기 때문이다. 한국 특유의 임금체계도 문제다. ‘괜찮은 일자리’에서는, 오래 근무하기만 하면 ‘하는 일과 기여도(직무)’에 상관없이 임금이 올라간다(연공급). 이는 물론 젊을 때 저임금에 대한 보상, 고령일수록 지출이 많아진다는 점 등을 고려한 제도다. 그러나 근속연수에 따른 임금의 상승 정도가 너무 심하다는 것이다. ‘기여한 만큼 받아야 한다’는 시장 원칙에도 어긋난다. 김대호 소장에 따르면, “괜찮은 직장에서는 대체로 직무 성과와 상관없이 근속연수와 단체교섭에 따라 임금이 올라간다. 한번 정규직이 되면 중도 퇴출도 안 된다. 하는 일에 비해 처우가 워낙 높아 그곳을 나와서는 비슷한 조건인 곳에 다시는 들어갈 수 없기 때문이다. 요컨대 한국의 괜찮은 일자리엔 들어가는 입구는 있는데 내보내는 출구가 없다.”

김대호 소장은 ‘괜찮은 직장’ 수준의 일자리를 많이 만들어 일자리 문제를 해결하는 것은 불가능하다고 주장한다. 괜찮은 일자리가 받는 높은 처우는 국가 규제와 강력한 노조가 억지로 만든 비정상적 상태이며 비정규직, 하청 중소기업, 무노조 기업 등의 형편없는 일자리를 만든 ‘주요한 원인’이기도 하다는 것이다.

김대호 소장의 대안은 단순하고 명확하다. 괜찮은 일자리를 둘러싼 진입장벽을 허물어 “정상적인 경쟁 환경을 조성하면, 소수가 독식하던 파이를 다른 부문으로 확산시켜나갈 수 있다”. 먼저, 하는 일의 강도와 위험성, 전문성 등에 따라 보수를 책정하는 직무급 임금체계를 도입해야 한다고 김 소장은 주장한다. 민간 대기업 및 공공부문에서 나타나는 정규직과 비정규직 사이의 임금 격차를 ‘하는 일에 따라 주는’ 방식의 강화로 혁파하자는 주장이다. 이 같은 직무급 임금체계를 도입하면 나이에 비례해서 높은 임금을 주는 연공급제도 매우 약해질 것이다. 이와 함께 김대호 소장은 아예 고용 형태까지 유연하게 해서 ‘괜찮은 일자리’의 장벽을 깨자고 주장한다. 공공부문의 경우, 종신직보다 동일노동에 동일임금을 받는 개방직·계약직·정무직 등을 확대하고 민간 부문에서도 시간제·기간제·파견제같이 다양한 고용 형태를 폭넓게 인정하자고 주장한다. 비정규직을 정규직으로 만들기보다 비정규직을 괜찮은 일자리로 만드는 것이 훨씬 나은 대안이라는 것이다. 그는 “정규직의 권리와 이익을 지나치게 높이는 바람에 정규직으로 채용될 수 없고, 비정규직으로는 도저히 살아갈 수 없는 세상이 만들어졌다. 괜찮은 비정규직 일자리로도 얼마든지 행복하게 살 수 있는 세상을 만들어야 한다”라고 말했다.



노광표 한국노동사회연구소 소장
은 ‘노동 유연화’ 정책이 고임금 노동자의 처우를 악화시킬 수는 있지만 저임금 및 비정규 노동자들의 처지를 개선하기는 어렵다고 내다본다. 그러나 지금처럼 노동조합 운동 쪽이 임금 문제를 계속 정권과 자본의 탓으로 미뤄서는 안 된다며 ‘노동자 주도의 임금체계’ 개편을 주장했다.

노광표 소장에 따르면 먼저 노동자 스스로 산별노조로의 전환과 내실화를 추진할 필요가 있다. 그동안 힘 있는 노동조합들이 자기 사업장 내에서 정규직 임금의 극대화만을 추구하다 보니 전체 노동자를 위한 효과적인 협상을 벌일 수 없었다. “협소한 경제적 이익을 넘어 정책적·정치적 사안으로 관심의 폭을 넓혀 나가라”고 노 소장은 노조에게 권고한다. 대기업 노동자들에게 산별교섭 체계를 받아들이라는 권고로 해석될 수도 있다.

노광표 소장은 김대호 소장과 달리 노동시장에서 규제를 제거한다고 동일노동·동일임금이 달성될 것으로 믿지 않는다. 노 소장은 자칫 대기업과 공공부문 정규직뿐 아니라 전체 노동자들의 고용안정성을 심각하게 해칠 수 있다고 본다. 그래서 노광표 소장은 ‘노동 연대’를 통해 소득 기준 하위 노동자들의 저임금을 해소하는 방안을 제시한다. 자동차·전자·조선 등의 산업처럼 원청·하청 관계가 복잡한 부문에서는 대기업 노사가 공동으로 하청 노동자들을 지원할 수 있다. 예컨대 원청 대기업의 임직원들이 임금인상분 가운데 10%를 출연하면 회사 측도 10%를 추가해서 ‘연대임금 기금’을 만드는 방식이다. 이 기금은, 노사의 공동관리 아래 비정규직과 하청 노동자들의 임금 보전 및 교육훈련 재원으로 활용된다. 정부가 연대임금 기금 제도를 시행하는 대기업에 법인세를 감면하고 노동자들의 소득세를 공제하는 등 세제 지원 정책을 펴는 것도 좋은 방법이다.

노광표 소장 또한 연공급 중심의 임금체계를 개편할 필요가 있다는 데 동의한다. 하는 일에 따라 임금을 책정하는 직무급의 비중을 높이면 “동일노동·동일임금의 산업별 확립이라는 과제를 실현하는 데 도움이 된다”라는 의견이다.



정승국 중앙승가대 사회복지학과 교수 역시 산별노조 및 교섭 강화를 노동개혁에서 가장 중요한 과제로 꼽는다. 다만 정 교수도 “산별교섭의 의무화는 무리”라고 생각한다. 자칫 불필요한 법률적 시비(교섭 자율주의 침해)를 불러일으킬 수 있기 때문이다. 사용자 측으로서는 산별교섭에 참여할 하등의 이유가 없다. 산별교섭이 주로 이뤄지는 유럽 국가들의 경우, 개별 사업장에는 기업 노동조합이 없다. 유럽의 사용자들은 산별노조와만 교섭하면 된다는 이야기다. 그러나 한국은 기업 노조가 주축이다. 대기업의 사용자라면 산별노조는 물론 기업 노조 및 부품업체 노조와도 따로 협상해야 하는 등 교섭 부담이 지금보다 세 배로 늘어날 가능성이 있다. 정승국 연구이사는 노동 측이 산별교섭을 원할 경우, 사용자 측의 교섭 부담을 줄일 방안을 마련할 필요가 있다고 주장한다.

동일노동·동일임금으로 나아가려면 임금체계에서 직무급을 강조하는 것은 당연하다. 그러나 연공급 중심의 임금체계에서 갑자기 직무급 비중을 높이기란 불가능하다. 정승국 연구이사는 당장에는 동일노동·동일임금보다 ‘차별금지 원칙’을 강조하는 것이 현실적일 수 있다고 주장한다. 최근 일본 아베 정부가 도입하려는 ‘대우확보법’을 참조할 수 있다.

이 법률의 핵심은, 기업 측이 ‘정규직과 비정규직에게 각각 다른 임금을 주는’ 근거를 밝혀야 한다는 것이다. 정규직에게는 200만원을, 비정규직에게 100만원을 준다면 그렇게 차이를 둔 객관적 기준을 명확히 제시해야 한다. 비정규직이 정규직보다 더 어렵고 힘든 일을 하는데도 적은 임금을 주고 있는 기업은 매우 곤란한 처지에 놓이게 될 것이다. 이 법안이 의회를 통과하는 경우, 일본 기업들은 3년 내로 ‘임금 격차’의 근거를 내놓아야 한다. 그 전에도 직무능력 이외의 수당은 정규직과 비정규직에게 동일하게 지급하도록 되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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