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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각각 여론조사 어디까지 믿어야 하나

2017년 03월 13일(월) 제495호
차형석 기자 cha@sisai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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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국민의당, 바른정당의 대선 후보 경선에서 여론조사를 어느 정도 반영할 것인지 논란이 일었다. 2월28일 여론조사의 문제점과 여론조사 보도를 되짚는 토론회가 열렸다. 특히 ARS 조사의 문제점이 지적되었다.

정치의 계절, 여론조사 홍수다. 선거 관련 여론조사는 중앙선관위 중앙선거여론조사심의위원회(www.nesdc.go.kr)에 조사방법, 결과 등 관련 사항을 등록하게 돼 있다. 3월3일 현재까지 올해 등록된 선거 관련 여론조사가 189건이다. 하루 평균 3건씩 여론조사 결과가 발표된 셈이다. 오늘 올라온 대선 지지율이 어제의 대선 지지율을 밀어낸다.

국민의당과 바른정당, 두 정당에서도 여론조사를 두고 신경전이 벌어졌다. 대선 후보 경선에서 여론조사를 어느 정도 반영할 것인지 논란이 불붙었다. 국민의당의 경우 안철수 후보 측이 ‘현장투표 40%, 여론조사 30%, 공론조사(후보자 연설 후에 배심원단 투표) 30%’를 제안했다. 이에 대해 손학규 후보 측은 ‘현장투표 90%, 공론조사 10%’를 제안했고, 천정배 후보 측은 100% 현장투표로 하자는 의견을 냈다. 여론조사 반영 비율을 두고 각 후보 측이 평행선을 달렸다. 결국 당 지도부가 애초 약속했던 경선 룰 결정 시한인 2월28일을 넘겨버렸다.

ⓒ연합뉴스
3월2일 서울 여의도 바른정당 당사에서 남경필 경기지사(왼쪽)와 유승민 의원이 인사를 하고 있다.

비슷한 시기에 여론조사 반영 비율로 시끄러웠던 바른정당은 합의점에 도달했다. 그동안 유승민 후보가 여론조사 50% 이상, 남경필 후보는 20% 미만 반영을 요구하며 대립해왔다. 당 선관위가 중재해 3월3일 당원투표 30%, 국민대표선거인단 40%, 여론조사 30%로 확정했다.

후보 선출에 여론조사 활용하지만…


여론조사를 활용한 공직 후보자 선출은 정치권에서 ‘뜨거운 감자’였다. 2002년 노무현·정몽준 단일화에 활용된 이후 여론조사는 공직 후보 선출에 큰 영향을 끼쳐왔다. 정당의 공직 후보 선출 과정에 여론조사를 사용하면 당원들의 충성도가 떨어지고 ‘정당 약화’로 이어진다는 비판이 나왔다. 하지만 그런 지적에도 여론조사를 활용하는 경우가 줄지 않았다. 2007년 한나라당 대선 후보 경선 같은 경우 여론조사가 승패를 갈랐다. 당시 대의원·책임당원·일반국민 80%, 여론조사 20%를 반영했다. 이명박 후보가 대의원·책임당원·일반국민 투표에서 뒤졌지만 여론조사에서 앞서 박근혜 후보에게 승리할 수 있었다.

조직이 강한 후보는 현장투표를, 대중적 지지가 강한 후보는 여론조사를 선호하기 마련이다. 이번에 국민의당 경선에서 여론조사 도입을 반대하는 손학규 후보는 2007년 한나라당을 탈당한 후 대통합민주신당 경선에 참여할 때는 여론조사 비율을 확대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다른 후보에 비해 당내 기반이 약했기 때문이다.

낮은 응답률의 조사 결과, 믿을 수 있나?

지난 2월28일 한국언론학회에서 ‘대선 여론조사 보도의 새로운 방향 제시’라는 세미나가 열렸다. 이 자리에서 송인덕 중부대 교수(신문방송학)는 여론조사 관련 문제점을 지적했다. 첫째는 선거철에 난립하는 ‘떴다방’ 여론조사 업체 문제였다. 송 교수에 따르면, 2016년 20대 국회의원 선거 때 총 186개 여론조사 업체가 활동했다. 이 가운데 154곳은 조사업계의 두 협회인 한국조사협회, 한국정치조사협회에 가입하지 않았다. 전문성과 조사윤리 의식이 떨어지는 업체가 많아지고 이는 유권자의 피로도를 높이며 조사 거부 증가로 이어진다는 설명이다.

이날 세미나에서는 특히 ARS(Automatic Response System) 조사의 문제점이 여러 차례 지적되었다. 기계가 전화를 걸고 응답자가 번호를 누르는 방식에서는 응답자의 정보와 불성실 응답을 확인할 수 없고 응답률도 낮다. 2014년 제6회 지방선거 때 총 816개 여론조사 중 응답률이 3% 미만인 76건은 모두 ARS 조사였다. 낮은 응답률은 표본의 대표성을 훼손하고 여론조사의 품질을 떨어뜨리기 쉽다. ARS 조사가 면접원이 직접 전화를 걸어 조사하는 방식에 비해 오차가 더 크다는 사례연구 결과도 있다. 41개 여론조사 회사가 가입한 한국조사협회는 2014년 6월 ‘ARS 조사를 하지 않는다. 이를 어기면 회원사에서 제명한다’고 선언하기도 했다.

이런 단점이 있음에도 ARS 조사는 선거 조사에서 큰 비중을 차지한다. 지난해 20대 총선 때 등록한 1744개 여론조사 중 1006건(57.7%)이 ARS를 활용한 것으로 나타났다. 짧은 시간에 저렴한 비용으로 조사할 수 있다는 이유에서다. 조사업체 마크로밀 엠브레인의 이병일 상무는 “한국조사협회는 ARS 조사를 하지 않는 것을 회원사 가입 조건으로 삼을 정도로 ARS 조사를 신뢰하지 않는다. ARS 조사의 장점은 비용이 낮다는 것뿐이다”라고 말했다.

ⓒ연합뉴스
국민의당은 대선 후보 경선에서 여론조사 반영 비율을 두고 각 후보 측이 평행선을 달렸다. 왼쪽부터 손학규·안철수·천정배 후보.

순위 매기는 보도의 문제


여론조사 전문가들은 언론이나 일반인이 여론조사 결과를 해석할 때 주의할 것을 당부한다. 여론조사 보도에 ‘95% 신뢰수준에서 최대 허용 표본오차는 ±3.1%포인트’라는 표현이 나온다. 성인 1000명을 대상으로 표본조사했을 때 지지도가 20%로 나왔다면 성인 전체의 지지율은 16.9%에서 23.1% 구간(20±3.1%포인트) 내에 속하는 어느 값일 확률이 95%라는 뜻이다. 여론조사 결과는 이처럼 구간을 추정하는 것이다. 가령 1000명을 대상으로 한 조사에서 2% 지지율을 얻은 이와 4% 지지율을 얻은 이는 오차범위를 감안하면 지지율이 겹치는 구간이 생기기 때문에 누가 앞섰다고 가리는 게 불가능하다. 이를 두고 순위를 매기고 누가 누구보다 우세하다고 말하기 어렵다.

또한 각기 다른 조사기관의 여론조사 결과를 시계열로 이어 분석해 보도하는 것도 언론이 저지르는 대표적 실수다. 조사방법의 차이, 오차 한계를 무시해 여론의 실상을 왜곡 보도할 우려가 크다. 여론조사 업계에 밝은 한 정치권 인사는 “여론조사는 시기를 두고 여러 차례 동일한 방법으로 조사해 그 추세를 읽는 정도로 활용하는 게 좋다”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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