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탄핵 기각을 원하나 자기 홍보를 원하나

2017년 03월 09일(목) 제495호
김은남 기자 ken@sisai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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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박근혜 대통령 대리인단이 ‘변론’ 아닌 ‘선동’을 하는 모양새다. 재판부 비난뿐만 아니라 헌재 결정 불복 발언도 서슴지 않는다. 극우 발언으로 지지층을 결집시키면서 자신을 홍보하는 게 아니냐는 의심까지 나온다.

한 손에는 초콜릿 등이 든 바구니, 다른 한 손에는 음료가 담긴 병을 챙겼다. 준비서면을 들고 법대에 섰다. 이틀 전 ‘당뇨 소동’을 의식한 듯했다. 탄핵 심판 16차 기일이 열린 2월22일 오후 2시15분, 박근혜 대통령 대리인단으로 뒤늦게 합류한 김평우 변호사의 변론 데뷔 장면이다. 이날 이후 그는 전국적으로 이름을 날렸다. 변론 95분 동안 “자칫 내란 상태로 들어간다” “아스팔트가 피와 눈물로 덮인다” “북한에서나 있을 법한 정치 탄압이다” 따위 막말을 쏟아냈다. 이틀 전 이정미 헌법재판소장 권한대행의 재판 진행을 트집 잡으며, “당뇨가 있으니 점심 먹고 변론을 하겠다”라고 우기던 때와 차원이 다른 폭탄급 망언이었다.

절정은 주심인 강일원 재판관을 향해 내뱉은 말이었다. 변론을 시작한 지 70분가량 지났을 때, 김 변호사는 국회 청구인단 공격에서 한 발짝 더 나아가 재판부를 겨냥했다. 그전까지 “법을 잘 몰라 섞어찌개 소추를 했다”라고 국회 쪽 청구인들을 비난하던 태도를 바꾸어 갑자기 “(청구인 측은) 우리나라 최고의 명변호사들”이라고 치켜세웠다. 그러면서 그는 “(국회 쪽) 변호사들도 발견하지 못한 거(오류)를 (강일원) 재판관님이 발견해서 꼬집어줘요? 변호사들이 어련히 알아서 질문하고 끝낸 거를 한 술 더 떠서 질문한다. 오해하기에 따라서는 (강 재판관은) 수석대리인이 되는 거다. 법관이 아니에요”라고 말했다. 법대에 앉은 재판관에게 한쪽의 ‘대리인’이라고 비판하는 것은 법조계에서는 상당한 모욕으로 받아들인다. 역대 헌재 법정에서는 나오지 않았던 막말이다.

ⓒ시사IN 신선영
서석구 변호사는 2월14일 헌재 재판정에서 태극기를 꺼내들고 포즈를 취하다 경위의 제재를 받았다.
보다 못한 이정미 권한대행이 나섰다. 김평우 변호사에게 “사실관계를 잘 모른다”라고 지적했다. 강일원 재판관은 주심이기에 질문을 많이 할 수밖에 없고, 김평우 변호사가 재판에 참여한 이후부터는 대통령 쪽 증인신문밖에 없었기에 그쪽에 질문하는 것은 당연하다는 얘기였다. 그럼에도 김 변호사는 “다시 확인하고 정식으로 사과하겠다”라고 말했다. 그러더니 이정미 권한대행을 비판했다. 그의 첫마디는 “그런데 이거 또 죄송하게 됐네”라며 반말 투로 시작했다. 이 권한대행 퇴임일에 맞춰 재판이 과속으로 진행돼 변론이 졸속이라는 주장을 이어갔다.

이를 입증하기 위해 증인 신청을 하겠다면서 23명의 이름을 줄줄이 읊었다. 국회 탄핵 소추 의결 과정의 절차상 문제점을 밝히기 위해 정세균 국회의장을 비롯한 국회 원내대표단을, 재단 설립의 역사에 대해 묻기 위해 복거일 작가를, 특검의 강압 수사와 관련해서 김영재·김기춘·조윤선 피고인을, 헌재 진행 과정을 따지기 위해 박한철 전 헌재소장을, 그리고 정확한 입증 취지를 밝히지 않은 채 김무성·나경원·황영철·유승민 의원 등을 무더기로 재판정으로 불러달라고 요청했다. 헌재는 김 변호사의 증인 신청을 받아들이지 않았다. 친박 단체 ‘박근혜를 사랑하는 사람들의 모임(박사모)’은 이날 김평우 변호사의 변론 전문 링크를 회원들에게 문자로 돌렸다.

ⓒ연합뉴스
3월1일 서울 광화문광장에서 열린 제15차 탄핵 반대 집회에서 김평우 변호사가 연설하고 있다.
김평우 변호사, 경제지에 개인 광고 내기도


김 변호사의 막무가내 변론은 파문 링크를 일으켰다. 대한변호사협회는 김 변호사에 대한 징계를 검토하겠다고 밝혔다. 변호사 품위 유지 의무를 위반했다는 이유였다. 변협은 비슷한 혐의로 두 차례 징계를 내린 바 있다. 2009년 판사에게 시비를 걸고 난동을 부린 변호사에게 과태료 300만원, 2011년 인터넷에 판사 비난 글을 쓴 변호사에게 정직 1개월을 처분했다.

국회사무처 또한 김 변호사에 대해 민형사 법적 조치를 검토한다고 밝혔다. 김 변호사가 2월22일 헌재 변론에서 ‘힘없는 여자 대통령 1명 대 힘 있는 국회의원 300명’ 프레임을 들이대며 “국회의 권력을 셀 수가 없다. 단 하루만 재직해도 어마어마한 연금을 받는다”라고 말했다. 2월25일 탄핵 반대집회에 나가서도 같은 이야기를 반복했다. 국회사무처는 관련법이 개정돼 19대 국회부터 의원 연금이 사라졌다고 보도자료를 내며, 김 변호사가 허위 사실로 여론을 호도한다고 경고했다.

김평우 변호사는 아랑곳하지 않았다. 법정 밖에서는 더욱 센 발언을 쏟아냈다. 헌재 결정에 불복하겠다는 뜻을 공공연히 밝혔다. 그는 ‘UCLA LAW’라고 쓰인 캡 모자를 쓰고, 한 손에는 태극기와 자신의 저서 <탄핵을 탄핵한다>를 들고 탄핵 반대 집회에 섰다. 2월25일 “헌재에서 판결 내리면 무조건 승복하자고 (한다). 우리가 노예입니까? 조선 시대 양반들이나 상놈들에게 그렇게 말했습니다. 무조건 양반들 말에 따르라고. 우리가 조선 시대입니까?”라고 말했다.

3월1일 집회에서도 그는 “국민을 속이는 건 국회·언론·검찰·법원이다”라고 주장했다. 게다가 김 변호사는 “(헌재에서 한) 제 말이 틀리지 않았던가 봐요. 아무 변명도 안 하더라고요. 제가 틀린 말을 했으면 그 자존심 강한 엘리트 판사님들이 저를 그냥 내버려뒀겠냐”라며 사실관계와 다른 말을 다시 했다. 2월22일 변론에서 이정미 권한대행은 김 변호사의 발언이 틀렸다며 여러 차례 지적한 바 있다. 그는 ‘법치와 애국시민 김평우’ 명의로 경제지 <한국경제> 3월1일자에 개인 광고를 내기도 했다. 지면 광고에서도 헌재를 공격하며 “무조건 승복하는 건, 조선 시대 불쌍한 양민이거나 북한 인민이다”라는 주장을 되풀이했다.

김 변호사가 등장하기 전까지만 해도 서석구 변호사가 ‘기행’으로 주목받았다. 서 변호사는 지난 1월5일 2차 변론기일에서 “국회가 (탄핵소추안을) 다수결로 통과했다고 강조하는데 예수도 군중 재판으로 십자가를 졌다”라고 말했다. 박 대통령을 예수에 비유한 것이다. 또 서 변호사는 2월14일 헌재 재판정에서 느닷없이 태극기를 꺼내들고 방청석을 향해 포즈를 취하다 헌재 경위의 제재를 받기도 했다.

서석구 변호사나 김평우 변호사의 변론에 대한 법조계 평가는 박하다. 재판부를 공격하면서 의뢰인 박근혜 대통령에 대한 방어권을 상당 부분 포기한 게 아니냐는 지적도 나온다. 박 대통령을 위한 ‘변론’이 아니라, 자신들을 알리는 ‘정치’를 한다는 비판도 나온다. 아이러니하게도 이런 변호사들을 선임한 장본인은 다름 아닌 박근혜 대통령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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