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국경제인연합회(전경련)로부터 미르재단에 출연하라는 연락을 받았던 대기업 간부들이 증인으로 출석했다. 증인 신문에 이어 김승연 한화그룹 회장과 최태원 SK그룹 회장의 검찰 진술조서가 공개됐다. 검찰은 KD코퍼레이션 이종욱 대표이사의 아내인 문◦◦ 진술조서와, 자필로 쓴 선물 목록(최순실에게 제공)을 공개하기도 했다. 이들은 최순실씨에게 현대차 납품을 청탁한 바 있다. 문씨의 자녀와 최씨의 딸 정유라씨는 초등학교 동창 사이다.

김◦◦(금호아시아나그룹 경영전략실 팀장) 증인에 대한 검찰 신문

검찰:증인은 2015년 10월25일 집에 있던 중 상사 서재환 경영전략실 실장으로부터 “전경련에서 문화 관련 재단을 설립한다”며 재단 참여를 지시하는 전화를 받았나?

김◦◦:그렇다. 그 내용을 좀 더 파악해보라고 해서 일요일인데 사무실에 출근했다.

검찰:전경련 권순범 사회공헌팀장이 전화해 “청와대 및 정부와 전경련에서 문화 관련 재단을 설립하는데 금호아시아나는 기업 규모로 볼 때 7억 정도 해주면 된다. 급하게 해서 미안하다”라고 했나?

김◦◦:그렇다.

검찰
:진술서에 따르면 증인은 재단의 구체적인 사업 목적, 운영 계획에 대한 자료를 요구했다. 그러나 권 팀장은 이메일로 한 장짜리 미르재단 관련 공문만 보냈다. 2015년 10월25일까지 재단 출연금 분담을 확정하고 약정서를 제출하라는 내용이었다. 사실인가?

김◦◦:그렇다. 공식 문서는 그 한 장의 문서가 다였다.

검찰:2015년 10월께 금호그룹은 공정거래위원회에서 계열사 부당 지원 관련 조사를 받고 있었다(10월28일 무혐의 결정). 또한 저비용항공사 에어서울 사업 허가를 받으려 했고, 자금 조달을 위해 워크아웃됐던 주력 계열사인 금호산업을 회생시키려던 상황이었다. 맞나?

김◦◦:그렇다.


ⓒ그림 우연식검찰은 최순실씨에게 현대차 납품을 청탁한 KD코퍼레이션 이종욱 대표이사의 아내인 문 아무개씨가 자필로 쓴 선물 목록(최씨에게 제공)을 공개했다.

김◦◦ 증인에 대한 변호인 신문

최순실 변호인:증인의 회사는 사회공헌 예산이 1년 단위로 결정된다고 했는데, 이 계획은 바꿀 수도 있고 바꾸는 것이 크게 문제되는 건 아니지 않나?

김◦◦
:계획이니까 바뀔 수는 있다. 그런데 바뀐다면 그 대상 단체도 그렇고 집행하는 계열사도 그렇고 당황스럽다.

최순실 변호인:(끼어들며) 수정하면 되는 거지 않나?

김◦◦:그렇다.

안종범 변호인
:금호아시아나그룹의 경우 K스포츠재단에도 출연 요청을 받았지만 거절했다. 만약 청와대나 경제수석인 피고인 안종범의 지시, 강요, 압박에 의한 거라면 K스포츠재단 출연을 거절할 수 없었던 것 아닌가?

김◦◦
:그럴 수도 있는데, K스포츠재단은 우리 그룹의 사회공헌 취지와 부합하지 않기 때문에, 그런 측면을 더 감안한 결정으로 알고 있다.



김△△(두산그룹 커뮤니케이션실 실장) 증인에 대한 검찰 신문

검찰:증인은 1988년 경제지에 기자로 입사했고 일간지 경제부장·논설위원으로 근무했다. 2009년 두산에 입사해 2010년 커뮤니케이션실 실장으로 승진했다. 기업의 CSR(사회적 책임) 업무와 전경련 대응 창구 등을 담당하고 있다. 언제부터 전경련 대응 창구를 담당했나?

김△△:2010년 말부터다.

검찰:전경련 박찬호 전무의 소집으로 2015년 10월23일 금요일 오전 전경련 사무실에서 다른 기업 임원들과 함께 모였다. 그때 처음으로 박 전무에게 미르재단에 대한 설명과 “주말에 재단 출연 약정을 마무리해줘야 한다”라는 말을 들었나?

김△△:그렇다.

검찰:그 회의는 전경련과 기업들이 논의하는 자리였나, 전경련이 청와대 전달 사항을 일방적으로 전달하는 자리였나?

김△△:전달하는 자리가 맞다.

검찰
:증인은 검찰 조사에서 “경제수석이 모금하는 돈은 거의 준조세 성격이라고 생각한다. 경제수석이 내라는데 안 낼 수 있나”라고 대답했다.

김△△:안 내기 어렵다는 이야기를 하고 싶었는데 표현 자체는 너무 직설적이었던 거 같다.

검찰:증인이 미르재단 출연을 결심했던 2015년 10월부터 12월까지 당시, 두산은 신규 면세점 사업에 참여하려 했고 12월14일에 선정됐다. 또 종합심사제 도입이 포함된 대통령 시행령이 10월29일 국무회의에서 의결됐다. 종합심사제란 대형 관급공사를 대기업이 수주하기 유리한 제도라서 기재부와 국토부에 반대 의견이 제출됐던 사안이다. 그리고 두산 박용성 전 회장은 뇌물 공여 혐의로 기소되어 재판을 받는 중이었다. 증인은 이 사실을 알고 있었나?

김△△
:종합심사제 관련된 이슈는 몰랐고, 면세점과 박 전 회장 재판 건은 알고 있었다.

검찰:신규 면세점 허가 소관이 관세청이고, 관세청은 청와대 경제수석에게 보고를 하고, 최종 결정을 경제수석실에서 한다는 것 알고 있나?

김△△:최종 결정은 심사위원단에서….

검찰:(말 자르며) 바꿔서 물어보겠다. 경제수석실에서 신규 면세점 선정에 관여할 수 있다는 것 알고 있나?

김△△:그 정도는 모르겠지만 같이 보고받거나 그렇게 하지 않겠나.


김△△ 증인에 대한 변호인 신문

최순실 변호인:경제수석이 얘기한 일을 하지 않으면 당장에 불이익을 당한다, 이런 생각인가? 아니면 좋은 일이니까 하는 것이 좋다고 판단해서 한 건가?

김△△:둘 다 같이 있는 것 아니겠나. 그걸 제안한 사람이 다른 사람이었다면 판단이 달랐을 거다.

최순실 변호인:혹시 두산그룹이 청년희망펀드에도 출연했나?

김△△:법인이 아니고 임원 개인들이 했다.

최순실 변호인
:어느 정도 했나?

김△△:합쳐서 35억원이다.


최◦◦(포스코 가치경영센터장) 증인에 대한 검찰 신문

검찰:포스코그룹은 2015년 10월 미르재단에 30억원, 2016년 2월 K스포츠재단에 19억원을 출연했다. 2015년 10월25일 일요일 전경련 박찬호 전무로부터 미르재단 출연 요청을 받았을 때 무슨 일을 하고 있었나?

최◦◦:그날 한강변을 따라 자전거를 타고 있었다.

검찰
:포스코그룹 기부 출연 업무 절차에 의하면 기부금이 10억원을 초과할 경우 재정 및 운영위원회에서 사전 심의, 결의한 후에 이사회 결의를 거치도록 돼 있다. 그럼에도 포스코그룹은 미르재단에 30억원 출연 결정 당시 사전 심의를 거치지 않았다. 이사회 결의도 출연 결정을 한 이후인 2015년 11월6일 사후 추인 형식으로 했다.

최◦◦:그렇다. 제가 이사들에게 전경련이 준 1장짜리 미르재단 설립 추진 계획서를 보내주면서, “아마 청와대 높은 곳의 지시로 긴급하게 출연을 결정해야 되는 상황 같다. 또 다른 대기업도 다 하고 있어서 저희들도 해야 되겠다”라고 설명했다.

검찰:당시 이사회 회의록을 보면, 일부 이사들이 “이게 말이 되느냐, 재단을 만들고 이사회가 관여할 수도 없다”라고 항의하는 내용이 있다. 이의가 있었음에도 추인된 이유가 뭔가.

최◦◦:높은 곳에서 추진한다는 것과, 다른 대기업이 다 동참했다고 하는 측면에서 동의하신 것 같다.

검찰:포스코에서 몇 년 동안 근무하셨나.

최◦◦:31년이다.

검찰:그동안 재무와 관련한 일을 꾸준히 하셨다. 미르재단과 K재단처럼 갑자기 전화해서 정부에서 재단 만드니 출연해야 한다며 수십억씩 내라는 사례가 이전에도 있었나?

최◦◦:제 기억으로는 일해재단 같은 경우가 기억난다. 그 외에는 없는 것 같다.

최◦◦ 증인에 대한 변호인 신문

최순실 변호인:청와대나 기업을 규제할 수 있다는 걸 의식하면서 출연한 건가, 아니면 그냥 관례대로 출연한 건가?

최◦◦:의식하면서 출연했다고 할 수 있겠다.

최순실 변호인
:정부가 기업과 관련된 각종 경제정책, 금융, 인허가 등의 규제를 할 수 있다는 것을 적극적으로 의식하고 이걸 생각하면서 출연했다는 것인가?

최◦◦:그렇다.

기자명 신한슬 기자 다른기사 보기 hs51@sisai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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