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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정희가 롤모델인 캄보디아의 불도저

2017년 03월 14일(화) 제495호
방콕·이유경 (프리랜서 기자) webmaster@sisai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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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훈 센 캄보디아 총리는 아시아의 최장기 ‘독재자’다. 32년 동안 수백명으로 추산되는 비판 세력이 국가폭력에 목숨을 잃었다. 그의 직계가족은 114개에 달하는 민간 기업을 손에 쥐었다.

지난 2월23일 캄보디아 프놈펜 지방법원 앞은 쫓고 쫓기는 이들로 아수라장이 됐다. 주거권 활동가 타프 바니의 선고 공판이 있던 이날, 법원 앞에 모인 타프 바니의 지지자들을 향해 사복경찰들이 폭력을 행사했다. 타프 바니는 집권 인민당(CPP) 소속 ‘라오 멩 킨’ 상원의원의 수카쿠 컴퍼니가 불도저로 밀어버린 보응칵 호수 마을의 철거민 대표다. 그는 2013년 3월 훈 센 총리 자택 앞 시위 등 주거권을 위해 앞장서서 싸웠다. 이후 선동죄 혐의로 기소되었고, 징역 2년6개월을 선고받았다.

2월17일에는 캄보디아 정치평론가 킴 소크가 법원에 출두해 조사받던 중 그 자리에서 체포되어 구금됐다. 2월11일 자유아시아방송(RFA)과 인터뷰하며 지난해 발생한 사회운동가 켐 레이 암살 배후에 “그들이 있다”라고 말한 게 화근이었다. ‘그들’을 자신을 겨냥한 말로 해석한 훈 센 총리는 킴 소크를 고소하겠다며 “관을 준비하라”고 협박했다. 훈 센 총리의 말이 곧 법이었다. 그 뒤 일은 일사천리로 진행되었다. 킴 소크에 대한 고소·소환·체포·구금까지 일주일도 채 걸리지 않았다. 훈 센 총리는 그에게 50만2500달러(약 5억6800만원) 손해배상까지 청구했다.

ⓒAP Photo
훈 센 캄보디아 총리(위)는 ‘인물 독재’를 일삼으며 공공영역을 사유화했다.
훈 센 총리는 아시아의 최장기 ‘독재자’다. 1985년 권좌에 오른 뒤 30년 넘게 통치하고 있다. 그는 한국에도 낯선 통치자는 아니다. 그의 롤모델이 바로 박정희 전 대통령이다. 그는 한국 언론과 한 인터뷰에서 “캄보디아의 경제발전을 위해 여러 사례를 연구했다. 그중 한국이 캄보디아와 유사한 점이 있다고 느꼈다. 특히 박정희 전 대통령의 모델을 많이 따랐다”라고 말한 바 있다. 훈 센 총리는 2014년 12월 박근혜 대통령 초청으로 한국을 찾기도 했다. 그는 새마을운동에 특별한 애정을 보였다.

훈 센이 통치한 32년 동안 수백명으로 추산되는 비판 세력이 국가폭력에 의해 사라졌다. 노동운동가 체아 비체아(2004년 암살), 환경운동가 추트 우티(2012년 암살) 등이 그랬고, 평론가 킴 소크가 언급하여 훈 센을 화나게 했던 켐 레이 암살은 가장 최근 사례다. 하지만 이것이 마지막이라는 보장은 없다. 켐 레이는 암살당하기 직전 자유아시아방송과 인터뷰하면서 그즈음 발표된 영국 싱크탱크 ‘글로벌 위트니스’의 보고서를 집중 거론했다. ‘캄보디아 집권 가문의 족벌왕국’이라는 제목의 보고서는 훈 센 가문이 캄보디아 국가경제를 얼마나 잠식하고 있는지 적나라하게 고발했다.

예를 들면 훈 센의 직계가족이 보유한 국내 민간 기업만 114개에 달한다. 자산은 2억 달러 정도다(114개 기업 가운데 자료가 공개되지 않은 16개사를 제외한 자산 규모). 30개 기업은 ‘1인 소유 회사’로 훈 센 총리의 가족 누군가가 100% 소유한 경우다. 훈 센의 큰딸 훈 마나는 바이욘 TV(BTV) 주식을 100% 가지고 있다. 훈 마나는 라디오·신문·방송 등 언론사 6개를 소유한 언론 재벌이다. 전문가들은 훈 센 가문의 숨겨진 자산까지 포함하면 5억~10억 달러가 될 것이라고 추정한다. 캄보디아 2017년 국가 예산 50억 달러의 10~20%에 해당하는 규모다.

오스트레일리아 그리피스 대학의 동남아시아 연구자 리 모겐베서 박사는 “캄보디아가 집권 여당이 일당독재를 하고 있다고 생각하면 오산이다. 인물 독재(personalist dictator)다”라고 규정했다. 훈 센 1인 치하라는 것이다. 지난 2월21일 발표한 연구보고서에서 리 박사는 훈 센 가문이 국방·경제·정치·사법 등 국가 공공영역을 남김없이 사유화했다며 그 배경을 분석했다.

야당 발목 잡기 위한 새 정당법

공직자 임명뿐 아니라 비즈니스와 토지 소유 관계, 집권 인민당 내부 직위 임명 등 훈 센 총리가 개입하지 않은 영역이 없다. 사실상 캄보디아 정부 기구뿐 아니라 민간 영역까지 ‘게이트 키퍼’ 노릇을 한다. 훈 센 총리는 특히 자신의 직계가족들을 여당·군·정부 고위직에 앉혔다. 친형 훈 넹은 2013년 내무부, 국방부, 조사부, 반부패 기구 등의 겸임 공동의장으로 임명된 바 있다. 훈 센 가문의 부패가 적발될 수 없는 구조를 만들어놓은 것이다. 2011년 훈 센은 자산을 공개하며 월급 1150달러, 연 1만3800달러(약 1560만원)라고 말한 적이 있다. 그는 “월급 외에는 다른 수입이 없고 자산도 줄고 있다”라며 평민 코스프레를 했다. 훈 센의 거짓말을 감히 검증할 수 있는 국가기관은 존재하지 않는다.

ⓒEPA
2월23일 주거권 활동가 타프 바니의 선고 공판을 앞두고 경찰들은 그의 지지자들을 폭행했다.
훈 센의 장남 훈 마네트는 군을 장악했다. 대테러 특전사령부를 책임지는 훈 마네트 중장은 군대 내에서 직위만 네 개나 단 권력자다. 그 직위 중 하나가 ‘훈 센 보디가드 부대’(70여단 또는 Brigade 70이라고도 불림)의 부사령관이다. 이 부대는 최소 2000명 규모인데 엘리트 사단으로 통한다. 이들이 바로 2015년 10월 프놈펜 의사당 앞에서 벌어진 야당 의원 폭행 사건의 배후 조직이다. 당시 20~30명의 ‘친정부 시위대’들은 제1야당인 캄보디아구국당(CNRP·이하 구국당) 의원 나이 참로운과 콩 사페아를 차 안에서 끌어내 구타했다. 구타 동영상이 공개되자 얼굴이 알려진 폭행범 3명은 일주일 만에 자수했고, 징역 4년을 선고받은 뒤 징역 1년으로 감형받았다. 지난해 11월 출소하자 훈 센 총리는 이들을 승진시켰다. 두 명은 대령이 되었고 한 명은 ‘별’을 달았다.

리 모겐베서 박사는 훈 센과 같은 ‘인물 독재자’는 집단 지휘체제를 특징으로 하는 ‘군부 독재자’보다 암살당할 가능성이 더 높다고 분석한다. 훈 센이 독재 질주를 가속화하는 이유가 바로 여기에 있다. 권력을 놓는 순간 자신뿐 아니라 가족이 암살당할 수 있기 때문이다. 2013년 부정선거로 권력을 유지한 그는 다가오는 6월 코뮌(지방) 선거와 내년 4월 총선을 앞두고 다급해진 듯하다. 2월20일 야당의 발목을 잡기 위한 새 정당법을 무리하게 통과시킨 것만 봐도 알 수 있다. 새 정당법에 따르면 기소된 자가 대표로 있는 당은 해산이 가능하다. 이 법안 통과는 훈 센의 오랜 경쟁자이자 구국당 대표를 역임해온 삼 랭시를 겨냥한 조치로, 제1야당 구국당을 합법적으로 해산해 선거 출마 자체를 봉쇄하려는 의도로 풀이된다. 삼 랭시는 2년 전 페이스북에 올린 정부 비판 글로 명예훼손 소송에 휘말리다 지난해 12월 정식 기소됐다. 올해 1월 훈 센 총리는 그를 상대로 100만 달러 손해배상을 청구하며 “소송에서 이기면 구국당 당사를 점령해버리겠다”라고 말했다. 새 정당법 통과 직전 프랑스에서 망명 중인 삼 랭시가 돌연 당 대표직을 사퇴하겠다고 발표했다. 당의 해체를 막기 위한 정치적 결단이었다.

새 정당법에 대해 인권단체인 휴먼라이츠워치는 “그나마 남아 있는 최소한의 민주주의 시스템마저 불도저로 밀어버린 격이다”라고 비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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