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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간제 교사 차별을 방관하는 학교

2017년 03월 16일(목) 제495호
해달 (서울 대치동 입시학원 강사) webmaster@sisai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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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현재 기간제 교사는 교육 현장을 지키는 필수 인력이다. 하지만 이들은 불안정한 지위로 인해 차별받는다. 차별 없는 학교는 이상적인 얘기일까.

김경진씨(가명)는 3월2일부터 교단에 섰다. 150여 곳에 원서를 넣은 끝에 얻은 4개월짜리 기간제 교사다. 방학 때까지 묶어 6개월짜리를 얻고 싶었지만, 비자발적 백수가 되지 않은 것만으로도 다행이었다. 임용고시 수험 생활에 지쳐 아이들을 가르치고 싶었던 꿈이 사그라지고 있었기 때문이다. 여러 학교들은 방학 중에 비용 절감을 위해 근무 중인 기간제 교사를 시간강사로 전환했다가 개학 때 다시 기간제로 채용한다. 김씨는 첫 출근을 준비하며 이런 방식이라도 좋으니 계약이 연장되기를 희망했다.

이아정씨(가명)는 기간제 교사 4년차를 맞이했다. 이씨가 사범대를 졸업한 2010년 서울 지역에서는 국어 교사를 고작 60여 명 선발했다. 50:1이 넘는 비현실적인 경쟁률은 그녀에게 임용고시 준비를 일찌감치 접게 했다. 뒤늦게 한 사립학교의 기간제 교사를 시작했지만 한동안 다시 학원으로 돌아가고 싶었다. 다른 교사들의 잡무가 거의 기간제 교사의 몫으로 돌아왔기 때문이다. 남의 일을 해주다 보면 퇴근 시간은 자정에 가까워졌다. 열심히 해도 소용이 없었다. 그녀는 지금도 궂은일을 도맡아 한다. 정교사 자리를 꿈꾸기 때문만은 아니다. 교사 정원이 줄어들어 학교를 그만두게 되었을 때, 경력을 인정받아 다른 학교 기간제 교사로라도 손쉽게 채용되기를 바라기 때문이다.

ⓒ김보경 그림

기간제 교사 자리 하나 얻기도 하늘의 별 따기인 세상에서 많은 교사 지망생들은 더 이상 정규직을 꿈꾸지 않는다. 교사 인력 공급이 수요를 훨씬 웃돌기 때문이다. 예를 들면 매년 교원 임용 시험에서 떨어지는 중등학교 2급 정교사 자격증 소지자는 매년 4만명에 달한다. 시험을 통과해 1급 정교사가 되는 인원은 2016년에도 5000명에 못 미쳤다. 신규 채용은 늘어나지 않는다. 현재 재직 교원(기간제 포함) 1인당 학생 수는 약 13명으로 법령이 정한 교사 정원 기준을 충족하기 때문이다. 학령인구는 계속 감소하는 추세이니 앞으로도 정교사의 관문은 더 좁아질 전망이다.

서울시교육청 자료에 따르면 서울 지역 고등학교 기간제 교원 수는 2013년 3079명에서 2016년 3643명으로 늘었다. 전체 교원 대비 기간제 교원 비율도 13.3%에서 16.1%로 증가했다. 학교에서는 주요 과목을 가르치는 교사 3명 가운데 1명이 기간제 교사라는 말도 나온다. 기간제 교사는 이제 교육 현장을 지키는 필수 인력이다.

하지만 여전히 기간제 교사를 자연스럽게 여기지 못하는 이들이 있다. 몇몇 학부모는 그의 불안정한 지위를 들어 자녀를 맡기길 꺼려한다. 곧 떠날 사람에게 책임감을 기대할 수 없으리라는 불안감 때문이다. 일부 학생들도 ‘간제쌤’을 달가워하지 않는다. 임용고시에 합격하지 못했으면서 자신들을 가르칠 자격이 되는지를 단순하게 재는 것이다.

기간제 교사에게 ‘저항’은 ‘실직’과 동의어


바뀐 현실을 모르고 하는 말이어도 차별은 기간제 교사들의 마음을 멍들게 한다. 최악은 같은 동료를 착취하는 정교사와 학교다. 계약 만료가 일주일 남은 기간제 교사에게 전화를 걸어 자신이 복귀해서 써야 할 생활기록부까지 써놓고 갈 것을 요구하거나 2월까지 계약한 기간제 교사에게 12월31일까지만 일하라고 통보하고 1월의 명절과 정근수당을 지급하지 않는 식이다. 기간제 교사들은 항의조차 제대로 하지 못한다. 자신이 없으면 학교 수업이 굴러갈 수 없는 상황이더라도 혼자 분을 삭인다. 문제를 제기했다가 교육청 인력풀에 악평이라도 달리게 되면 향후 취업이 어려워지기 때문이다. 비정규직에게 저항은 실직과 같은 말이다.

차별 없는 조직을 요구하는 것은 지나치게 이상적인 얘기일 수도 있다. 하지만 교사는 아이들이 가장 가까이서 보고 배우는 어른이다. 그들이 아이들에게 보여줘야 할 것은 현실을 합리화하는 방법이 아니라 효과적인 개선 방법을 고민하는 모습이다. 자라나며 차별 문화를 습득한 학생이 성인이 되어 평등한 시민의식을 갖추기는 어렵다. 세상에는 방관해도 되는 차별이란 존재하지 않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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