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10절’이라 불릴 만한 하루였다. 헌법재판소가 박근혜 대통령 탄핵을 인용한 날, 인터넷에는 즐거운 패러디 한마당이 펼쳐졌다. 이른 아침부터 조짐이 보였다. 이정미 헌법재판소장 권한대행이 헤어롤 2개(사진)를 머리에 단 채 출근하면서다. 한 누리꾼은 댓글에 “롤 2개가 00 모양인데, ‘인용’을 암시하는 거다”라고 적었다. 다른 사람은 “박근혜 멕이는 거다. 바쁠 때는 출근하면서도 머리 손질을 할 수 있다는 퍼포먼스”라고 주장했다.

ⓒ연합뉴스


재판관 8명 만장일치로 탄핵 인용 결정이 나자 누리꾼들은 봇물 터지듯 감정을 드러냈다. 트위터 이용자 ‘박근혜 탄핵됐니? BOT(@ispghimpeached)’는 2월21일부터 “아니!”라고만 트윗을 써왔다. 3월10일 드디어 “응!!”이라고 쓴 트윗은 6시간 만에 1만5000회 이상 리트윗됐다. 이 이용자는 이어 “이제 ‘박근혜 구속됐니?’ 봇으로 찾아뵙겠습니다”라고 썼다. 온라인 커뮤니티에는 더 짓궂은 반응도 많았다. 박 전 대통령의 아버지 박정희 전 대통령과 비교하는 글이 많았다. “둘 다 취임식은 있어도 퇴임식은 없다는 공통점이 있네”는 점잖은 편이었다. “애비는 탄환, 딸은 탄핵” “이승만은 눈치라도 있어서 하야하는데, 저 집안은 ‘탕탕탕’ ‘땅땅땅’ 아니고서야 청와대 안 나간다”라는 글도 있었다.

박사모 카페는 초상집 같았다. “가슴에 구멍이 뚫린 것 같습니다” “하염없이 눈물만 납니다” 같은 댓글이 많았다. 진퇴양난 상황에서도 지도부는 전의를 다졌다. 박사모 집행부로 추정되는 한 회원은 ‘애국 국민 여러분, 법치주의가 무너졌습니다’라는 글을 올렸다. “각자 가능하신 방법으로 혁명 주체가 되어 이 투쟁에 동참해주시기 바랍니다”라는 시뻘건 글도 있었다. 이 ‘혁명 주체’가 된 박사모 노인들은 3월10일 서울 곳곳에서 젊은 기자들을 집단으로 폭행했다. 이제 박사모는 혁명조직(R.O.)도 갖춘 어엿한 반국가단체로 탈바꿈할 모양이다.

ⓒ연합뉴스헌재의 탄핵 심판 선고에서 파면당한 박근혜 전 대통령이 12일 오후 청와대를 떠나 서울 강남구 삼성동 사저에 도착하고 있다. 2017.3.12

나잇값 못하는 폭도들로부터 시민들을 보호하기 위해 군경이 버티고 있다. 〈경향신문〉 보도에 따르면 국방부는 박 대통령이 탄핵되자 전 군부대에 걸려 있던 박근혜 전 대통령 사진을 세절·소각하도록 했다. 본인 사진이 잘리고 불타는 동안, 무직이 된 박근혜 전 대통령은 청와대를 ‘무단 점거’한 채 아무 메시지도 발표하지 않았다. ‘평범한 가정에 태어났더라면….’ 나무천국사불.

기자명 이상원 기자 다른기사 보기 prodeo@sisai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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