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의 성장 뒤에는 농민공(농촌을 떠나 도시에서 일하는 노동자)이 있다. 제국주의 침략의 역사와 냉전의 엄중함 속에서 중국은 공업화가 절실했고, 농민들은 그 발판이 되었다. 처음부터 농민이 도시에서 일자리를 얻을 수 있는 건 아니었다. 마오쩌둥이 만든 호구제도(농민 호적과 시민 호적을 분리했다) 때문에 1978년 개혁개방이 선언된 이후에야 도시로 진출할 수 있었다. 이들은 값싼 노동력을 제공했고, 노동력은 곧 중국의 경쟁력이 되었다. 하지만 이들에게는 도시 호적이 주어지지 않았다. 농민공은 도시에 살면서도 의료·교육 등 이른바 ‘도시인’에게 주어지는 권리는 누리지 못했다.

농민공의 증가세가 둔화된 지금은 어떨까? 농민공 공급 지역 중 하나인 안후이성 푸양(阜阳)시에서는 올해 설 전용 열차를 저장성 닝보(宁波)시로 보내 농민공의 귀향을 도왔다. 이들을 실은 K8500 열차가 고향역에 도착하자, 시에서 파견된 도우미들이 짐을 기차에서 버스로 실어 나르고, 이들을 집으로 데려다주었다. 비용은 모두 무료였다. 이들 중 상당수가 저장성·광둥성 등의 대도시에서 기술을 쌓아왔기 때문에, 정부는 이들의 능력을 지역 발전의 동력으로 활용하려 한다. 기업도 호응했다. 푸양 출신 260여만명이 귀향하는 설 기간에 푸양시에서 열린 기업 채용설명회가 수백 개에 달했다.

ⓒEPA2009년 5월7일 중국 랴오닝성 다롄의 한 아파트 건설 현장에서 농민공들이 일을 멈추고 잠시 휴식을 취하고 있다.
그들이 일하는 도시에서는 농민공들이 고향에 내려갔다 복귀하지 않을까 봐 대책도 세웠다. 푸젠성 샤먼(廈門)시에서는 노동자가 설 이후에 복귀하면 50~300위안에 이르는 장려금을 지급하는 정책을 올해 시작했다. 또 설 기차표를 아예 왕복으로 끊어주는 회사도 많아졌다. 삶의 질을 더욱 중요시하는 1990년대생 신세대 농민공이 출현하면서 기업이 이들의 요구에 부응해야 할 필요성도 높아지고 있다.

이 같은 단기 혜택보다 중요한 것은 농민공에 대한 근본적인 권리 개선이다. 도시 시민에게 편향되어 있는 호구제도의 혜택을 함께 나누어야 한다. 2014년 국무원은 호구제도 개혁 의견을 냈고, 그 뒤 2년간 지방정부는 도시와 농촌의 호적 구분을 없애기 위해 노력해왔다. 그 대책으로 나온 것이 바로 ‘포인트 적립제도’다. 일정 포인트를 쌓은 농민공에게 도시 호적을 부여하는 게 개혁안의 핵심이다. 현재 30개 성이 이 개혁안을 시행 중이다. 국무원은 2020년까지 농촌 호적 인구 2억8000만명 중 1억명에게 도시 호적을 주는 것을 목표로 하고 있다.

‘포인트 적립제도’ 시행으로 누구든지 각 지역의 조건에 맞게 포인트를 적립해서 특정 점수에 도달하면 해당 도시의 호적을 취득할 수 있다. 이 정책은 투명하지만, 공평하지 않다. 각 지역에 필요한 인구를 선별해 이들에게만 도시 호적을 주기 때문에 농민공의 권리를 보편적으로 신장하는 근본 정책은 아니다.

ⓒEPA중국 광둥성 선전에 있는 폭스콘 공장에서 노동자들이 애플 제품을 조립하는 모습.
‘포인트 적립제도’가 차별 고착화하기도

실제 각 지역은 자신들의 산업구조 특성에 맞춰 호적제도를 만들어나가고 있다. 지역에서 필요한 조건을 항목으로 만들고, 항목에 부합하는 이들에게 포인트를 더 주는 방식이다. 나이, 학력, 주택 소유 여부, 사회보험 납입 연수 같은 기준에 따라 차등으로 포인트를 주고, 기준선을 넘어야 호적을 부여한다. 연해도시와 내륙도시의 조건이 다르고, 각 지역 특성에 따라 기준이 다시 달라지는 현상이 나타나고 있다.

상하이와 광저우 등에서는 기술 노동자 부족 현상이 심해지고 있다. 2000년대 중반부터 인건비가 올라가고 이윤이 줄어든 기업들이 2008년 이후 도산하기 시작했다. 살아남은 기업들은 새로운 일거리를 찾거나 제조 과정 자동화에 나섰다. 노동집약적 산업을 대표했던 광둥성 소재 아이폰 조립업체인 폭스콘조차 LCD 시장에 뛰어들었고, 로봇을 통한 자동화에도 속도를 내고 있다. 폭스콘은 2020년까지 전체 공장의 30%를 자동화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자동화로 숙련 기술자들의 수요가 커지고 있다. 광둥성에서 발행하는 〈남방일보〉에 따르면, 일반 노동자 10명이 광저우 소재의 기업에 들어가려고 경쟁하지만, 숙련공 한 명을 데려오기 위해서는 10개 기업이 경쟁한다. 광둥성이 2016년 7월에 발표한 ‘광둥성 인민정부의 호적제도 개혁 시행에 관한 의견’에는 광저우·선전 등 사회경제적으로 기술공 혹은 전문 인력이 필요한 시에서는 이들에 대한 호적 취득을 용이하게 해야 한다는 점이 명시되어 있다. 광둥성은 숙련 기술자들에게 가산점을 주는 방식으로 제도를 보완하는 것을 고려 중이다.

제조업이 싹트기 시작한 지역들은 농민공의 진입장벽이 낮다. 안후이성은 주택 구매, 투자 창업, 현지 근무 등 여러 경로로 호적을 얻을 수 있다. 농민공이 2년 이상 안정적인 직장을 다니고 있고, 거주지가 있으며(월세 포함), 사회보험료를 1년 이상 납부했을 경우 부모와 배우자 및 자녀에게도 해당 지역 호적을 부여한다. 쓰촨성과 허난성은 대도시 호적 취득을 위한 사회보험료 납부 기간을 중앙정부가 제안한 5년 이하보다 낮추어(각 3년과 2년) 더 많은 사람들이 쉽게 호적을 취득하게끔 했다.

농민공의 진입장벽이 가장 높은 곳은 베이징이다. 베이징의 경우 인구 규모를 제한하는 데 역점을 두고 있고, 기준선 없이 상위 점수대로 호적을 부여한다. 7년 연속 사회보험료를 납부해야 포인트 적립 자격이 주어지며, 45세 미만이거나 박사학위 소지자일 경우에 가산점이 부여된다. 중국의 실리콘밸리라 불리는 중관춘(中關村)이 위치한 만큼 스타트업 기업에 근무하거나 IT 관련 업종에 종사할 경우 가산점을 준다. 반면 오염을 유발하는 제조업에 근무할 경우 1년에 6포인트씩 차감한다.

결국 ‘포인트 적립제도’는 아이러니하게도 농민공 차별을 더 고착화하기도 한다. 지역경제에 도움이 되는 인력은 끌어들이고, 기준에 미달하는 외지인은 정착하지 못한 채 비용 절감의 수단으로 전락할 가능성이 높다. 특히 3D 업종에 종사하는 저숙련 농민공들은 실업·상해 같은 위험에 가장 많이 노출되어 있지만 정작 지역 시민으로서 보호받지 못하는 것이다.

기자명 베이징·정해인 (베이징 대학 정부관리학원 박사과정) 다른기사 보기 editor@sisai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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