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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뢰도 꼴찌인데 검찰만 안 변한다”

2017년 03월 29일(수) 제497호
김은지 기자 smile@sisai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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학창 시절부터 검사가 꿈이었다. 학력고사 전국 차석, 서울대 법대 입학, 그리고 사법고시 합격. 1990년 임수빈 검사는 서울중앙지검으로 첫 출근을 했다. ‘대한민국 검사’라는 자부심과 조직에 대한 애정으로 똘똘 뭉쳤던 그는 2009년 돌연 사표를 썼다. 서울중앙지검 형사2부장으로 MBC <PD수첩> 사건을 담당할 때였다. 정운천 당시 농림수산식품부 장관 등은 <PD수첩>의 미국산 쇠고기 관련 보도로 명예훼손을 당했다며 고소했다. 당시 임 검사는 기소가 무리하다고 판단했다. 오역과 같은 일부 부정확한 부분이 있지만 언론의 자유 등에 비춰볼 때 기소할 수 없다고 본 것이다.
검찰 수뇌부의 생각은 달랐다. 사건이 배당된 지 8개월, 결국 임 검사가 조직을 떠났다. 이후 검찰이 사건을 재배당하면서부터 속도가 붙었다. 제작진을 긴급체포하고, MBC 압수수색을 시도했다. 검찰은 결국 제작진을 기소했고 최대 징역 3년을 구형했다. 재판부의 결론은 무죄였다. 무리한 기소임이 드러난 셈이었지만, 담당 검사들은 영전했다. 갑자기 떠난 그에게 많은 언론이 사표의 이유를 물었지만 입을 다물었다. 변호사로 지낸 지 8년 후 그는 박사 논문을 썼다. <검찰권 남용에 대한 통제 방안>. 제목에서 짐작할 수 있듯, 검찰 조직에 대한 비판과 성찰을 담고 있다. 3월15일 임 변호사를 법무법인 동인에서 만났다.

ⓒ시사IN 윤무영
임수빈 변호사는 검찰의 독선적 문화를 깨기 위해서라도 고위공직자비리수사처가 필요하다고 말했다.

검찰 출신이 쓴 ‘검찰권 남용’에 대한 논문이라 더 눈길을 끈다.
이 사실을 강조하고 싶다. 검찰을 비판하자는 게 아니라 사랑해서 쓴 논문이다. 검찰 신뢰도는 매번 꼴찌다(지난해 <시사IN>의 국가기관 신뢰도 조사에서 검찰은 10점 만점 중 3.45점로 최하위권이었다). 세상은 바뀌는데 검찰만 안 변한다는 사실이, 검찰 밖을 나오니 훨씬 잘 보였다. 더 이상 검찰이 변하지 않으면 없어질 수도 있다는 생각까지 들었다. 물론 나도 검찰에 몸담았고, 잘못된 부분에 대한 책임이 있을 거다. 그래서 같이 고민해보자는 취지로 논문을 썼다.

검찰만 안 변하는 것 같다고?
가장 큰 부분은 검찰 내부 의사결정 과정이다. 세상이 변하면서 어느 조직이든 의사결정 주체가 아래로 내려오고 넓어지고 투명해졌다. 그런데 검찰은 어떤가? 여전히 의사결정은 위로 집중되고, 위만 바라보는 조직이 되었다. 최고 우월한 집단이고 오류가 없다는 식의 조직 문화도 있다. 게다가 검찰 내부가 돌아가는 과정 또한 별로 공개되지 않고 불투명하다.

논문에서 검찰권 남용을 통제하는 방안으로 기소기준제 도입을 제시했다.
사법개혁 일환으로 법원은 2007년 양형위원회 신설을 입법했다. 양형기준제를 도입함으로써 ‘들쑥날쑥 판결’과 같은 말이 사라졌다. 법원 신뢰도도 올라갔다. 당시 검찰도 반겼다(웃음). 그렇다면 기소기준제도 가능하지 않을까. 어떤 사건을 기소할지 말지를 각 혐의에 대해 점수로 산정하는 등의 방식을 생각할 수 있다.

시민 참여 방안도 제시했다.
없는 걸 비용을 들여서 새로 만들자는 게 아니다. 이미 검찰시민위원회 제도가 있다. 2010년 이른바 ‘스폰서 검사’ 사건에서 야기된 검찰 불신을 극복하기 위해 대검찰청이 내놓은 검찰 개혁 방안이다. 지역 시민으로 구성된 검찰시민위원회가 중요 사건에 대해 기소·불기소 처분의 당부를 심의하는 제도다. 이미 미국과 일본의 사례가 있다. 그 제도를 좀 더 공개적이고 투명하게 손보자는 거다.

임 변호사의 논문에 따르면, 검찰시민위원회가 2010년부터 2013년까지 심의한 사건 가운데 검사의 의견과 다른 결론을 내린 경우는 3.7%에 불과하다. 그러다 보니 ‘검찰이 눈앞의 위기만 모면하려고 임기응변으로 만든 제도에 불과한 게 아니냐’라는 지적이 나온다. 미국의 대배심이나 일본의 검찰심사회는 시민을 임의·무작위로 뽑아 구성한다. 반면 한국은 검찰이 직접 시민위원을 선정한다. 또 검사의 요청이 있어야만 심의가 이뤄진다. 심의 결과의 법적 구속력도 없다. 이런 점을 개선해서, 검찰의 권한을 시민에게 나눠주자는 제안이다. 임 변호사는 “이미 법원에서는 배심원제가 실시돼, 건전한 상식을 가진 시민들이 법률적 판단을 할 수 있다는 사실을 확인했다”라고 말했다. 검찰 처분의 시민 참여는 검찰 통제의 훌륭한 수단이라는 뜻이다.

요즘 논의되는 고위공직자비리수사처(공수처)와 검경 수사권 분리 등에 대한 언급은 논문에 없다.
일부러 뺐다. 정치적으로 오해받고 싶지 않아서다. 그래도 누군가는 그러더라. 어쩜 대선이 다가오는 이런 때 논문을 냈냐고. 그래서 내가 괜히 맞장구쳤다. ‘맞다, 3주 만에 썼다’고(웃음). 실은 1년6개월 걸렸다. 2014년 박사과정에 들어설 때부터 검찰 관련 논문을 쓸 생각이었다. 다 쓰고 뺀 부분도 있다. 국가기관으로 ‘검찰 신뢰조사위원회’ 같은 기구를 만들자는 내용이었다. 문제가 되는 사건이 뭐가 있고 어떤 배경으로 수사했는지 등을 조사하는 기구가 있었으면 했다. 검사는 명예와 관련된 부분에 예민하다. 현재 참여연대와 같은 진보 성향의 시민단체가 그 역할을 하지만, 국가기구가 아니다 보니 조사의 한계도 있고 또 검찰 내에서는 단체 성향을 들어 애써 의미를 부여하지 않으려는 분위기도 있다.

최근 검찰은 ‘공수처 반대’ 의견을 밝혔다.
공수처 설치에 대해서는 찬성한다. 검찰의 독선적 사고방식이나 문화를 깨기 위해서는 검사를 상대로 수사할 수 있는 기구가 있어야 한다. 그렇지 않으면 조직 문화 내지 단결 혹은 이기주의 같은 걸 깨기 어렵다. 검사도 잘못하면 수사의 대상이 된다는 걸 알아야 한다. 검찰을 견제할 수 있는 기관이 필요하다.

검찰권 남용 지적에 대해 검찰 내부에서는 ‘수사 기법이다’ ‘그럼 어떻게 수사하느냐’라는 반박이 나올 수도 있다.
‘인권 보호도 좋지만 실체적 진실도 규명해야 하지 않나’라고 반박할 수 있다. 이에 대해 분명히 말하고 싶다. 인권이 상위 개념이다. 어떻게든 수사하겠다는 건 구시대 사고방식이다. 그럼 법이 왜 필요할까? 주리를 틀어서 자백을 받으면 된다. 검사는 사람을 조사할 권한이 있지, 겁주고 협박할 권한은 없다. 제발 그걸 인식했으면 좋겠다. 실체적 진실을 규명하겠다며 법까지 어기면 안 된다. 이런 원칙은 오히려 검찰을 보호할 수단이다. 무리한 요구나 부당한 지시가 오더라도, 원칙에 따라 ‘할 수 없다’고 내세울 수 있다.

ⓒ연합뉴스
검찰에 기소된 제작진이 2011년 대법원에서 무죄판결을 받은 뒤 법정을 나서고 있다.

한명숙·정연주·성완종 사건 등 검찰에게 뼈아픈 사례를 논문에서 거론했다.
혹시나 오해를 살까 봐 다 근거를 써뒀다. 판결문에 나온 이야기다. 판결문은 굉장히 순화해서 쓴다(웃음). 그런 하나하나 사례를 검찰이 많이 생각해야 할 것이다.

검찰권 남용의 실태를 수사·처분·공판 단계로 나눠 지적했다.
수사 단계에서는 표적수사, 타건(他件) 압박수사, 심야조사, 피의사실 공표 등 행태로 검찰권 남용이 나타난다. 처분 단계에서는 잘못된 공소 제기, 부당한 불기소처분이 있다. 공판 단계에서는 증거 누락, 무조건적 상소 제기다.

그중 ‘타건 압박수사’ 개념은 새로웠다.
교수들과 같이 논의해서 붙인 개념이다. 별건 구속과는 좀 다르다. 별건 구속은 A라는 피의자에게 더 큰 혐의가 있는데, 이를 아직 입증하지 못해 작은 혐의를 먼저 잡아서 큰 혐의를 조사하는 방식이다. 타깃이 되는 피의자가 같다. 반면 타건 압박수사는 타깃은 B인데 A를 압박조사해서 B 이야기를 끌어낸다. 타깃이 되는 피의자가 다르다. 게다가 타건 압박수사를 해서 A에게 원하는 진술을 끌어내면 A는 처벌받지 않기도 한다. 이 과정에서 불법수사가 행해질 가능성과 우려가 있다.

임 변호사는 자신의 논문에서 ‘한명숙 1차 뇌물 사건’을 예로 들었다. 2009년 12월 서울중앙지검 특수2부(부장검사 권오성)는 한명숙 전 총리를 뇌물 수수 혐의로 기소했다. 곽영욱 전 대한통운 사장한테 관련 진술을 확보했다. 곽 전 사장은 앞서 83억원 횡령 혐의로 검찰 조사를 받던 중 “한 총리에게 5만 달러를 줬다”라고 진술했다. 곽 전 사장의 횡령 액수는 83억원에서 37억원으로 줄어든 채 기소됐다. 또한 곽 전 사장은 대한통운 미공개 정보를 이용해 내부 주식을 사고팔아 부당이득 57억원을 얻은 혐의로 내사를 받았지만 이 부분은 기소되지 않았다. 한 전 총리는 4개월 동안의 법정다툼 끝에 무죄를 받았다. 검찰은 항소·상고를 거듭했고 2013년 3월에 가서야 대법원에서 무죄가 확정됐다.
‘한명숙 1차 뇌물 사건’ 1심 무죄 선고가 나기 하루 전날인 2010년 4월8일, 검찰은 또 다른 혐의로 압수수색을 진행했다. ‘한명숙 2차 뇌물 사건’이다. 서울중앙지검 특수1부(부장검사 김기동)는 한만호 전 한신건영 대표로부터 “한 전 총리에게 9억원을 줬다”라는 진술을 확보했다고 밝혔다. 이 사건 또한 임 변호사는 표적수사의 사례로 든다. 검찰에서 돈을 줬다고 진술한 한만호 전 대표는 법정에 와서 말을 뒤집었다. 자신은 돈을 준 적이 없다고 밝혔다. 1심 재판부는 무죄를 선고했다. 한만호 전 대표의 검찰 진술을 믿을 수 없다는 이유에서였다. 검찰은 한만호 전 대표를 70회 이상 불러서 조사했으면서도, 수사기록으로는 진술서 1회와 진술조서 5회만 남겨놓았다. 하지만 2심 재판부는 한만호 전 대표의 검찰 진술이 더 믿을 만하다며 한 전 총리에게 유죄를 선고(징역 2년 및 추징금 8억8000만원)했다. 2015년 8월 대법원은 8(유죄)대 5(무죄)로 유죄를 확정했다.
임 변호사는 또 성완종 전 경남기업 회장의 사건도 타건 압박수사의 사례로 꼽았다. 성 전 회장은 자살하기 직전 <경향신문>과의 전화 통화에서 검찰이 타건 압박수사로 자신에게 ‘딜’을 시도한다고 폭로한 바 있다. 성 전 회장은 “(검찰이) 자원 쪽을 뒤지다 없으니까 그만둬야지. 제 아내와 아들, 오만 것까지 다 뒤져서 가지치기해봐도 또 없으니까 또 1조원 분식 얘기를 했다. (검찰이) 저거(이명박 정권의 자원외교)랑 제 것(배임·횡령 혐의)을 ‘딜’하라고 그러는데, 내가 딜할 게 있어야지요”라고 말했다. 임 변호사는 논문에서 이렇게 지적했다. “타건 압박수사는 수사 과정에서 피의자나 사건관계인을 상대로 심리적 압박 단계가 필수인데, 그 단계에서 심각한 인권침해 내지 인권유린이 필연적으로 발생한다. 이를 ‘딜’이니 ‘협상’이라는 용어로 아무리 미화해도 허용될 수 없다.”

ⓒ연합뉴스
성완종 전 경남기업 회장(왼쪽)의 ‘자원외교’ 사건은 검찰의 압박수사 사례로 꼽힌다.

타건 압박수사는 이른바 ‘살인적’ 수사 방법이라고까지 지적했다.
범죄라고 생각한다. 불법·탈법 정도가 아니라 범죄이기 때문에 검사들이 타건 압박수사를 못하게 하는 게 급선무다. 그 과정에서 끔찍한 일이 벌어진다. 수사 과정에서 검찰청에 다녀오기만 하면 피의자건 고소인이건 참고인이건 검찰청 쪽으로는 뭐도 안 한다고 한다. 이런 수사 행태는 차단시켜야, 조사받고 한강다리로 가는 사례를 막을 수 있다.

논문에 인용된 통계를 보니, 2004년부터 2014년 7월까지 검찰 수사를 받던 중 자살한 사람이 83명(한국형사정책연구원 자료)이나 되었다.
이런 경우 검찰에서 나오는 해명은 ‘고문하지 않았다’는 것이다. 요즘은 때리지 않는다고 하니, 그 말은 맞을 거다. 지금은 그렇게 수사하지는 않는다. 그러나 다른 행위는 없었나 되돌아봐야 한다. 내가 지적하는 건 타건 압박수사를 통한 가혹 행위다. ‘고문하지 않았다’는 말로 면책될 수 없다. 헌법상 고문받지 않을 권리와 형사상 자신에게 불리한 진술을 안 할 권리는 나란히 쓰여 있다(헌법 제12조).

처분 단계에서의 검찰권 남용에는 ‘잘못된 공소 제기’도 있다. 그 예로 <PD수첩> 사례가 나올 줄 알았는데.
뒤에 딱 한 줄 나오긴 한다. 궁금해하는 그 이야기는 절대 안 할 거다(웃음). 검사가 자기 근무할 때 사건을 가지고 미주알고주알 말하는 건 검사의 도가 아닌 것 같다.

검찰권 통제 방안 중에서는 ‘검찰 피의자 신문조서의 증거 능력 제한’이 눈에 띄었다.
현직 검사들이 나를 싫어한다면 그 대목일 거다(웃음). 검사들이 수사할 때 작성하는, ‘피의자 신문조서(피신조서)’는 증거 능력에 있어 일종의 특혜를 누린다. 검찰 이외 수사기관이 작성한 피신조서는 피고인 쪽이 법정에서 내용을 부인하면 증거 능력이 부정된다. 1954년 형사소송법 제정 당시 타협의 산물이다. 검사는 법관과 같다는 취지였다. 준사법기관이고 자격과 능력을 고려해줬다. 검찰이 공익의 대표자이자 인권 옹호자라는 전제였다. 그리고 60년이 지났다. 지금도 그 전제가 지켜지고 있나? 게다가 검찰 피신조서의 증거 능력이 너무 쉽게 인정되다 보니, 검사로서는 강압 수사의 유혹이 커진다. 이를 차단해야 한다. 검사 본연의 임무에 충실할 수 있게 하기 위해서다. 그러려면 검찰 피신조서의 증거 능력을 날리는 게 가장 쉽고 빠른 방법이다.

검찰 피신조서 작성과 수정 과정의 문제점도 논문에서 지적했다. 조서는 태생적으로 왜곡 위험성이 있다는 건데.
흔히 ‘조서를 꾸민다’고 한다. 있는 그대로 속기한다는 말이 아니다. 검사나 수사관이 작성하니까 그쪽 취지에 맞게 작성된다. 조사자의 구상에 부합하면 답변을 그대로 기재하지만, 그렇지 않으면 반복 질문을 해서 원하는 답변을 끌어내거나 아예 기재를 안 한다. 또 이 과정에서 피조사자가 “예” “아니요”라고만 답했는데도 조서에는 장황하게 진술한 것처럼 기재되기도 한다. 조서 수정도 피조사자 처지에서 쉬운 일이 아니다. 검사나 수사관이 “그게 그건데 왜 그러냐”라고 말하면 고집 피우기가 어렵다. 속기사가 속기를 하면 어떨까? 현재 법원은 그렇게 한다.

검찰의 ‘피의자 면담’도 금지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내가 검찰에 있을 때만 하더라도 없던 행태였다. 변호사가 되어서 의뢰인의 수사에 참여했는데, 검사가 ‘조사가 끝났으니 변호사는 가라’고 했다. 그러면서 의뢰인에게 면담을 하자고 했다. 그게 뭐냐고 물으니 ‘조사가 아니니 변호사는 못 온다’고 하더라. 검사와 피의자가 만나 대화를 나누는 건 조사다. 그때는 변호사가 있어야 한다. 당연한 헌법상 권리다.

검찰에 몸담았을 때만 하더라도, 1% 검찰이 문제라고 생각했다고 했다.
나와 보니 아니더라. 1% 정치적 사건만이 검찰권 남용 문제가 아니었다. 일반 형사·공안·특수 사건 등 종류 상관없이 퍼져 있다. 이에 대해 화두를 던지고 싶다. 현직 검사들과 토론하고 싶다. 내 말은 검찰 죽으라고 하는 얘기가 아니다. 자랑스러운 대한민국 검사의 모습을 회복해줬으면 좋겠다. 그래야 검찰이 산다. 제대로 된 검사 한 명이 사회를 변화시킬 수 있다.


정말 검사 한 명이 사회를 변화시킬 수 있나?
예를 들어보겠다. 1995년 서울중앙지검 특별수사본부의 ‘12·12 및 5·18 사건 재수사’팀의 일원이었다. 속칭 ‘전노(전두환·노태우) 구속 사건’의 광주 현장 조사를 맡아 광주로 내려갔다. 광주에 내려가기 전날 5·18 때 희생된 변사 기록을 다 봤다. 그날 꿈에 시신들이 벌떡 일어나 나에게 다가오며 뭐라고 말하고 싶어 했다. 식은땀을 흘리며 깼다. 그리고 광주로 내려가 피해자의 이야기를 하나하나 들었다. 2~3시간 진술을 다 하고 난 피해자가 넙죽 큰절을 했다. ‘지금까지 본 사실을 끙끙 앓으며 말도 제대로 못했지만, 힘겹게라도 이야기하면 거짓말한다고 하더라. 그런 이야기를 서울지검에서 온 검사님이 다 들어줬다. 고맙다. 죽어도 여한이 없다’고 했다. 그런 경험이 한 번이 아니었다. 한 거라고는 이야기를 들어준 것뿐이었는데, 다음해 광주에서 화염병이 사라졌다. 나 혼자 한 것은 아니지만, 검찰이 사회를 바꿀 수 있는 힘을 그때 느꼈다. 올바른 검찰권 행사가 정말 중요하다. 검찰이 진심으로 신뢰와 사랑을 받는 조직이 되었으면 좋겠다. 검찰을 내팽개칠 수만은 없으니 어떻게 좋게 고칠까 토론하고 궁리해보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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