취업을 위해 시험을 준비하는 수험생은 전국 100만명가량이다. 바늘구멍을 통과하기 위해 이들은 오늘도 서울 신림동과 노량진 등지 고시원에서 쪽잠을 자고 편의점 삼각김밥을 먹으며 ‘노오오오력’하고 있다. 노력한 만큼 보상을 받을 수 있다고 믿기 때문이다.
하지만 갈지자 행보를 걷는 정부의 입시·채용 정책에 울며 겨자 먹기로 따라가면서, 정유라의 학사 비리나 최경환 의원의 공기업 채용 외압 의혹 같은 우리 사회 숱한 입시·채용 비리 사건을 목도하면서 수험생들은 점차 희망을 잃어가고 있다. “돈도 실력이야. 능력 없는 니네 부모를 원망해.” 이 악몽 같은 환청이 수험생들을 괴롭힌다.
더 이상 참지 않겠다며 수험생들이 직접 나섰다. 같은 공간에서 먹고 자고 공부하고 또 같은 이유로 힘들지만 한 번도 뭉쳐본 일이 없기에 늘 을이고 약자였던 전국 모든 수험생이 처음으로 뜻을 모아 단체를 만들었다.
첫 의장을 맡은 이는 사법고시 준비생인 안진섭씨(37·사진 가운데)다. 피자 배달 아르바이트와 사법시험 준비를 병행하는 고시생 안씨는 “우리 수험생들은 임시적인 지위 탓에 언제나 약자의 위치를 당연하게 받아들여왔다. 하지만 수험생으로서 겪은 불공정과 불합리를 짚고 넘어가지 않으면 결국 나 자신에게 돌아온다는 생각으로 이제 목소리를 내보기로 했다”라고 말했다.
사법시험·행정고시 폐지 반대, 임용고시 채점기준표 공개, 공무원 채용 비리 엄단, 각종 특례 및 특채 축소 등 전국수험생유권자연대는 대통령 선거를 앞두고 당장 시급하게 닥친 각 분야 수험생들의 목소리를 대변하고 있다. 그리고 동시에 ‘과정 속의 존재’로 놓인 대한민국 모든 청년에게 제안한다. “우리, 괜찮지 않다고 말합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