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두환씨의 아내 이순자씨(사진)가 자서전을 썼다. 제목은 〈당신은 외롭지 않다〉이다. 서정적 제목과 달리 본문은 다이너마이트 수준이다. 광주민주화운동을 두고 ‘우리 내외도 사실 5·18 사태의 억울한 희생자’라고 썼다. 최규하 전 대통령의 퇴진에 대해 ‘최 전 대통령이 남편에게 후임이 돼줄 것을 권유했다’고 적었다. 2013년 이른바 ‘전두환 추징법’에 대해서는 ‘극단적 선택까지 고심했다’ ‘박정희의 딸이 우리한테 이럴 수 있나’라고 썼다. 다음 달에는 2000쪽짜리 전두환 회고록도 나온다. 총 3권으로 각각 ‘혼돈의 시대’ ‘청와대 시절’ ‘황야에 서다’라는 제목을 붙였다. 2권 제목은 1권과 똑같아도 무방해 보인다. 한 누리꾼은 “나무야 미안해ㅠㅠ”라는 리뷰를 남겼다. 나무 학살도 ‘이심전심’인 부부다.


ⓒ연합뉴스

이순자씨가 원망했던 박근혜 전 대통령은 3월21일 검찰 소환조사를 받았다. 검찰 소환의 이모저모가 온라인상에서 입길에 올랐다. 전날 박 전 대통령 변호를 맡은 손범규 변호사가 “준비하신 메시지가 있다”라고 밝혀 관심을 끌었다. 그러나 당일 “국민 여러분께 송구스럽게 생각합니다. 성실하게 조사에 임하겠습니다”라고만 말하자, 누리꾼들은 “저 두 줄 얘기한답시고 메시지 운운했나”라는 반응을 보였다. 반면 “머리가 좋아서 최순실 없이 저거라도 기억하는 것”이라는 반론도 있었다. 이날 박 전 대통령은 청와대에서 나와 삼성동 집으로 돌아가며 입었던 어두운 남색 코트를 또 입었다. 일부 언론에서는 헌재의 탄핵 결정에 불복한다는 뜻의 ‘전투복 패션’이라고 썼다. 누리꾼들은 더 합리적 추론을 내놓았다. “순시리가 없어서. 옷 고르는 센스도 최순실 따라 감옥에 가서.”

자유한국당 내 지지율이 가장 높은 홍준표 경남도지사도 이 관측에 동조할 것 같다. 3월22일 부산 자갈치시장에서 그는 “박근혜는 지금 조사상으로 보면 최순실에게 옷 몇 벌 해 입은 것밖에 없을 것”이라고 주장했다. ‘우주 기운’을 믿었던 박 전 대통령과 달리 홍 지사가 신봉하는 것은 ‘천명’이다. 3월24일 TBS 〈김어준의 뉴스공장〉에 출연해 “천명을 받고 (대선에) 나왔다”라고 말했다. 3월12일에는 본인 SNS에 “천명을 받아야 할 순간이 오면 피할 수만은 없지요”라고 썼다. 온라인 커뮤니티에는 “천명(天命)이 아니라 ‘1000명’이다”라는 해설이 등장했다. 한자 병기 주장이 꾸준히 나오는 데에는 다 이유가 있다. 겸양을 과대망상으로 오인할 뻔했다.

기자명 이상원 기자 다른기사 보기 prodeo@sisai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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