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씨를 우울하게 만드는 것은 꼭 편의점 음식만은 아니다. ‘조금 사치를 부려볼까’ 싶어 찾아간 고시촌 한식 뷔페에서는 하루에 한 번씩 바퀴벌레나 철수세미 조각 따위를 발견했다. 학원과 독서실에서 숱한 수험생들과 부대끼지만 모두가 외로운 섬이다. ‘당신도 나처럼 바쁠 것이니’ 괜한 감정 에너지를 소모하는 관계 맺기도 포기했다. ‘혹시 무슨 일이 있을까 봐’ 가족과도 일부러 연락을 피한다. 공무원 시험 준비생(공시생)들에겐 부모가 아파 병원에 입원해도 들여다볼 시간도 에너지도 없다.
이런 환경 속 청년들의 정신건강이 좋을 리 없다. 서울 동작구는 2011년부터 2015년까지 연 1~2회 노량진 수험생들을 대상으로 정신건강 선별검사를 실시해왔다. 수검자 870명 가운데 54%가 정신건강 위험군으로 분류됐다. 동작구가 실시한 〈수험생 실태조사〉에 따르면 수험생 80%가 불안·무기력 등 정서적 어려움을 겪는 것으로 나타났다.
정신건강 문제는 노량진 수험생뿐 아니라 청년 전반에서 심각하다. 〈2015 국민건강영양조사〉 결과에 따르면 평소 일상생활 중에 스트레스를 ‘대단히 많이’ 또는 ‘많이’ 느끼는 사람의 비율, 즉 ‘스트레스 인지율’이 가장 높은 연령대가 20~30대 청년이다(위 그림 참조). 20대 여성과 30대 남성이 특히 높다.
부실한 식사나 외로움 때문에 공시생 한씨가 우울한 것도 맞지만, 그를 가장 힘들게 하는 것은 역시 불합격에 대한 공포이다. ‘이번에도 떨어지면 어떡하지’ ‘올해도 취직이 안 된다면…’ 같은 걱정이 지금 청년들을 가장 우울하게 만들고 있다. 〈대학졸업 청년실업과 정신건강의 관계〉(신희천 외, 2008)에 따르면 청년들의 취업 여부와 정신건강은 서로 영향을 주고받는다. 취업이 안 되면 우울할 뿐만 아니라, 우울하면 취업도 잘 되지 않는 것이다. “우울이나 불안 등 정서적 어려움을 지닌 청년 구직자를 위한 정책 배려가 더욱 필요하다”라고 논문은 제안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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