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3년 크리스마스 즈음이었다. 나와 지금의 짝꿍은 책으로 먼저 만났다. 서로에 대한 기본 정보가 전무한 상황에서 ‘상대가 읽었으면 좋겠는 책’ 서너 권을 골라 서로의 주소지로 보내는 식이었다. 누군가가 좋아하는 책, 읽어나가고 있는 책이 그 사람에 대한 많은 정보를 담고 있다고 생각하기 때문이다. 그리고 몇 년 후 우리는 함께 삶을 꾸리는 사이가 되었다.
‘사적인 서점’(〈시사IN〉 제492호 ‘단 한 명을 위한 독서 주치의’ 기사 참조) 취재를 마친 후 자연스레 짝꿍의 책을 기다리던 시간과 설렘이 떠올랐다. 예약제 서점인 사적인 서점은 고객에게 ‘맞춤 책’을 처방해주는 프로그램을 운영한다. 한 시간가량 상담이 끝나면 열흘쯤 뒤 택배로 책이 도착한다. 〈건축가, 빵집에서 온 편지를 받다〉는 사적인 서점 정지혜 대표가 내게 처방해준 책이다. 정성스러운 포장을 뜯자 “건축가와 건축 의뢰인이 함께 만들어간 이 책이, 어쩌면 기자와 취재원이 함께 만드는 기사와 닮아 있다는 생각에 이 책을 고르게 되었습니다”라는 메시지가 들어 있었다.
일본을 대표하는 주택 전문 건축가에게 어느 날 편지 한 통이 도착한다. 손바닥만 한 마을에서 손님 서너 명이면 발 디딜 틈 없는 작은 빵집을 운영하는 이가 손으로 꾹꾹 눌러 정성껏 쓴 빵집 설계 요청 편지. 건축가는 그만 ‘와아’ 하고 감탄해버린다. 그리고 이 일을 다른 건축가에게 건네줄 수 없다고 다짐한다. 책은 이들이 주고받은 손 편지와, 그 편지가 쌓아올린 빵집에 대한 이야기다.
책을 덮은 후 일본 홋카이도 맛카리무라 ‘블랑제리 진’에 가보고 싶어졌다. 가마에서 갓 나온 따뜻한 캉파뉴를 뜯어먹으며 빵집 곳곳을 살펴보고 싶다. 5개월째 하고 있는 일본어 공부를 그만두지 않을 좋은 핑계가 하나 더 생겼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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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사IN 편집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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