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잃어버린 가족의 빈 자리를 촬영하다

2017년 04월 06일(목) 제498호
신한슬 기자 hs51@sisai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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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사IN 신선영
“수학여행 다녀오면 가족사진을 한번 찍어보고 싶었어요. 다들 바쁘다 보니까 제대로 된 가족사진이 어릴 때 빼놓고는 없어요.” 사진 속 색동 한복을 곱게 입은 아이가 가족들 사이에서 웃고 있다. 그게 아이가 담긴 마지막 가족사진이다. 거실에 의자를 두고 훌쩍 자란 남동생과 부모가 앉았다. 한 자리가 비었다. 아이는 2014년 4월16일 제주도로 수학여행을 떠났고, 돌아오지 못했다.

지난 3월23일 바다 밑에 가라앉아 있던 세월호가 돌아온 날, 세월호에 관한 단편영화 <마지막 편지(Last Letters)>를 촬영·감독한 닐스 클라우스 씨(41)를 만났다. <마지막 편지>에는 세월호에 자신의 아이 또는 아버지가 타고 있었던 여덟 가족이 등장한다. 이들은 잃어버린 가족의 자리를 비워두고 집에서 가족사진을 찍는다. 상실·공간·추억에 대한 인터뷰가 이어진다.

독일 태생인 클라우스 씨는 11년 전 한국 영화가 좋아서 중앙대학교 영상대학원에 한국문화교류재단 장학금을 받고 입학했다. 세월호 참사 당일만 해도 그는 그저 여러 ‘뉴스’ 중 하나로 여겼다. 하지만 유가족들이 진실을 찾아 광장으로 나서고 시민들이 정부를 신뢰하지 않는 등 ‘세월호 이후의 세상’을 그는 목격했다. 그때 세월호에 대한 영상을 만들어야겠다고 다짐했다.


<마지막 편지>는 다큐멘터리이지만 픽션의 기법도 활용했다. 영상 중간에 희생자들의 모습을 한, 작업복을 입거나 단원고 교복을 입은 배우들이 등장한다. 얼굴은 노란색 마스크로 가려져 있다.

클라우스 씨가 작업을 하면서 가장 신경 쓴 부분은 유가족이다. 지난해 2월, 광화문 세월호 천막을 찾아가 유가족들에게 자신이 만들고자 하는 영상에 대해 설명하고 허락을 구했다. 모든 가족 구성원이 등장해야 하는 만큼 쉬운 일은 아니었다. 인터뷰하기로 했던 가족이 전날 갑자기 거절 의사를 밝히기도 했다. 클라우스 씨는 가족들이 눈물을 쏟는 순간을 촬영하고 싶지 않았다. “그건 유가족들을 이용하는 것이다.” 인터뷰를 하던 가족들이 감정적으로 격해지면 그는 카메라를 내려놓았다. 그는 “진실을 찾는 다큐도 중요하지만, 나는 영상예술가로서 시적인(poetic) 영상을 만들고 싶었다. 남겨진 가족들에게 선물이 될 수 있는 영상이면 좋겠다”라고 말했다.

그는 <마지막 편지>로 세월호 참사와 그 가족들이 겪은 일이 세계에 더 알려지기를 바란다. 그래서 온라인 영화제 ‘Short of the Week(이 주의 단편영화)’에 <마지막 편지>를 출품했고, 지난 3월 초 미국 뉴욕의 영상 컨소시엄에서 비공개 시사회를 열었다. 그는 “슬퍼하는 것만으로는 부족하다. 이런 일이 다시 일어나지 않도록 모두가 정치적인 활동에 나서야 한다”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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