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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직 사교육 종사자가 밝힌 ‘학원의 불편한 진실’

2017년 03월 28일(화) 제498호
김은남 기자 ken@sisai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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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사교육 걱정 없는 초등사용설명서① 구본창 편

사교육 걱정 없는 초등사용설명서
제1강(3월14일) 구본창 아깝다 학원비-학원 상품 분별 능력 기르기
제2강(3월21일) 최수일 초등수학 완전정복-수포자 예방을 위한 재미있는 수학공부
제3강(3월28일) 김승현 초등영어 완전정복-영어, 이젠 이렇게 하세요
제4강(4월4일) 백화현 초등독서 완전정복-독서로부터 자유로워지면 독서가 가능해진다
제5강(4월11일) 김형태 초등학생을 위한 스마트폰 리얼스토리
제6강(4월12일) 윤다옥 멀지 않은 사춘기, 우리 아이 발단단계와 관계 맺기
제7강(4월25일) 윤지희 사교육 걱정 없이 우리 아이 키우기



새 학기가 시작되면 부모들의 고민도 깊어진다. ‘학교 끝나면 학원, 학원 끝나면 숙제’인 아이가 안타까우면서도 ‘혹시 우리 아이가 뒤처지면 어쩌나’ 하는 현실적인 걱정에서다. ‘옆집 엄마’ 한마디에 좋다는 학습지며 학원을 기웃거리는 부모도 적지 않다.


3월14일~4월25일 사교육걱정없는세상이 7회에 걸쳐 진행하는 ‘사교육 걱정 없는 초등사용설명서’ 특강은 이런 부모들을 위해 준비됐다. 학원 상품 분별하는 법에서 아이 발달단계에 따른 공부습관 들이는 법, 스마트폰 사용법에 이르기까지 현장 전문가들이 살아 있는 노하우를 전한다. 지난 3월14일 부모들 앞에 나선 첫 번째 강사는 ‘사교육 시장 전문가’를 자처하는 구본창씨. 한때 사교육 시장에 몸담았기에 ‘사교육 시장의 불편한 진실’을 누구보다 꿰뚫고 있다는 그의 강좌를 지상 중계한다.


첫 강사로 나선 구본창씨는 부모들이 자녀상태를 객관적으로 파악하는 한편 학원상품 분별능력을 키우는 것이 중요하다고 말했다.

구본창(사교육시장 전문가, 사교육걱정없는세상 정책대안연구소 정책국장)

나는 전직 사교육 종사자다. 사교육 업체 및 출판사에서 10여 년간 일했다. 지금은 사교육걱정없는세상 정책대안연구소에 있으면서 사교육과 대학입시 문제에 대해 집중적으로 고민하고 있다. 어찌 보면 내부자 출신 사교육 시장 전문가랄까? 그런 내가 오늘은 우리나라 사교육의 현 주소를 살펴보고, 학원 상품을 분별하는 능력을 키우는 방법에 대해 얘기해보고자 한다.

이 글을 찾아 읽는 사람 중 ‘내 아이는 사교육을 많이 시켜 엘리트 코스를 밟게 해야지’라고 생각하는 분은 많지 않을 것이다. 그보다는 ‘누가 뭐래도 아이의 행복과 건강이 최우선이지. 그렇지만 현실이 이런데 너무 뒤지는 것도 곤란해. 적당한 수준으로는 따라가야지…’ 하고 생각하는 것이 보통일 게다.
그런데 ‘적당한 수준’이라는 게 참 막연하다. 내가 공권력을 쥐고 있는 게 아닌 만큼 사교육 고민을 단번에 해결할 강력한 솔루션을 제공해드릴 수 있는 것도 아니다. 그렇지만 한때 사교육 시장에 몸담았던 내부자로서 부모들이 사교육 앞에서 방황할 때 지켜야 할 최소한의 기준에 대해서는 조언을 드릴 수 있을 것 같다.

에듀푸어의 첫걸음, 옆집 아이와 비교하기


먼저 사교육에 관한 최근의 통계들부터 살펴보자. 가장 따끈따끈한 통계는 최근 교육부·통계청이 발표한 지난해 총 사교육비 규모다. 이 통계에 따르면 우리나라 국민 1인당 월평균 사교육비는 25만6000원이다. 아마도 부모 대부분은 이 통계를 보고 말도 안 된다고 코웃음 칠 것이다. ‘25만6000원만 돼도 행복하겠다’ 하면서. 실제로 서울시교육청이 조사해 발표한 자료에 따르면 자녀 1명을 영어·수학 학원에 보낼 경우 월평균 교습비가 47만4000원(2015년 기준)에 이르는 것으로 나온다. 이쯤은 돼야 부모들도 어느 정도는 수긍하시지 않을까?

그럼에도 우리가 교육부·통계청 통계에서 눈여겨봐야 할 것은 추이다. 교육부·통계청 조사에 따르면 2009년 24만2000원까지 올랐던 월평균 사교육비는 이명박 정부 후반 들어 소폭이나마 감소하는 추세를 보였다. 그런데 박근혜 정부 들어 슬금슬금 다시 오르더니 지난해에는 마침내 역대 최대치를 기록했다. 국정농단 사태 와중에 사교육비까지 증가했나 싶어서 분노를 금할 수 없다.

영유아 사교육비는 여기 포함되지도 않았다. 2013년부터 영유아 사교육비 조사를 시작한 육아정책연구소는 2014년 이 부문 사교육비 규모가 3조2000억원대에 이를 것으로 추산했다. 간과하기 힘든 수준이다. 이때부터 사교육걱정없는세상 같은 단체가 영유아 사교육 문제를 본격적으로 제기했더니, 이듬해에는 그 규모를 1조2000억원으로 대폭 축소해 발표했다. 문제될 게 뻔하니 이를 덮으려 했던 것 같다. 그 전까지 발표된 자료에 비추어볼 때 현재 사교육을 받고 있는 영유아의 경우 적게 잡아도 월평균 12만~15만원은 지출하고 있으리라는 게 우리 단체의 추정이다.

교육부․통계청 조사에 따르면 국민 1인당 월 평균 사교육비는 지난해 역대 최대치를 기록했다.

그런가 하면 자녀 연령이 올라갈수록 사교육비가 늘어가는 추세 또한 뚜렷하다. 초등학생 자녀를 둔 4인 가구의 지출 항목 중 교육비 비중이 9.4%인 데 비해 중·고등학생 자녀, 대학생 자녀를 둔 4인 가구의 교육비 비중은 각각 13.8%, 18.8%로 증가한다. 서울시민 가구 부채 항목 비율을 봐도 교육비는 13.1%로 주택 임차 및 구입비(66.0%)에 이어 두 번째를 차지하고 있다.

그런데도 우리나라 부모들은 지금 내가 쓰고 있는 사교육비가 옆집에 비해 적은 수준이라고 생각한다. ‘우리 아이는 태권도 학원을 다니는데 옆집 아이는 롯데월드 스케이트장을 다닌다’는 식으로 사교육비를 옆집과 끊임없이 비교하는 것이다. 사실 나도 아이가 병설유치원에서 너무 일찍 귀가하는 바람에 롯데월드에서 스케이트 강습을 받게 한 일이 있다. 그런데 이게 강습으로만 끝나는 게 아니었다. 아이는 평소 대여료를 하루 5000원씩 내고 스케이트 신발을 빌려 신었다. 그런데 어느 날부턴가, 다른 애들이 신고 있는 스케이트화가 보이기 시작하는 거다. 그중에서도 끈을 묶을 필요가 없는 고급 스케이트화는 무려 180만원짜리라고 했다. 그런데도 이걸 신고 강습을 받는 아이들이 적지 않았다.

이쯤 되면 부모 눈이 뒤집어지기 시작한다. 코치 또한 옆에서 거든다. “기왕이면 비싼 걸로 사세요. 나중에 아이 발이 커서 스케이트 신발을 중고로 내다팔아도 120만원은 받을 수 있어요”라면서. 이 와중에 부모가 중심을 잡기란 정말 쉽지 않다. 나처럼 사교육 시장의 수법을 아는 사람도 마찬가지다. 이러다 자칫 잘못 판단하면 카드론으로 180만원을 빌리는 ‘에듀푸어’로 전락하기 십상이다.

학원·학습지 등은 부모들의 이 같은 비교·불안 심리를 정확하게 파고든다. 여기 휘둘리다 보면 가계에 경제적 문제가 생기는 것은 물론 배우자·자녀와의 갈등도 깊어진다. “당신이 뭘 알아? 아빠는 무관심이 미덕인 거 몰라?” 하면서 배우자와 의견 충돌을 빚는가 하면, “넌 도대체 누굴 닮아 아직도 한글을 못 떼니?” 하면서 아이를 다그치게 되는 것이다. ‘옆집 엄마’ 또한 요주의 인물이다. “아니, 아이가 몇 살인데 아직도 ‘○○펜’을 안 했어?”라는 이웃·지인 말에 흔들리는 부모가 적지 않다.

그 결과 유니세프가 “너무 많은 학원 교습, 학교 학습으로 인한 시간 부족이 아동의 여가와 놀이에 대한 권한을 침해하고 있다”며 한국 상황을 우려할 정도가 된 것이다(<한국 아동의 놀 권리 현 주소와 대안>, 2015). 특히 영유아 단계의 조기 인지교육은 문제가 더욱 심각하다. 우리 단체가 소아정신과 전문의를 대상으로 설문조사를 벌인 결과, 전문의 80%는 영유아 단계의 학습이 아이들의 정신건강에 부정적 영향을 미친다고 답했다. 이로 인해 짜증이 많아진다거나 경쟁적으로 바뀌는가 하면 신체적으로 틱 장애, ADHD 증후군을 호소하는 아이들도 적지 않다.

그런데도 사교육에 몰입하는 부모들의 경우 머릿속에 한 가지 성공 도식이 그려져 있는 듯하다. 영어 유치원 등에서 조기 교육을 시켜 아이를 사립 초등학교에 보낸 다음 국제중-특목고-SKY대를 거쳐 대기업·전문직에 진출시킨다는 도식이 그것이다. 그러나 사교육 시장에 진입한다고 모두가 이런 결과를 얻을 수 있을까? 당연히 그렇지 않다. 오직 극소수만이 이런 목표에 도달한다(목표에 도달한다고 성공한 삶을 사느냐는 또 다른 문제다). 그렇다면 냉정한 판단을 내려야 할 텐데, 대부분의 부모는 옆집 엄마의 성공 신화에 이끌린 채 좀비처럼 이를 쫓아가는 삶을 택하는 것이다.

‘불안 마케팅’ 꿰뚫는 분별능력 키워야


그렇다면 이제부터는 사교육 시장이 어떤 구조로 짜여 있는지 본격적으로 살펴보자. 사교육 기관 프로그램이 전반적으로 선행 중심이라는 건 대부분 아실 것이다. 부모와 학생에게 불안감을 조성하고 진입 문턱을 높여서 경쟁을 유발하려는 ‘불안 마케팅’에 따른 것이다.
먼저 우리 단체가 2015~2016년 서울 대치동·목동·중계동 등 이른바 사교육 1번지에 있다는 유명 학원 13곳의 선행 정도를 비교한 결과를 보자. 2015년이 3.2년, 2016년이 3.8년이다. 다시 말해 이들 학원의 경우 초등 6학년에게 고등 1학년 과정을 선행시키는 것이 평균적이라는 얘기다. 심지어 한 어학원은 7년이나 선행을 하고 있는 것으로 조사됐다. 실제로 이 학원은 초등학생들에게 미국 고등학생 수준의 영어를 가르친다고 홍보한다. 심지어는 초등 1학년짜리도 미국 고등학생 수준의 영어를 배우고 있다고 선전하니, 이런 상황을 도대체 어떻게 이해해야 할지 난감하다.

비정상적인 선행학습을 위주로 하는 유명학원에 들어가기 위해 일부 학생들은 ‘새끼학원’을 다니는 일도 불사한다.

그런가 하면 대치동의 한 수학학원은 선행 정도가 평균 5년이다. 초등 4~5학년이 고등 1학년 수학을 4개월 만에 마치게 돼 있다. 상식적으로 이게 과연 가능하겠나? 그러니 이 학원은 이 프로그램을 반복해서 돌린다. 이렇게 반복해 수강하다 보면 영재고나 과학고 또는 의대 진학에 유리하다면서.
‘예비 중1’, 다시 말해 초등학교 6학년을 상대로 아예 ‘의대반’을 운영 중인 학원도 있다. 더 충격적인 건 이 학원의 입학시험이다. 이 학원이 발표한 시험요강을 보면 ‘9가 심화까지 선행한 학생’, 곧 중3 수학 과정까지 마친 초등 6학년생만이 입학시험을 치를 수 있게 되어 있다. 이걸 통과해 의대반에 들어가면 수학Ⅰ 기본을 시작으로 수학Ⅱ, 미적분, 기하벡터, 확률과 통계, 고급수학 등을 선행하게 된다는 안내도 나와 있다. 이걸 초등 6학년부터 중3까지 몇 번씩 반복하겠다는 것이다.

이건 사실 말이 안 되는 얘기다. 한 번 들어서는 소화할 수 없는 프로그램들을 비정상적으로 깔아놓고 이를 정상인 양 둔갑시키는 것이다. 그런데도 부모들은 이런 걸 별로 따지지 않고 학원을 고른다. 그저 ‘공부 잘하는 아이들이 많이 다니는 학원=좋은 학원’이라는 착각에 빠져 이런 프로그램들을 제대로 검토하지 않는다.

그런 의미에서 나는 부모들이 학원 상품을 분별하는 능력을 키워야 한다고 생각한다. 학원들이 끊임없이 불안 마케팅을 조성하는 것에 대해 속지 말고 이성적 판단을 할 수 있어야 한다.
이를테면 레벨별 반 편성이라는 것을 보자. 내가 한때 몸담았던 학원도 만 5세 때부터 아이들을 단계별로 관리했다. 레벨이 낮은 반은 ‘표준 진도’를 나가고, 레벨이 높은 반은 ‘속진 진도’를 나가는 식이었다. 이렇게 하면 부모들이 쉽게 현혹된다. ‘우리 아이는 1단계인데, 옆집 아이는 2단계래’ 하면서, 여기서부터 경쟁이 시작되는 것이다. 사실 표준 진도만 해도 학교 진도보다는 빠르다. 그렇지만 여기에 만족하는 부모는 거의 없다. 다들 속진 진도를 나가고 싶어 한다. 그러다 보니 초등학교 6학년쯤 되면 대부분 중등수학 단계를 거의 마치곤 했다.

학원 입장에서는 이렇게 레벨별로 반 편성을 하고 선행학습을 유도하는 게 여러모로 남는 장사다. 학원에 들어가기 위해 테스트를 받으면 아이들은 기본적으로 낮은 성적을 받게 돼 있다. 부모들로 하여금 ‘내가 그간 우리 아이에게 너무 공부를 안 시켰구나’ 하는 생각이 들게 만드는 게 학원의 기본 전략이기 때문이다. 이렇게 학원에 진입한 부모들은 대개 이런 욕망을 품게 된다. ‘우리 아이는 좀 낮은 레벨로 시작했지만, 5학년쯤 되면 최고 레벨에 도달해 있을 거야.’

그런데 이건 사실 불가능하다. 내가 학원에 10년간 있으면서 낮은 레벨로 시작해 최고 레벨까지 오른 아이는 5명도 채 보지 못했다. 대부분은 두세 단계 올라가면 끝이다. 이런 현실을 계속해서 겪다 보면 아이들도 나중에는 ‘이전 반 레벨에서 떨어지지 않은 것만 해도 어디야?’ 하고 자위하는 한편 ‘나는 안 되나봐’ 하면서 좌절하게 된다. 그런가 하면 상급반은 상급반대로 한 달에 한 번 정기고사를 볼 때마다 스트레스가 심하다. 어쩌다 상급반 아이의 레벨이 떨어졌다고 통고하면 “우리 애가 컨디션이 안 좋았을 뿐인데 무슨 얘기냐? 학원을 끊겠다”고 협박하는 부모도 적지 않다. 높은 반, 중간반, 낮은 반 통틀어 부모고 아이고 행복할 수 없는 구조인 것이다.

내일 볼 시험 과목도 모르는 아이들


더 큰 문제는 이렇게 한밤중까지 학원 건물 안에서 뺑뺑이를 돌고 초등학생 때부터 ‘혼밥’을 먹어가며 사교육에 ‘올인’한 결과가 과연 어떠하냐는 것이다. 내가 일했던 학원의 경우 속진을 마치고 중학교에 진학한 아이들을 상대로 테스트해보면 마치 포맷이라도 된 양 초등 4~6학년 때 배웠어야 할 기초가 무너져 있는 경우가 많았다. 2강에서도 다루겠지만, 초등 4~6학년 수학은 정말 중요하다. 이때 기초를 탄탄히 하지 않으면 누수가 발생한다. 그런데 이 중요한 시기에 중등 선행을 하고 있으니, 아이들이 훗날 수포자(수학포기자)로 빠질 위험이 높아지는 것이다.

내가 더 심각하게 생각하는 것은 이 과정에서 아이들이 자기주도 학습능력을 잃어버린다는 점이다. “사교육 투자의 성적 향상 효과는 투자량이 늘고 학년이 올라갈수록 감소하며, 효과는 단기성을 띤다”는 것이 KDI 정책포럼 연구 결과다. 실제 경험상으로 그랬다. 중간고사나 기말고사 때면 학원 공부가 일시적 효과가 있는 것은 사실이다. 학원마다 학교별 기출문제를 빵빵하게 보유하고 있는 데다 보통 시험기간이 되면 4~5회 이상 평가문제집 풀기를 반복하니까.

그런데 여기에 익숙해지다 보면 나중에는 아이들이 다음 날 학교에서 무슨 시험을 보는지도 모른다. 시험 과목이건 시험 범위이건 학원에서 다 챙겨주니 스스로 학습을 관리할 능력이 키워지지 않는 것이다.
요즘 언론 보도를 보면 명문대에 진학하고도 학점을 따기 위해 전공과목 학원에 다니는 대학생들이 있다고 한다. ‘지금까지 내 8할을 학원이 키워줬으니, 대학 학점도 학원이 키워주겠지’ 생각하는 거다. 결국 학습이건 다른 무엇이건 자기주도적 능력을 기르지 않으면 뭔가 관리해주는 시스템에 끊임없이 의존하게 돼 있다.

올해부터는 교육과정 개정에 따라 초등학교 1학년의 한글 교육시간이 대폭 늘어났다. 한글 선행교육을 막기 위해서다.

부모들이 이성적 판단을 하셔야 한다고 호소하는 이유가 여기에 있다. 일단 사교육의 이런 메커니즘을 알 필요가 있다. 불가피하게 학원에 진입해야 하는 상황일 때는 ‘내 자식을 알라’는 말을 기억하셨으면 한다. 내 아이의 학업 수준 외 감정 상태 등도 객관적으로 관찰할 수 있어야 한다. 불안과 욕심만 앞섰다가는 아이 상태와 해결 방안이 미스매칭되기 십상이다.
학원을 고를 때는 ‘가성비’를 먼저 따져보시라. 각급 교육지원청별로 학원비 기준이라는 게 정해져 있다. 교육청과 학부모, 사교육 종사자가 한데 모여 정한 기준이다. 학원법상 이렇게 정해진 학원비를 학원 건물 벽에 부착하게 돼 있으니, 이걸 보고 시간당 교습비 등이 맞는지 판단하시면 된다. 과하게 책정했을 경우는 환불 조치도 가능하다.

요즘은 초등학생을 한밤중까지 학원으로 돌리는 부모도 많던데 아이 생활 리듬을 생각하시라. 초등 1~3학년은 오후 7시, 초등 4~6학년은 오후 8시를 넘겨서는 안 된다. 내가 개인적으로 안타깝게 생각하는 건 아이들이 학원 다니느라 집에서 학교 공부를 복습할 시간이 없다는 사실이다. 그런데도 학원 시절 상담 통화를 하다 보면 엄마들 대부분은 이렇게 호소하곤 했다. “우리 애가 집에선 통 공부를 안 해요.” 아니, 밤 10시 넘어 집에 오는 아이들이 어떻게 또 공부를 하나.

초등학교 때 스스로 공부하는 습관을 기르는 것은 매우 중요하다. 그래서 나는 초등 부모를 만날 때마다 학원에 시간을 빼앗기기보다 가정에서 복습 지도를 하는 것이 훨씬 중요하다고 말씀드린다. 때로는 맞벌이 부부라 아이를 봐주기 어렵다고 호소하는 분들도 있다. 무척 안타까운데 일단은 학교에서 운영하는 돌봄교실을 권하고 싶다. 돌봄교실 시설이나 환경이 너무 부실하다 싶으면 학부모회 등에 꼭 참석해서 학교장을 압박하시라. 청소년수련관 등을 이용하는 것도 방법이다. 이들 시설의 경우 숙제 위주로 보충지도를 하는 한편 신체활동, 기초학습 활동 등을 주로 한다. 이런 데서 습관이 잘 형성된 아이는 초등학교 고학년쯤 되면 학습시간을 주도적으로 활용하게끔 유도할 수 있다.

1학년 한글 받아쓰기, 올해부터 금지

초등학교에 입학하기 전 한글은 떼고 가야 하는 것 아니냐고 고민하는 부모들도 계시던데, 올해부터 한글 교육이 크게 바뀌었다는 점을 아실 필요가 있다. ‘2015 개정 교육과정’이 적용되면서부터다. 새 교육과정부터는 한글 교육 시간이 기존 27시간에서 60시간으로 대폭 늘었다. 연필 잡기부터 차근차근 가르치라는 취지에서다. 특히 서울시교육청은 ‘선행이 필요없는 학교’를 표방하면서 초등학교 1학년 1학기 동안 받아쓰기 시험을 전면 금지한 상태다.

학교 현장에서 이게 지켜지겠냐고? 올해 초등학교에 입학한 내 딸아이를 보니, 실제로 지켜지고 있었다. 기존에는 초등학교에 갓 입학한 아이들한테 3월달부터 받아쓰기와 알림장 쓰기를 시키기도 했다는데, 우리 딸 학교의 경우 “알림장 쓰기는 한글 교육이 완료된 후 시작하겠다”라고 분명하게 못을 박았다. 실제로 아이는 날마다 선생님이 나눠준 알림장을 공책에 풀로 붙여서 집에 가져오고 있다. 받아쓰기 시험도 1학년 1학기 동안에는 보지 않겠다고 한다.

과거에 부모들이 영유아 단계에서 아이에게 선행학습을 시키는 큰 이유 중 하나가 “초등학교에 들어가자마자 알림장 쓰기, 받아쓰기를 해야 한다는데 우리 아이 혼자 우는 꼴은 못 보겠다”였다고 한다. 그런데 교육과정이 개정된 지금은 최소한 이런 부담 요소가 제거된 것이다. 다만 개별 학교 차원에서 교육청 방침을 제대로 따르지 않는 학교도 있을 수 있으니, 이를 반드시 확인하시라.

정책이 만들어진다는 건 이래서 중요하다. “정책과 실제가 왜 다릅니까?”라고 따질 수 있는 근거가 확보되는 거니까. 한때 사교육 종사자였다가 지금은 정책대안연구소에서 일하는 나를 포함해 모든 부모가 교육정책에 관심을 가졌으면 하는 것은 이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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