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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심상정의 사퇴는 촛불의 사퇴다”

2017년 04월 11일(화) 제499호
차형석 기자 cha@sisai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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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심상정 정의당 대선 후보는 다음 정부가 개혁 정부가 될지 여부는 자신이 얼마나 지지를 받느냐에 달려 있다고 말한다. 자신에게 주는 표가 다음 정부의 개혁성을 규정하는 가늠자가 되리라는 것이다.

정의당은 지난 2월16일 원내 정당으로는 가장 먼저 대선 후보를 확정했다. 당 대표인 심상정 의원이 정의당 대선 후보로 나선다. 심상정 의원은 2004년 민주노동당 비례대표 1번으로 국회에 진출했다. 2016년 4월 총선에서는 경기 고양갑에 출마해 수도권 최다 득표(7만1043표)를 거두었다. 상대 후보자는 탄핵 심판에서 박근혜 측 대리인이었던 손범규 변호사였다.

진보 정당 정치인으로 3선을 이루었지만 대선과는 인연이 없었다. 2007년 대선에서는 당내 경선에서 권영길 후보에게 패배했고, 2012년 대선에서는 출마 의지를 밝혔으나 문재인 당시 민주통합당 후보를 지지한 후에 사퇴했다. 이번에는 완주 의지가 분명하다. 3월30일 심상정 후보를 만나 ‘정의당의 대선’에 관해 물었다.

ⓒ윤성희

대선 구도가 어떻게 될 것으로 보나?

다섯 당에서 다 후보를 낼 가능성이 가장 높다. 김종인 전 의원이 말하는 제3지대론이나 비문(非문재인) 연대는 ‘찻잔 속의 태풍’이 될 것이다. 제3지대 이야기하는 그분들은 지금 집도 절도 없는 분들 아닌가. 움직임이 있다 해도 큰 변수는 안 될 거다. 국민의당과 바른정당의 연대는 바른정당과 자유한국당의 보수 단일화보다 가능성이 낮다. 국민의당의 정체성이 ‘안철수+호남+반문’인데, 반문(反문재인)이라는 이유로 바른정당과 손잡을 수 있을까? 쉽지 않다. 얼마 전 바른정당 유승민 후보에게 트윗을 날렸다. 악마의 유혹에 빠지지 말라고. 깨끗하고 따뜻한 보수 하겠다고 새누리당 나왔으면 길게 보고 필생의 꿈이라는 개혁 보수의 길을 가면 좋겠다. 그리고 두 당이 보수 단일화를 하더라도 정권은 못 잡는다. 결국 제3지대니 보수 단일화니, 중도 보수 연합이니 쉽지 않고, 일부 된다 하더라도 큰 영향력은 없다. 아무리 이합집산해봐야 국민들 손바닥 안이다. ‘정권교체’ 대세에 큰 영향은 없다.

이번 대선에서 정권교체는 상수라고 보나?

정권교체는 이미 9부 능선을 넘었다. 어떤 재주를 부려도 정권교체가 위협받을 상황이 아니다.

이번 대선에서는 ‘정권교체인가 아닌가보다 어떤 정권교체인가가 중요하다’고 말했는데?

촛불 시민들이 새누리당을 퇴출시키면서 이미 정권교체를 이루었다. 국민은 정권교체만이 아니라 ‘정권교체 플러스’를 요구한다. 이는 과감한 개혁을 할 수 있는 정치 구도를 뜻한다. 단언컨대 더불어민주당만으로는 개혁이 어렵다. 민주당 정권은 한반도 평화, 민주주의 운영에서는 개혁적이었지만 먹고사는 문제에서는 기득권 편이었다. 민주당 정권에서 비정규직법이 만들어졌고, 재벌 개혁에 미적거렸다. 민주당이 민주당 오른편에 있는 정당과 경쟁하는 현상 유지 정치로는 한 발짝도 못 나간다. ‘민주당 대 정의당’으로 정치 구도를 과감하게 왼쪽으로 이동시켜야 개혁이 가능하다.

안철수 후보는 ‘문재인 대 안철수’의 대결이라고 말하는데?

문재인 대 안철수 구도로는 촛불 시민들의 열망을 담아낼 수 없다. 안철수 후보는 여러 장점이 있지만 민주당보다 더 온건한 개혁을 추진한다. 그런데 촛불 시민은 과감한 개혁, 민주당보다 적극적인 개혁을 요구하고 있다. 다음 정권이 어중간한 현상 유지 정치에 머문다면 그 다음에 트럼프 정권 같은 우파 포퓰리즘이 등장할 수 있다.

촛불의 꿈이 심상정의 꿈이고 정의당의 꿈이다. 그동안 민주당의 한계를 알면서도 정권교체 때문에 비판적 지지를 했던 시민들이 많다. 하지만 촛불 시민이 수구 세력을 퇴출시켰고, ‘민주 대 반민주’ 구도는 과거의 것이 되었다. 이제는 과감한 개혁 에너지를 형성할 시기다. 이런 상황에서 더 이상 사표(死票)는 없다. 누가 대통령이 되더라도 소수 정권이기 때문에 연립정부를 시도할 것이다. 현상 유지 정치를 극복하기 위한 과감한 정치혁명에 동참해달라.

ⓒ시사IN 자료
제17대 국회 당시 민주노동당 동료 의원들과 기자회견을 하는 심상정 의원(오른쪽 다섯 번째).

다음 정부가 개혁 정부가 될지는 심상정 후보가 이번 대선에서 받을 지지율에 달려 있다고 말했는데?

1987년 이후 지난 30년 동안 민주 대 반민주 구도로 대선을 치렀다. 그 구도가 거꾸로 수구 보수 세력을 온존시키는 배경이 되었다. ‘묻지 마 정권교체’는 낡은 프레임이다. 이번에도 묻지 마 정권교체로 대선을 치른다면 새로운 대한민국은 불가능하다. 대선 과정에 모든 국민의 이해와 요구가 쏟아져 들어오고 뒤섞이면서 정권의 방향을 결정하게 된다. ‘당선자 표 말고는 사표다’ 하는 것은 승자독식 정치 문화의 폐해다. 개혁의 의지가 어떻게 표로 반영되었는지가 중요하다. 선거 이후에 정치 연합이 추진될 가능성이 높기 때문에 심상정에게 주는 표가 다음 정부의 개혁성을 규정하는 가늠자가 되리라고 본다.

연립정부에 대한 정의당의 견해는?

선거 과정에서 후보 단일화는 없다. 완주한다. 선거 이후 연립정부 구성에 대해서는 논의를 열어놓는다. 독일 메르켈 총리가 사민당과 연립정부를 구성할 때 17시간 동안 마라톤 협상을 해서 연정 합의문을 냈는데, 그게 185쪽이다. 장관 한두 자리로 협상하는 게 아니고 시민들이 원하는 개혁이 가능하도록 정밀하게 합의하는 것이다.

그동안 진보 정당 후보는 대선에서 ‘후보 단일화’에 대한 압박을 받아왔는데?

이번에는 그런 압박이 없다. 정치에서 양보는 후보 한 명만 퇴장하는 게 아니다. 보수 정당 후보는 퇴장해도 된다. 한국 정치에 그 대체재가 많으니까. 하지만 진보 정당의 후보가 퇴장하면 사회적 약자의 목소리가 배제된다. 심상정이 있을 때 다른 후보들이 내는 공약과 없을 때 다른 후보들이 내는 공약의 차이를 상상해보라. 진보 정당 후보의 사퇴는 민주주의를 나쁘게 만든다. 심상정의 사퇴는 촛불 시민의 사퇴와 같다. 지난 대선 때 양보하면서 ‘내 정치인생에서 양보는 마지막’이라고 말했다.

민주당 경선에서 대연정 논란이 일었는데, 어떻게 보았나?

국회에서 민주당을 보면 국민들만큼 절박하지 않구나 하는 생각이 든다. 매번 보수 쪽의 눈치를 보면서 끌려다니는 정치를 해왔다. 자유한국당은 보수의 가치를 담고 있는 정당이 아니다. 박근혜 정권의 국정 농단을 뒷받침해온 공모자다. 국민들이 헌정 유린과 국정 농단을 자행한 수구 보수 세력을 퇴출시키는 데 온 힘을 기울이는 상황에서 대연정 이야기가 과연 나올 수 있나. 대연정을 거론하는 건 시대정신을 쫓아오지 못하는 리더십이다.

ⓒ연합뉴스
3월26일 심상정 정의당 대선 후보(오른쪽에서 두 번째)가 ‘노유진의 정치카페’에 출연해 발언하고 있다.

2004년 민주노동당 비례대표 1번으로 국회에 진출했다. 진보 정당이 걸어온 지난 13년을 평가한다면?

통합진보당과 결별할 때까지 진보 정치는 주로 진보 진영 내부의 갈등과 문제의식에 갇혀 있었다. 운동과 정치의 차이를 충분히 체화하지 못했다. 어떤 정당이든 권력을 잡는 집권 플랜이 있어야 하는데, 오랜 세월 집권 플랜을 갖추지 못한 채 실패를 반복했다. 정치 리더는 공적인 권력의지로부터 시작된다는 것을 일찍 자각했다면 진보 정치의 시행착오를 많이 줄일 수 있었을 것이다. 정의당 5년은 진보 정치를 현대화하는 과정이었다. 정의로운 복지국가의 꿈을 실현할 수 있도록 합리적이고 현실적인 방도를 재정립하는 기간이었다. 정의당은 급진성이나 과격성을 경쟁하는 정당이 아니라, 우리의 비전과 가치를 시류에 흔들리지 않고 일관되게 실천해 결과를 만들어내는 책임성을 지닌 정당이다.

이번 대선에서 내세우는 핵심 가치는?

평등하고 정의로운 복지국가다. 그것을 실현하기 위해 국정 운영의 최우선 과제로 노동의 가치를 존중하자는 것이다. 성장 제일주의를 앞세우면서 생명과 인간의 존엄성, 노동의 가치를 훼손해왔다. 월급 받는 노동자 1900만명 중에서 비정규직이 870만명가량 된다. 비정규직은 또 다른 고용 형태가 아니다. 한국 사회에서 비정규직은 이제 사회경제적 신분이 되어버렸다. 불평등 해소의 핵심은 비정규직 문제 해결이다. 최저임금을 과감하게 올리고 ‘동일노동 동일임금’을 이뤄 민생 개혁을 과감하게 해야 한다. 이게 심상정만의 이야기가 아니다. 일본의 아베 총리도 이런 말을 하고 있다. 한국만 거꾸로 간 거다.

대선 후보 가운데 유일한 여성 후보인데?


첫 번째 공약으로 ‘슈퍼우먼 방지법(부부 출산휴가 의무제, 부부 육아휴직 의무할당제 등)’을 냈다. 핵심은 육아휴가를 연장하는 것과 더불어 엄마 아빠가 의무적으로 육아휴직을 하는 제도를 도입한 거다. 아이 키우는 데 슈퍼우먼, 슈퍼대디가 될 필요 없는 사회를 만들자는 거다. 남녀 모두 출산육아휴직공시제를 시행해 이를 잘 이행한 기업에게는 인센티브를 주고, 제대로 못하면 불이익을 줘야 한다. 슈퍼우먼 방지법은 여성정책을 넘어 노동정책이고, 복지정책인 셈이다.

얼마 전 정의당 대선 승리 전진대회에서 ‘대선을 계기로 청년들에게 정의당을 내어주자’며 당의 변화를 강조했는데?

과거에는 민주노총의 조직적 지지에 기반했다. 정의당은 (노동조합을 기반으로 한) 영국 노동당 모델이 아니라 북유럽 사민당 모델에 가깝다. 조직 노동자뿐만 아니라 비정규직 노동자를 포함한 보편적 노동 대중을 지지 기반으로 하는 전략으로 가고 있다. 과거 독재 정권에 맞선 청년 세대를 386 세대라고 불렀다. 이번 촛불 시민혁명의 선두에 청년들이 있었다. 후세에 탄핵 세대 또는 촛불혁명 세대라고 부르지 않을까. 가장 진보적이고 개혁적일 수밖에 없다. 그 청년들에게 정의당을 내주자는 것이다. 현대적 진보 정당을 추진하는 과정에서 가장 중요한 과제다.

다른 정당의 대선 후보들이 가시화하고 있다. 간단하게 평가한다면?


홍준표 후보는 대통령 하려고 나온 분은 아닌 것 같다. 엄마들이 홍 후보가 대통령이 되는 것을 가장 두려워하는 듯하다. 워낙 막말 잔치를 하기 때문에 고운 말 쓰기 운동이 시작되지 않을까. 유승민 후보는 깨끗하고 따뜻한 보수를 새로 일구겠다고 하니, 강한 신념을 가지고 길게 보고 갔으면 좋겠다. 그게 한국 정치에 기여하는 방법이다. 안철수 후보는 이제는 선택해야 할 것 같다. 시민들이 안 후보가 말하는 새 정치를 이미 넘어섰다. 안 후보가 말하는 새 정치는 촛불로 인해 과거가 되었다. 시민들은 더 과감한 개혁을 요구하고 있으니까. 문재인 후보는 ‘박근혜·이재용 사면’ 여부에 대해 분명한 입장을 밝혀야 한다. 제가 참여정부와 각을 세웠던 핵심 포인트는 삼성과 비정규직 문제였다. 민주당 후보는 비정규직 양산 등 지난 10년에 대한 성찰이 있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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