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런데 실제로 장애인을 만나면 어떻게 해야 해요?” 지난해 4월 열린 제14회 서울장애인인권영화제 개막작 〈영우〉 GV(감독과의 대화) 당시 한 관객의 질문이었다. 솔직한 물음이었지만, 자칫 분위기를 냉랭하게 만들 수 있는 말이었다. “어떻게 해야 할까요? 같이 이야기해봐요.” 감독이 되물으면서 토론이 시작되었다. 각자 겪은 나와 너의 장애 경험, 그 속의 편견·차별, 그리고 연대 등 다양한 이야기가 쏟아져 나왔다.

‘서울장애인인권영화제 자랑 좀 해달라’는 기자의 말에 이상엽 집행위원장(50·왼쪽)이 꼽은 장면이다. 2015년 집행위원장을 맡았던 박옥순 전국장애인차별철폐연대 사무총장(54·오른쪽, 현 집행위원)도 GV가 영화제의 하이라이트라고 거들었다. 서울장애인인권영화제에서 상영하는 모든 영화에는 GV가 있다. 영화만 보고 끝내지 말자는 뜻이다. ‘감독을 포함한 제작진과 관객이 함께 영화에 대해 이야기하며 장애인 인권에 대한 고민을 영글게 하는 장을 만든다’고 장애인 인권활동가이자 부부인 두 사람이 입을 모았다.

ⓒ시사IN 윤무영
장애인을 불쌍하게 그리거나 인간 승리로만 묘사하는 기존 영화의 한계를 뛰어넘자는 취지로 2003년 시작한 서울장애인인권영화제가 올해 15회를 맞았다. 박 사무총장은 “장애인인권영화제의 칸영화제를 지향한다. 다만 인권영화제 성격상 시상은 따로 없다. 편하게 즐기다 가면 된다”라며 웃었다. 올해에는 33편이 응모했고 13편이 뽑혔다. 4월17일부터 20일까지 나흘간 서울시청 바스락홀에서 상영된다. 올해 슬로건은 ‘혁명의 시작’이다. “장애인 인권 하면 흔히 길거리에서 몸을 묶고 이동권 투쟁을 하는 모습 등을 떠올리는데, 장애인의 일상을 드러내는 작품에 집중했다. 일상의 변혁이 혁명이라는 의미를 담았다.”

두 사람은 ‘장애인 인권은 남의 이야기도, 어려운 이야기도 아니다’라고 강조했다. 생애 주기에서 장애를 겪지 않는 사람은 없다는 것이다. 후천적으로 장애를 겪는 경우가 전체 장애의 95%라는 통계를 굳이 들이댈 필요가 없다. 실제 길을 되돌아보면 보인다. 유모차를 탄 아이, 지팡이를 짚은 노인 등은 장애가 특별한 무엇이 아님을 알려주는 풍경이다. 이를 문화를 통해 공감의 폭을 넓히겠다는 게 서울장애인인권영화제의 목표다.

다만 올해 예상치 못한 변수가 생겨 두 사람을 비롯한 스태프들이 더 분주해졌다. ‘장미 대선’이 열려, 매년 일정 부분 도움을 받던 지자체의 후원금 지원에 차질이 생겼다. 가장 쉬운 연대는 영화제 참여라는 사실을 알리기 위해 바쁘게 뛰어다닌다. 예년만큼 후원금을 받지 못할 처지이지만 영화제는 늘 그랬듯 무료다. 그래도 마음을 더 보태고 싶다면 현장 후원 혹은 계좌 후원(국민은행 752601-04-258046 서울장애인인권영화제)도 가능하다.

기자명 김은지 기자 다른기사 보기 smile@sisai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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