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금 더 기울어(10시17분 박○○ 학생)”. 박○○ 학생의 메시지가 세월호에서 보낸 마지막 카톡 문자였다. 이들은 모두 살아 돌아오지 못했다.
하지만 박 대통령이 직접 그 서면보고를 받아 검토했는지는 확인되지 않았다. 박 대통령은 오전 10시15분과 10시22분 두 차례에 걸쳐 김장수 국가안보실장에게 전화했다고 주장한다. ‘단 한 명의 인명 피해도 발생하지 않도록 할 것’ ‘샅샅이 뒤져 철저히 구조할 것’ 등을 지시했다고 밝혔다. 증거는 없다. 청와대나 박 대통령은 당시 지시를 입증할 통화 기록을 헌법재판소 탄핵 심판 때도 제출하지 않았다.
박 대통령의 ‘세월호 7시간’ 행적과 관련해 공개된 ‘물증’은 세 가지 서류와 통신기록 한 개가 전부다. 당일 오전 10시에 이어 10시40분, 11시20분 국가안보실이 보고했다는 서면 3건만 공개되었다. “정무수석실 산하 사회안전비서관의 보고를 받은 데 이어 국가안보실 등의 보고를 받아 전화로 지시를 내렸다”라고 박 대통령은 주장했다. 하지만 그 주장을 뒷받침해줄 물증을 공개하지 않았다. 청와대가 낸 통화 기록은 세월호 참사 당일 오후 12시50분 최원영 고용복지수석과 박 대통령 사이 통화 내역이 유일하다. 대통령이 생명권 보호 의무를 다하지 못했다는 탄핵 심판 쟁점과 전혀 상관없는 통화 기록 딱 하나만 냈다.
국가안보실장보다 미용사에게 먼저 연락
이진성 헌재 재판관은 지난 1월10일 박 대통령 대리인단이 제출한 ‘세월호 7시간’ 답변서가 부실하다고 지적했다. 이 재판관은 “통화 기록 등 자료 제출을 요구했는데 없다”라고 말했다. 이후에도 박 대통령 쪽은 추가 증거를 내지 않았다. 박 대통령의 대리인단 이중환 변호사는 “박 대통령이 오후 3시 중앙재난대책본부(중대본) 방문을 지시했는데, 경호 문제와 중대본으로 승용차가 돌진하는 범죄행위가 있었던 문제로 도착 시간이 지연됐다”라고 주장했다.
이를 뒷받침할 증거도 당시에는 제출하지 않았다. 탄핵 심판 선고 닷새 전인 지난 3월5일에서야 헌재에 제출했다. 정작 교통사고의 증거라고 제출한 1분10초짜리 동영상에는 주차를 위반한 차량의 견인 장면(45쪽 맨 아래 사진)이 담겨 있었다. 박 대통령 대리인단이 거짓말을 했다는 비난이 일자 대리인단 소속 손범규 변호사는 “견인이 맞다”라고 인정했다.
이 경호관이 정 원장에게 문자를 보내기 3분 전, 오후 2시50분 박 대통령은 김장수 실장한테 전화로 ‘세월호 370명 구조 아님’이라는 보고를 받았다. 7분 후, 박 대통령은 김 실장에게 전화를 걸어 이를 재확인하고 질책했다고 밝혔다. 이 같은 주장이 사실이라고 하더라도, 결국 박 대통령은 김장수 실장(2시57분)보다 먼저 이영선 경호관에게 정 원장에게 연락(2시53분)하라고 지시한 셈이다.‘세월호 7시간’만 물으면 검·경이 출동했다
박 대통령의 올림머리를 담당한 정 원장을 호출한 시각, 세월호 탑승객의 가족 등은 세월호 참사 상황을 생중계로 보면서 아이들에게 ‘제발 살아 있어달라’는 문자를 보냈다. “○○ 괜찮아?? 지금 핸드폰 물에 빠져서 그런 거지?? 지금 정신없어서 핸드폰 못하는 거지(오후 2시45분).” “△△아 우리 빅스 콘서트 가야지 응? 제발 꼭 돌아와 보고 싶어 정△△ㅠㅠ(오후 4시44분).” 학생들은 휴대전화 카톡 메시지를 확인하지 못했다. 이들의 휴대전화 카톡 메시지 창에서는 숫자 ‘1’이 남았다(메시지를 확인하지 못하면 숫자 1이 그대로 남는다).
박 대통령은 올림머리를 한 뒤 오후 5시15분에야 중대본에 도착했다. 박 대통령은 물었다. “구명조끼를 학생들은 입었다고 하는데 그렇게 발견하기가 힘듭니까?” 이경옥 당시 안전행정부 2차관이 “갇혀 있기 때문에 구명조끼 의미가 크게 없는 것 같습니다. 선체 내부에…”라고 대답하자, 박 대통령은 “아, 갇혀 있어서…”라며 혼잣말을 했다.
3년간 유가족과 시민들은 ‘세월호 7시간 의혹’을 밝힐 것을 끊임없이 요구했다. 하지만 ‘세월호 7시간 의혹’은 검찰과 경찰을 불러내는 마법의 단어였다. ‘진상규명 요구→보수 단체 고발→공권력 수사→처벌’로 이어졌다. 박래군 4·16연대 상임위원, 가토 다쓰야 〈산케이신문〉 전 서울지국장, 행위예술가 박성수씨 등이 경찰·검찰 수사를 거쳐 재판을 받았다(〈시사IN〉 제415호 ‘7시간 거론 처벌법?’ 기사 참조). 박근혜 정부는 세월호 7시간 진상 요구에 재갈을 물렸다.
김이수·이진성 재판관의 보충의견은 달랐다. “국정 최고책임자의 지도력을 가장 필요로 하는 순간은 국가 위기가 발생해 이를 통제·관리해야 할 국가 구조가 제대로 작동하지 않을 때다. 세월호 참사가 그 경우였다. 그러나 피청구인(박근혜)은 그날 저녁까지 별 이유 없이 집무실에 출근하지 않았다. 그 결과 대형 재난이 발생하였는데도 심각성을 아주 뒤늦게 알았고 이를 안 뒤에도 무성의한 태도로 일관했다. 피청구인의 대응이 지나치게 불성실했다. 이는 헌법 제69조와 국가공무원법 제56조에 따라 대통령에게 구체적으로 부여된 성실한 직책 수행 의무를 위반했다.” 세월호 7시간의 의혹이 꼭 밝혀져야 하는 이유다.
세월호 7시간, 박근혜 해명 팩트 체크
8:48 세월호 참사 발생 (검찰 공소장) 8:52 단원고 최○○ 학생 119 최초 신고 (검찰 수사 기록) 8:55 세월호, 제주 VTS에 구조 요청 ‘지금 배 넘어갑니다’ (검찰 공소장)8:58 세월호 자체 “침수 중” 조난 신고 (검찰 수사 기록) 9:24 국가안보실, 문자 전파 ‘474명 탑승 여객선 침수신고 접수, 확인 중’ (헌재 증언) 9:40 해양수산부 위기경보 ‘심각’ 발령 - 대통령실 사전 협의 (헌재 결정문 기록) 10:00 국가안보실 서면보고 1보 (헌재 제출 기록) 10:15 박근혜, 국가안보실장에게 첫 번째 전화 “한 명의 인명 피해도 발생하지 않도록 할 것” (통화 기록 미제출)10:22 박근혜, 국가안보실장에게 두 번째 전화 “샅샅이 뒤져 철저히 구조할 것” (통화 기록 미제출)10:30 박근혜, 해경청장에게 전화 “특공대를 투입해서라도 인원 구조에 최선을 다할 것”(통화 기록 미제출)10:30 대변인, 관련 첫 청와대 브리핑. “박근혜, 해경청장에게 ‘해경 특공대 투입해서라도 인명 구조에 최선을 다하라’고 전화 지시” (영상) 10:36 정무수석실 서면보고 1보 - 9시50분 현재 70명 구조 (보고서 미제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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