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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치원 논란, 뭐가 문제인지 너무 모른다”

2017년 04월 17일(월) 제501호
변진경 기자 alm242@sisai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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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는 엄마 A는 아이 둘을 직장 어린이집에 맡기고 매일 오후 5시에 칼퇴근한다. 모두의 부러움을 받는, ‘직장 어린이집이 있는 유연근무제가 가능한 대기업 직장인’이다. 그래서 좋겠다고? A의 하루는 ‘전쟁통’이다. 매일 아침 눈곱 붙은 아이들을 내복 바람으로 차에 실어 어린이집으로 등원시켜야 겨우 출근에 성공한다. 팀에서 혼자 ‘8시~5시’ 유연근무제를 택했으니 승진은 애당초 포기했다. 레이저 광선 같은 팀장의 눈빛을 등으로 받으며 5시 칼퇴근을 해도 아이들을 하원시켜 먹이고 씻기고 치우고 재우고 나면 어느새 밤 12시. 이불 속에서 친한 엄마들의 단체 카카오톡 대화방(단톡방)에다 남자 동기의 승진 소식을 쓰며 말한다. “어차피 난 뭐, 포기했어.ㅋㅋ”

아는 엄마 B는 평일 오전 아이를 유치원에 보내고 가끔 카페에서 브런치를 즐기는 전업 주부다. 좋겠다고? B는 재작년 유치원 추첨 때 극심한 스트레스를 겪고 난 뒤 직장을 그만두었다. 맞벌이라 하더라도 아이 하나라는 ‘저스펙’ 점수로는 구립 어린이집 순번이 돌아오지 않아 무조건 유치원에 당첨돼야 하는 상황. 병설·단설·사립 가릴 것 없이 집에서 등원 가능한 곳은 다 썼는데 모두 떨어졌다. 대기 순번을 기다리며 엄마 연차, 아빠 연차를 쓰고, 지방에 사는 외할머니와 할머니까지 불러서 갈 곳 없는 아이를 돌보며 버티다 겨우 사립 유치원에 자리가 나서 거기로 아이를 보냈다. 그간의 공백에 눈치 주는 회사로 돌아가 죄인처럼 일하던 B는 결국 정신적 탈진이 와서 사표를 냈다. 시댁에서는 “집에 들어앉았으니 둘째나 낳아라”고 재촉하지만 B는 이미 둘째 낳기도, 자신의 경력도 다 포기했다.

한 대선 후보의 ‘단설 유치원 신설 자제’ 논란을 다룬 뉴스가 엄마들 단톡방에 떴다. A와 B는 ‘ㅋㅋㅋㅋ’를 길게 썼다. 놀라지도 화내지도 않았다. 온라인상에선 단설이 어떻고 병설이 어떻고 공방이 이어지지만, 이들은 안다. 병설 유치원이 많이 생긴다고 해결될 것도 아니고 사립 유치원의 독립 운영이 보장된다고 풀릴 문제도 아니다.

A가 말했다. “우리 겪어보니까 알잖아, 보육 문제는 답이 없어.” 다만 B는 말했다. “근데… 뭐가 문제인지 진짜 모른다, 진짜.” “그러게, 알 턱이 있나, 우리 남편도 모르는데.” 단톡방에 다시 ‘ㅋㅋㅋㅋ’가 길게 흘렀다. A와 B는 오늘도 조용히 한 가닥 희망을 포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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