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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학이 좋은 일터? 비정규직은 ‘해당 사항 없음’

2017년 04월 27일(목) 제501호
이대진 (필명·대학교 교직원) webmaster@sisai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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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대학은 여러 면에서 만족스러운 일터다. 그러나 전체 직원의 60%를 차지하는 비정규직에게도 그럴까? 부서의 허드렛일이나 잡일은 으레 비정규직 몫이다.

“선생님, 우리 학교 교직원으로 일하는 건 어떤가요?” 평소 알고 지내는 대학 4학년 학생이 내 직장 생활에 대해 물어왔다. 뜬금없는 질문에는 이유가 있었다. “요즘 우리 대학 학생들 중에 여기 교직원으로 취직하고 싶어 하는 애들이 꽤 있어요. 정말 좋은 곳인가요?” 문과 출신이 많은 교직원에 이과 학생이 관심 갖는 걸 보니 듣던 대로 대학 교직원이 인기 직종인가 보다 싶었다.

아마도 학생들은 나 같은 정규직 교직원의 삶을 떠올렸을 것이다. 사기업에 비해 실적 압박이 적고 정년이 보장되며 노후를 위해 넉넉한 연금을 붓고 있는, 마음만 먹으면 오후 6시 ‘땡’ 하면 퇴근해 가족과 저녁시간을 보낼 수 있는 그런 삶. 직원들끼리 서로 “선생님”이라고 불러주고, 상사인 교수들 비위 잘 맞추며, 치명적인 실수만 하지 않으면 큰 굴곡 없이 직장 생활을 이어갈 수 있는 그런 삶 말이다. 하지만 행정부서에서 만나는 교직원 모두가 이런 조건에서 일하고 있는 건 아니다.

상아탑 속 사무실에는 정규직과 비정규직이 평화롭고도 어색하게 공존하고 있다. 우리 부서 동료들을 둘러보았다. 팀장 포함 총 7명. 정규직 3명과 무기계약직 1명에 나머지 3명은 기간제 근로자, 즉 비정규직이다. 이들의 채용 공고문에는 대개 ‘계약 기간 1년(평가 후 재계약 여부 결정)’이라는 문구가 적혀 있다. 우리 부서에서 일하다가 계약 기간 종료와 함께 떠나보낸 20~30대 비정규직 동료가 벌써 5명이다. 비정규직 행정직원들의 월급 수준, 수당의 종류와 액수, 복지 혜택 등은 정규직과 다르다. 공무원연금(국공립대)이나 사학연금(사립대) 가입 자격은 당연히 없다. 대학 노동조합 가입도 제한되어 있다.

ⓒ김보경 그림

가만히 지켜보면 부서의 허드렛일이나 잡일은 으레 비정규직 몫이다. 가끔이지만 보직 교수들을 위한 관용차 운전기사 노릇까지 한다. 담당이 애매해거나 갑자기 생긴 일도 주로 그들에게 돌아간다. 부서장 처지에서는 그렇게 하는 것이 속 편할 것이다. 누구랑 오래 일할지 생각해보면 일 시키는 데 망설일 이유가 없다. 내부 게시판에 올라오는 학교의 공지나 공문 내용에서 배제되기도 한다. 가령, 인사고과 시행이나 직원 교육 안내, 자녀 학자금 지원 등이 그렇다. 클릭하면 공지 내용은 볼 수 있지만, 비정규직은 해당 사항이 없는 경우다. 많게는 전체 직원의 60%가 비정규직이다. 각 대학 홈페이지에는 단과대학이나 연구소 등 개별 단위에서 필요한 비정규직 직원 채용 공고가 수시로 올라온다.

인사도 없이 사라진 직원의 고용 신분


“여보세요, 김○○ 선생님 안 계시나요?” “며칠 전에 퇴직하셔서…. 그 업무는 지금 다른 분이 맡고 계세요.” “아, 되게 좋으셨는데…. 담당자가 자주 바뀌네요.” 업무상 학생들과 접촉이 잦았던 비정규직 직원이 바뀌면서 이런 대화가 오간 적이 있다. 학생들은 그제야 인사도 없이 사라진 직원의 고용 신분을 눈치 챈다. 우리 대학에서 계약직으로 근무하다가 지난해 다른 대학 정규직으로 자리를 옮긴 한 직원은 자신의 경험을 이렇게 털어놓았다. “질 높은 행정 서비스요? 솔직히 기간 정해놓고 일하는데 그러고 싶은 마음이 들까요? 언제까지 볼 사이인지, 서로 얼마 받고 일하는지 뻔히 알잖아요. 해보고 싶은 일이 있거나 학생들한테 잘해주고 싶다가도 계약직일 땐 왠지 대충 하게 되더라고요.”

대학은 교수나 직원들에게 여러 면에서 만족스러운 일터이다. 교수 사회뿐 아니라 직원들 사이에서도 보이지 않는 신분제가 존재한다. 대학 탓도 대학만의 문제도 아니지만, 대학 울타리 안에서만이라도 비정규직의 고용과 처우, 차별 문제를 개선할 만한 혜안을 기대해볼 순 없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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